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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업계가 2023년 시행될 ‘경유차 퇴출법’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법 시행 후에는 모든 택배기사가 친환경 전기·수소차로 바꿔 타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전기차의 기능상 제약과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현 정책이 ‘시기상조’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지난해 정부는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대기관리권역법을 제정했다. 법안에는 노후 경유택배차를 2023년부터 순차적으로 퇴출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정부는 환경기준 미달로 교체가 필요한 차를 전기·수소차로 바꿀 계획이다.
25일 현재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택배차는 약 5만 대다. 새 법 시행 후 차량들은 매년 검사를 통해 기준 충족 여부를 평가받게 된다. 법 시행 직후부터 상당수 차량이 교체 대상에 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충전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아 배송 업무용으로 전기차를 활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정책 시행까지 남은 3년 동안 시설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함께 거론된 수소화물차의 경우 개념조차 생소하다는 반응이 다수다.
현재 개발된 전기화물차의 충전 시간도 한계점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내놓은 상용 전기화물차 ‘포터’는 급속 충전에 54분(211km 주행가능)이 걸린다. ‘시간이 돈’이라는 말처럼 신속성이 중요한 택배 업무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주요 업체의 전기차 도입은 시범사업에 그친 상황이다. 이들 업체는 제주도 등 전기차 인프라를 갖춘 일부 지역에서만 2~3대의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택배기사의 정책 동참 여부도 변수다. 대부분의 기사는 자기 소유의 차로 근무하는 개인사업자다. 새 차 구입 시 가격과 부대비용 등을 꼼꼼히 따져볼 수밖에 없다.
택배업에 적합한 전기차 가격은 현재 4000만원 수준이다. 국고지원금과 지자체 보조금을 지원받으면 1200만원 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여기에 차량 개조비(짐칸 부착)와 충전기 구입 등으로 300~400만원이 추가되는 것을 고려하면 가격이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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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지급에도 현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인프라 부족과 긴 충전시간 등 여건이 받쳐주지 않아 구입을 꺼리는 분위기다. 보조금을 받으면 전기차 가격이 내려가지만, 현재 중고 경유택배차가 1000만원 초반에 거래되고 있어 유입이 힘들다. 현 상황에선 보조금도 큰 메리트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연속성이 중요한 택배에 전기차가 적합한지 검증이 완료되지 않은 데다, 환경 제약과 가격 문제로 현장을 설득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며 “정부 사업 방향엔 충분히 공감하지만 3년 내 정책 시행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택배업계, 자동차 제조사, 환경부와의 협의를 통해 인프라 구축과 적합 모델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며 “남은 기간 동안 정책 시행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