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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와 맞손 SK, 경쟁사와 제휴 KT… 미디어 '코피티션'이 뜬다

통신·방송, 경쟁자끼리 협력 'Coopetition' 시대콘텐츠-플랫폼 균형점 찾아야 안착김재인 다트미디어 고문 칼럼

입력 2020-03-05 15:20 | 수정 2020-03-05 17:10
미디어업계의 인수·합병(M&A)과 전략적 제휴가 점입가경이다. 더 강한 상대와 대적하기 위해 피 흘리며 싸웠던 경쟁사와도 동맹을 맺거나 한 몸이 돼 결사항전의 결기를 다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모든 것이 디지털로 통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쯤으로 보기엔 상상을 뛰어넘는다.

#1. 국내 1위 이동통신업체인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 3사는 지난 2019년 9월, OTT시장(Over The Top,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 경쟁하던 '옥수수'와 '푹(POOQ)'을  통합해 새로운 OTT서비스 '웨이브(Wavve)'를 출범했다. 투자 여력을 갖춰 콘텐츠 및 고객 기반에서 뛰어난 유튜브, 넷플릭스, 디즈니 같은 글로벌 사업자에 맞서겠다는 포석인데 국내에서 '통(通)·방(放) 융합'의 상징과도 같은 사례가 되고 있다.

#2.
IPTV 가입자 수에서 1위와 많은 격차를 보이며 2위와 3위에 머물렀던 SK브로드밴드와 LG U+는 2019년 11월, 유료방송시장에서 경쟁했던 케이블TV 티브로드와 CJ헬로비전을 인수해 1위인 KT와 대등한 입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덩치를 키워 유료방송은 물론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OTT시장까지 포함한 전체 미디어시장에서 살아남겠다는 절실함이 묻어난다.

#3. 개그맨 유재석을 트로트 가수로 키우는 과정을 담은 MBC의 '놀면 뭐하니'(2019년 11월~12월)는 다른 지상파 프로그램인 KBS '아침 마당', SBS '영재 발굴단'과 협력해 방송 캐릭터 '유산슬'을 출연시키고 그 장면을 방송해 화제를 모았다. 타 방송사의 명칭조차 제대로 부르지 못했던 관행을 감안하면 프로그램 스와핑은 상상도 못할 사건이다. 점점 위축되고 있는 지상파시장에서 도토리 키 재기 식 경쟁이 능사가 아니라는 현실 자각에서 나온 아이디어였을 것이다.
#4. 국내 방송사들의 새로운 수익원(源)인 2~3분짜리 클립(Clip) VOD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스마트미디어렙(SMR)은 올해 1월, 잠재적 경쟁상대로 여겼던 유튜브에 진출했다. 수익률 악화로 힘든 방송사들의 고육책이지만 '고객 기반 확대(SMR), 고급 콘텐츠 확보(유튜브)'라는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5. 이동통신시장에서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는 KT와 SK(SK브로드밴드)는 올해 2월 IPTV 광고 기술 표준화 및 상품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전자시장에서 삼성과 LG 만큼이나 불구대천의 원수 같은 두 회사가 협력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지만 빅데이터와 AI로 무장해 고객맞춤 광고로 앞서가는 다른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극제가 되었을 것이라는 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일반 산업계에선 이미 익숙한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코피티션 (Coopetition : Cooperation과 Competition의 합성어로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 국내 미디어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통신사 간, 방송사 간, 통(通)·방(放) 간, 국내·외 사업자 간 다양한 형태의 '코피티션' 사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간 자기 시장 안에서 안주하며 각자도생할 수 있었던 행복한 시대는 도도한 디지털화(化)·글로벌화(化)의 물결 앞에 머리를 숙이고 있다.

앞으로도 깜짝 놀랄만한 다양한 사례가 이어지겠지만 이젠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사실엔 놀랄 이유가 없을 것 같다.

내일 일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당장의 이익에만 혈안이 돼 현실에 머물다간 도태되기 십상이다. 콘텐츠와 플랫폼을 두 축(軸)으로 만들어지는 미디어 생태계의 역학구조를 꿰뚫고 고객을 최우선으로 두고 균형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김재인 칼럼 comtopia@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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