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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민간연구소 밸리슈어(Vaisure)가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의 회수를 건의해 대웅제약의 매출에 타격을 입을 우려가 높아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밸리슈어는 지난 2일(현지시각) 메트포르민에 대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밸리슈어는 지난해 9월 라니티딘 의약품의 NDMA 과다 검출 검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대량 회수를 촉구했던 민간 연구소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 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인체발암 추정물질이다. 앞서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는 지난해 12월 메트포르민 함유 의약품 46개 중 3개에서 미량의 NDMA가 검출돼 회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밸리슈어는 이번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NDMA가 과다 검출된 메트포르민 제품을 회수해야 한다는 시민청원서를 제출했다. 메트포르민이 미국에서 4번째로 많이 처방되는 의약품인 만큼,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도 메트포르민은 당뇨병 환자의 80%가 복용하는 제2형 당뇨병의 1차 치료제인데다 대체의약품이 없는 성분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메트포르민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을 수거해 검사 중이다. 국내 메트포르민 성분의 완제품 품목은 630여 개이며, 원료 품목만 900여 개에 달한다. 식약처의 조사 결과 발표 시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식약처가 메트포르민 사태에 대해 내리는 조치에 따라 대웅제약도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9월 라니티딘 사태로 '알비스'를 회수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메트포르민 의약품까지 판매 중단되면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9월 라니티딘 사태로 '알비스'를 회수하면서 지난해 3~4분기에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알비스 판매 중단에 따라 지난해 4분기에만 140~150억원 상당의 매출 공백이 발생한 탓이다. 같은 기간 대체품목인 '넥시움'과 '가스모틴'의 매출이 136억원, 66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9.2%, 10.2% 성장했으나 전문의약품(ETC) 부문 매출 역성장을 막지는 못했다.
지난 2018년 584억원이던 알비스 매출액은 지난해 361억원으로 38.2% 급감했다. 올해에도 알비스 회수에 따른 매출 공백은 약 600억원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서미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전문의약품 매출액의 8.7% 비중을 차지하던 알비스 판매 중단으로 약 600억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메트포르민 제품까지 판매 중단이 될 경우 대웅제약이 받을 타격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은 국내에서 많이 처방되는 메트포르민 단일제로 '다이아벡스'를 보유하고 있다. 다이아벡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307억원으로 전년 대비 5.9% 성장했다. 다이아벡스는 지난해 매출 성장에도 기여한 대웅제약의 주력 제품이다.알비스에 이어 다이아벡스까지 판매 금지가 될 경우 대웅제약은 올해 900억원 규모에 이르는 매출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제약업계에서도 라니티딘 사태보다는 메트포르민 사태가 업계에 미칠 파장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2019년) 메트포르민 성분이 함유된 의약품의 원외 처방 규모는 4732억원에 달한다. 이는 라니티딘 시장(연간 2345억원)의 2배에 이르는 규모다.
대웅제약은 식약처의 메트포르민 조사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식약처의 구체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특별히 마련해둔 대책은 없다는 입장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결과가 없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