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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간 영업익 1조 클럽'에 진입한 대림산업이 사상 최대 실적에도 배당을 축소한다. 석유화학사업 부문으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면서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최근 창사 이래 처음으로 해외 경영권을 인수하기도 했으며 미국에서는 메가 프로젝트의 투자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석유화학 업황 침체기인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17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지난해 결산 배당금을 모두 503억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23.4% 줄어든 수준으로, 2013년 결산 이후 6년 만에 배당 축소다.
앞서 대림산업은 결산연도 기준 △2013년 40억원 △2015년 117억원 △2017년 387억원 △2018년 658억원 등으로 주주친화정책을 이어왔다.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영업익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는 등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음에도 단기적으로 배당을 확대하기보다는 과감한 투자로 미래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최근 카리플렉스(Cariflex™) 인수를 마무리한데 이어 하반기에는 미국 투자의 구체적인 규모가 결정된다"며 "배당을 줄인만큼 석유화학 부문 투자를 잘 해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대림산업은 최근 미국 크레이튼(Kraton)사의 카리플렉스 사업 인수작업을 최종 완료했다. 석유화학 에너지 디벨로퍼로의 도약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대림산업의 첫 번째 해외 경영권 인수 사례다.
이번 인수로 카리플렉스의 브라질 생산공장과 네달란드 R&D센터를 포함한 원천기술까지 확보하게 됐다. 또 ▲미국 ▲독일 ▲벨기에 ▲일본 ▲싱가포르 등 글로벌 판매조직 및 인력과 영업권도 확보하게 됐다. 총 인수금액은 5억3000만달러다.
카리플렉스는 고부가가치 합성고무와 라텍스를 생산한다. 타제품에 비해 불순물이 적고 투명도가 높아 90% 이상이 수술용 장갑, 주사용기 고무마개 등 의료용 소재로 사용된다. 천연고무로 만든 수술용 장갑은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알레르기를 유발시킬 수 있으나, 합성고무로 만든 수술용 장갑은 이러한 위험성이 없다.
이 같은 안정성 때문에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유럽 및 아시아에서도 사용 비중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리플렉스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글로벌 합성고무 수술용 장갑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시장은 매년 8% 수준의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
대림산업은 이번 인수를 토대로 첨단 신소재 사업 육성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번 인수로 확보한 '고기능 부타디엔 고무 생산' 원천기술은 2월 기획재정부에서 선정한 신성장·원천기술 중 하나로, 우수한 활용성이 강점이다.
대림산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메탈로센 촉매 등 기술과 카리플렉스의 음이온 촉매 기반의 합성고무 생산기술을 융합해 의료기기, 우주항공, 기능성 타이어 등 첨단 산업분야에 적용 가능한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사업 확장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의료용 신소재 산업을 주목하고 있다. 해외기술 및 수입의존도가 높은 의료용 소재 국산화를 통해 의료용 신소재 산업 생태계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술개발을 통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한편, 국내 생산공장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 생산거점 확보를 통해 고용 창출은 물론,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직결되는 의료용 소재 산업의 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이와 함께 미국 석유화학단지 투자, 여수 석유화학단지 증설, 사우디아라비아 폴리부텐(PB) 공장 운영 투자 등 본격적인 석유화학사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실제 최근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석유화학 부문에서 올해 7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투자사업의 경우 구체적인 투자액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카리플렉스 인수 마무리와 여수 단지 증설(2000~3000억원) 및 경상적 투자를 포함한 수치다.
미국 투자사업은 태국 최대 석유화학회사 PTT 글로벌 케미칼(PTTGC)과 함께하는 총 100억달러 규모의 메가 프로젝트다.
PTTGC와 대림산업은 올 상반기 내로 미국 석유화학단지 사업의 최종투자결정(FIC) 절차에 돌입한다. FID는 사업성 등을 분석해 착공 이전에 최종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다.
PTTGC 측은 "미국 당국의 승인, 환경평가, 건설사 선택 등의 과정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상반기 내 FID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양사가 FID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으면서 석유화학단지 건설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마치고 연내 착공에 돌입해 2026년 초부터 상업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본 사업은 양사가 2018년 투자약정을 맺으면서 본격 추진됐다. 미국 오하이오주에 연산 150만t 규모의 에탄크래커(ECC)와 폴리에틸렌(PE) 제조공장 건설이 사업의 골자다.
사업이 완료되면 대림산업은 이를 미주 생산거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석유화학시장은 높은 운송비 부담으로 국내 업계의 진출이 어려웠던 곳이다. 이 공장은 미국 PE 수요의 70%를 차지하는 동부 지역에 있기 때문에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뿐더러 오하이오주가 미국 내 대표적인 셰일가스 생산 지역인 만큼 원료인 에탄을 저렴하게 조달할 수도 있다.이외에도 사우디 동부에 연간 8만t 규모의 PB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운영하는 데도 투자 중이다. 윤활유, 연료첨가제, 접착제, 건설용 접착 마감재 등에 쓰이는 PB는 세계 시장 규모가 100만t에 달한다. 대림산업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단일공장에서 범용 PB와 고반응성 PB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특허를 보윻고 있다.
대림산업은 이 기술을 적용해 세계적인 규모의 공장을 건설,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여수 석유화학공장에서 매년 약 20만t을 생산하고 있고 향후 25만t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가 완료되면 대림산업은 연간 33만톤의 PB를 생산할 수 있다. 이 경우 35% 이상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게 된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대림산업의 이 같은 행보들은 대림산업이 화학비즈에 무게를 두는 행보를 뜻한다"며 "화학 부분의 이익기여도는 현 25% 수준에서 지속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대림산업은 화학사업 성장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가 진행될 것"이라며 "미국 ECC 투자, 사우디 PB 증설 계획 등이 현실화되면 점진적인 화학회사로의 변모를 구체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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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이해욱 회장이 전문경영진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사내이사직에서 내려온 것도 석유화학 부문 강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림산업은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중심의 전문경영진 체제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한 발 물러서는 대신 김상우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 부문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김 부회장이 사장 선임 1년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초고속 인사'가 있었던 만큼 전문성과 독립성에 확실히 힘을 싣는 것으로 보인다.
대림산업 측은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할 수 있는 경영 투명성 확보가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 주주가치 극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과 국제유가 급락 등에 따른 석유화학업황의 침체기에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만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해 대림산업의 석유화학 부문은 매출 1조1151억원, 영업이익 784억원의 영업성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2016년 1조744억원 이후 이어진 성장세가 한 풀 꺾였다. 전년 1조2033억원에 비해서는 7.23% 감소했다. 2018년(1921억원)부터 내리막을 걷던 영업이익은 2012년 400억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감소세로 영업이익률도 2014년(6.46%) 이후 가장 낮은 7.03%에 머물렀다.
올해 영업성적 전망도 비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 분석 결과 올해 대림산업 석유화학 부문 매출은 1조1339억원, 영업이익은 71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1.6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 반면 영업이익은 9.40%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익률도 6.26%에 그치면서 수익성 저하가 1년 더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 시황이 글로벌 과잉공급과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 등으로 다운사이클에 진입한 가운데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따른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예정인 만큼 현금흐름 개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