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 덕 생산 차질 없이 공급 원활서버向 수요 증가·D램價 상승 '긍정적'中업체 생산 지연 '반사이익'베트남 등 현지 정부 협력, 생산 차질 방지 눈길확고한 경쟁력 기반, 바이러스 확산에도 존재감 '굳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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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코로나19'로 시작된 공포감이 경제, 산업계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산업을 지탱하는 큰 축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이미 글로벌 시장 공급의 상당부분 담당할 정도로 존재감이 크고 스마트폰이나 가전 등 세트시장에 비해 코로나19 타격을 직접적으로 입지 않는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적기에 투자를 진행하지 않으면 향후 사업 자체가 어려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의 특성 상 미래를 위한 신공장 가동 준비와 투자 등도 순항하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재계와 산업계가 입을 타격에 대해 우려가 쏟아지는 가운데에도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황은 전반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산업계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되는 1, 2분기에는 일부 영향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이마저도 세트 산업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일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우선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완전한 자동화 시스템 덕에 생산에는 차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사업장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이에 앞서 추가적인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이나 시스템 정비 등을 마쳐놓은 덕에 생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반도체 생산라인 자체가 자동화된 설비 중심으로 돌아가고 외부보다 감염병 침입이 불가능한 환경이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수요 측면에서의 충격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모바일 제조사들이 직접적으로 코로나19의 타격을 입으면서 모바일 메모리 수요는 약세를 나타낼 수 있다고 봤다. 이 같은 충격은 특히 2분기 들어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대신 서버향 수요가 커지는 흐름이 이어지며 모바일향 수요 축소를 충분히 상쇄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업황은 낸드보다는 D램, 그리고 출하량보다는 가격에 더 민감하다"며 "모바일 단기 수요 감소에도 서버 수요는 증가세에 진입했고 공급은 오히려 감소세를 나타내며 향후 D램 가격 상승폭은 가팔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콘텐츠 소비가 증가하고 재택근무가 늘어나는 영향으로 창출되는 수요가 데이터센터나 서버 시설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며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출하량이 역성장하는 반면 서버 출하량은 전년 대비 3.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서버 수요를 중심으로 가격을 회복하고 다시 반도체 상승 사이클을 앞두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미래 반도체 시장을 선점할 기술 개발과 신규 생산라인 가동에도 코로나19는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신설하고 있는 2공장 설비 입고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최근 시험 가동을 시작했고 상반기 중에는 실제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도 이천에 새로 건설 중인 M16 라인을 연내 가동하기 위해 당초 계획대로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 ▲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신공장 전경 ⓒLG디스플레이
    ▲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신공장 전경 ⓒLG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는 반도체보다는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지만 중국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으면서 수익성 측면으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대형 디스플레이의 경우 앞서 중국이 LCD 공급을 대폭 늘리면서 치킨게임을 이어가던 국면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일시적으론 1년 넘게 지속된 가격 하락세를 멈출 수 있었다.

    삼성은 올해 2종으로 라인업을 확대한 '폴더블폰'에 쓰이는 디스플레이 등을 확보하기 위해 베트남으로 달려갔다. 베트남도 코로나19 발생으로 한국인들의 입국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만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등 주요 제품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는 삼성과의 공조를 위해 관련 출장자들의 입국을 허가해줬다. 삼성은 전세기를 활용해 100여 명의 출장자를 현지에 급파했고 추가적으로 총 700여 명의 인력이 베트남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삼성의 핵심 생산기지로 떠오른 베트남은 물론이고 중국의 디스플레이 생산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사실상 유일한 대안인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의 발걸음은 더욱 바빠졌다. 중국 광저우에 OLED 신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는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예정했던 양산 시점인 올 1분기를 넘기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인 가운데 대형 OLED 패널 생산 1인자로서의 지위를 이어가기 위해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이처럼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예상보다 코로나19의 타격을 크게 받지 않을 수 있는데는 그만큼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로 자리매김한 덕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세트 부문에서는 중국이 국내 기업들을 뛰어넘은지 오래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같은 고도의 기술 집약적 산업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시장 공급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반증으로도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조업에서 중국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전방산업인 한국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의 원활한 생산에 협조하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면서도 "코로나19가 아시아에 이어 유럽과 미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이 같은 사태가 장기화될 상황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