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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각국의 경기부양책에도 증시가 여전히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한 패닉 상태인 증시의 추세 전환은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국내외 금융당국의 추가적인 금융·통화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가는 이번주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를 1400~1650으로 전망했다. NH투자증권 1400~1640, 하나금융투자 1450~1550, 케이프투자증권 1500~1650 등을 제시했다.
지난 20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7.4% 오른 1566.15에 마감하며 열흘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둔화 우려로 크게 위축됐던 국내 금융시장 불안감은 19일(현지시각)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14개국 통화스와프 체결 이후 다소 진정됐다.
그러나 지난 주말 뉴욕 증시에서 3대 지수는 다시 급락했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과 국제 유가 급락 등 악재가 터져나오면서 통화 스와프 확대 조치 약발은 하루도 가지 못한 모습이다.
이 영향으로 코스피도 폭락했다. 23일 오후 2시19분 현재 전일 대비 4.70% 하락한 1492.60포인트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피는 이날 6% 가까이 급락 출발해 장중 1490선으로 내려왔다. 장 초반 5분간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을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올해 들어서만 네번째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당장의 증시 추세 전환 자체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중론이다.
때문에 시장의 이목은 우리 금융당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들이 추가적으로 내놓을 고강도 금융·통화 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예은 IBK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 추세적인 상승이 나타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이르지만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면서 "연준이 추가적인 정책을 제시하며 불안감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며 코로나19 확산세 둔화로 진정한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선 이번주 예정된 제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구체화될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에 눈길이 모인다. 앞서 지난 19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주식시장 안전판 확보를 위해 증시 회복 시까지의 증권시장 안정펀드 조성을 예고한 바 있다.
김용구 연구원은 "글로벌 정책공조와 궤를 같이하는 정부 측 정책 대응이 본격화되고 있다. 관심은 2008년 11월 이래로 재가동되는 5조~10조원 상당의 증시안정기금의 출범"이라면서 "치료제·백신 개발과 같은 본질적 해법이 구체화되기 전까진 장세 성격변화를 논하긴 시기상조이지만 외국인 투매공세에 맞서는 수급 완충기제의 등장은 가뭄의 단비격 긍정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증시 상승에는 제한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증권안정펀드는 채권에서 효과가 크고, 증시는 하락을 억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과거 2018년 12월 채권안정펀드 집행 이후 국채금리 및 회사채스프레드 모두 안정화 국면에 진입했다"면서 다만 "증시안정펀드는 증시의 하락을 막는 데 기여하겠지만 반면 상승을 이끄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 미국의 달러 유동성 공급정책 등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추가적인 각국 금융·통화 대책에도 기대가 쏠린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1조3000억달러 규모의 긴급 예산을 편성해 이를 처리하기 위한 의회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최근 달러화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유동성 공급 정책이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당시 달러는 2008년 7월부터 20% 가까이 급등했다. 단기 고점은 11월 TARF(구제금융 법안) 통과 당시, 중장기 고점은 2009년 3월 양적완화(QE) 시작 이후"라며 "이를 감안하면 대규모 재정정책의 의회 통과를 전후해 달러의 단기 고점 통과와 지수 안정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유럽중앙은행(ECB)에서도 추가 유동성 정책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병연 연구원은 "ECB가 820억달러 규모 긴급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최소 올해 연말까지 실시하기로 결정한 이후라는 점에서 추가 금융시장 악화 시 OMT(무제한채권매입프로그램) 추가 발표이 가능성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같은 시장 안정을 위한 재정 정책에도 궁극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 추이에 경제적 영향이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신규 확진자 수는 100명선 아래로 떨어지며 증가세가 다소 둔화하는 반면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확진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증시 안정의 첫 번째 열쇠는 코로나19 확진자 수의 둔화"라면서 "확진자 수 증가 둔화와 백신 임상실험 통과 등이 선행돼야 투자심리의 불안을 달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영교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하순부터 4월 초순 사이에 미국과 유럽 내 코로나 확진자 수 증가 속도가 유의미하게 느려질 경우 1분기 말·2분기 초 실적 일부분만 훼손되는 반면 3분기 실적은 보복 수요 및 환율 영향으로 상당한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예상했다. 환자 수 둔화가 뚜렷하게 확인되기까지 변동성 장세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