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정상회의서 "성공적 대응 경험 공유" 제안해외유입사례 비중 커지고 수도권 확진자↑백경란 감염학회 이사장 "외국인 막아달라" 美 확진자 中 앞질러… 빗장연 韓 발목 잡히나
  • ▲ G20 화상회의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 G20 화상회의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정상이 중국발 코로나19(우한폐렴) 팬데믹(범유행) 극복에 적극 연대하기로 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의 방역을 성공적인 대응모델이라며 경험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신규 확진자수가 아직 세자릿수를 넘나들고 국외에서 유입되는 확진 사례 비중이 절반을 넘는 가운데 여전히 외국인 입국금지 조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섣부른 발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머잖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가 이후 확진자가 급증하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 발언을 두고 "대가가 큰 실수"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사상 처음 화상회의로 진행된 G20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 코로나19 극복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세계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국의 방역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의사와 과학자, 기업인 등 필수인력의 이동을 허용하자고 제안했다. 이 내용은 G20 공동성명에 반영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을 성공적인 대응모델로 소개하고 국제사회와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대부분의 여타 국가와 달리 전면적인 입국금지를 시행하지 않고 국경간 이동제한을 최소화하면서도 방역 효과를 높인 특별입국절차 등을 소개했다.

    이날 청와대는 서면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이날 오전 통화를 했고 트뤼도 총리가 "최근 어쩔 수 없이 미국과의 국경을 폐쇄하긴 했으나 기본적으로 중국 등 외국으로부터의 외국인 입국금지 조처를 하지 않는 한국의 결정은 옳은 선택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이런 자신감은 최근 보름째 신규 확진자가 100명 안팎에 머물면서 둔화세로 접어든 게 아니냐는 견해와 그동안 일부 외신으로부터 공항의 방역이나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 설치 등이 우수 방역사례로 소개된 점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옥외공간에 설치된 개방형 선별진료소.ⓒ연합뉴스
    ▲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옥외공간에 설치된 개방형 선별진료소.ⓒ연합뉴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두고 성급한 자화자찬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5일 하루동안 추가로 확인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04명으로 이중 절반 이상인 57명(54.8%)이 국외에서 유입된 사례다. 검역단계서 30명, 지역사회서 27명이 확인됐다. 국내 누적확진자중 국외 유입사례는 284명으로 증가세다.

    지역별 발생현황을 봐도 안심하긴 이르다는 의견이 많다. 25일 확진자 104명중 대구·경북에서 38명(36.5%)이 나와 여전히 비중이 컸다. 그러나 서울 13명, 경기 14명, 인천 1명 등 수도권에서도 총 28명(26.9%)이 나왔다. 수도권은 인구밀집도가 높은 만큼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급기야 국내 의료진 사이에서도 정부의 외국인 입국 금지 조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외국인까지 치료해주고 있을 정도로 일선 여력이 남아 있지 않다"며 "이제라도 외국인 입국 금지 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외국인이) 일부러 치료받으러 국내에 들어온다고 하기도 한다. 우리 국민 치료도 힘들고 의료진도 지쳤다"면서 "다른 나라는 이미 한국 다 막았다. 정부에서 주장하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금지(해달라)"고 토로했다. 외교부 발표로는 25일 오전 10시 현재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입국 금지·제한조처를 취한 국가·지역은 총 179곳으로 집계됐다.
  • ▲ G20 화상회의 발언하는 문 대통령.ⓒ연합뉴스
    ▲ G20 화상회의 발언하는 문 대통령.ⓒ연합뉴스
    국가별 코로나19 발생 현황만을 놓고 볼때 과연 한국이 방역의 우수사례인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적잖다. 대표적으로 비교되는게 대만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집계를 보면 24일 오후 4시 기준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9037명, 사망자는 124명이다. 반면 한국보다 하루늦게 첫 확진자가 발생했던 대만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215명과 2명이다. 대만은 코로나19 확진자가 10명이 되자 중국으로부터의 외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시켰다. 이를두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보건당국의 늑장 대처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 ▲ 뉴욕 퀸스의 한 병원 앞에서 코로나19 검사 기다리는 시민들.ⓒ연합뉴스
    ▲ 뉴욕 퀸스의 한 병원 앞에서 코로나19 검사 기다리는 시민들.ⓒ연합뉴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외국인의 입국을 막지 않는 우리 정부를 외국에서 칭찬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앞으로 국외유입 사례 증가는 방역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미국의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초기에 한국정부가 방역이 아닌 정치적 판단을 우선시하면서 중국인 입국금지에 나서지 않은게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적잖다. 형평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서다.

    존스홉킨스대학 집계 결과 26일 오후 5시30분(미 동부 시각 기준)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8만2404명으로 늘었다. 그동안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왔던 중국(8만1782명)과 2위 이탈리아(8만589명)를 제친 것이다. 미국은 지난 19일 확진자가 1만명을 넘긴뒤 뉴욕주를 중심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내에선 진단키트가 보급되면서 환자가 폭증한 탓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미 지역사회에 상당부분 전파됐다는 분석이다. NYT는 미국 행정부가 초기 코로나19 사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고 광범위한 검사를 제공하지 못하는 등 초기 대응이 미흡했던게 확산의 요인이라고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