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 유동비율 '119%'… 전년동기 대비 '반토막''유가변동성', '경기둔화', '中 PX 증설' 등 발목신용전망'안정적→부정적'… 2018년 3월 이후 분위기 반전
  • ▲ SK인천석유화학. ⓒSK인천석유화학
    ▲ SK인천석유화학. ⓒSK인천석유화학

    SK인천석유화학의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이어지는 실적 부진으로 현금창출력이 저하된 데다 차입 규모까지 늘어나면서 재무안정성 지표가 흔들리고 있다. 신용등급 전망까지 하향 조정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될 처지가 됐다.

    5일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SK인천석유화학의 1분기 유동비율은 별도 기준 119%로 지난해 1분기 246%에 비해 반토막났다. 직전 3년(2017~2019년) 평균 유동비율이 180%인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하락이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도 39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3725억원의 10.6%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직전 3년 평균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3815억원이다.

    최근 부진한 영업성적으로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더뎌진데다 차입금 증가로 부채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재무안정성 지표의 급격한 악화다. 가뜩이나 업황이 침체된 가운데 자칫 실적 부진 여파 등으로 차환 발행이 불발되는 등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경우 외부 차입 증가에 따른 건전성 저하와 신용등급 강등, 그로 인한 이자비용 증가 등 악순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1분기 SK인천석유화학은 국제유가 및 정제마진 하락으로 부진한 영업성적을 시현했다.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4555억원으로, 1분기 기준 2015년 602억원 이후 5년 만에 또 다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순이익의 경우 마이너스 3554억원으로, 직전 4년간 순이익 2672억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

    2018년 4분기 이후 △높은 유가변동성 △글로벌 경기 둔화 기조 확산 △중국의 대규모 파라자일렌(PX) 증설을 비롯한 수급 여건 저하 △미국의 대이란 제재 강화로 인한 원재료 조달 여건 악화 △정기보수로 인한 가동중단 등이 영향을 미치면서 이익창출력이 둔화됐다.

    올 들어서는 석유화학 부문은 소폭 흑자를 기록했으나, 정유 부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각국의 봉쇄조치로 수요가 급격히 둔화되면서 휘발유, 항공유 등 석유제품을 중심으로 손익분기점 이하의 정제마진이 지속됐다.

    특히 산유국간 분쟁으로 공급 충격이 발생하면서 국제유가는 연초 배럴당 60달러를 상회하던 수준에서 3월 평균 33.7달러로 급락하면서 재고 시차효과 및 기말 재고자산 평가와 관련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 ▲ 최윤석 SK인천석유화학 사장. ⓒSK이노베이션
    ▲ 최윤석 SK인천석유화학 사장. ⓒSK이노베이션

    향후 전망도 소폭 개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대규모 영업손실, 석유제품 수요 감소 및 낮은 정제마진 수준, PX 스프레드의 단기적 약세 지속 예상 등을 고려할 때 올해는 하반기 적자 폭 축소에도 연간으로는 흑자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글로벌 경기 하강으로 석유 및 화학제품 수요가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기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될 수 있으며 중국 지역 중심의 정제설비 신증설로 인한 공급 부담도 지속될 것"이라면서 "당분간은 유가, 정제마진 및 주요 화학제품의 수급 상황에 연계된 실적 부진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중기 실적은 점차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수급여건 저하 정도 등을 고려할 때 과거(2014~2016년)와 같은 빠른 실적 회복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및 미중 갈등 심화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는데다 정제마진 및 PX 스프레드 변동 등에 따른 실적변동성도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유동성 위기를 일차적으로 제어할 기초체력인 재무건전성도 저하됐다.

    2018년부터 부족자금 발생이 이어진 가운데 지난해 신종자본증권인 RCPS(발행잔액 8000억원)를 영구채 발행(6000억원) 및 여타 차입조달을 통해 상환한데다 배당금 지급, 영업창출력 저하 등으로 차입금 규모가 증가했다.

    올 들어서는 1분기 대규모 손실 영향으로 차입금 규모가 증가하는 등 채무 부담이 상당 폭 가중됐다. 1분기 기준 2018년 1조3112억원에서 2019년 1조8527억원, 올해 2조1640억원으로 증가하면서 재무안정성 저하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보유 토지 매각도 추진하고 있지만, 중기적으로 낮은 수준의 이익창출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차입금의존도는 큰 변동 없이 유지돼 채무부담 수준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 생산제품 전반의 마진 하락 등으로 전년대비 매출 및 이익 규모가 축소될 전망으로, 당분간 재무구조 저하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후로는 정제마진 회복 및 생산제품의 스프레드 상승 등에 따른 수익성 개선, 투자 및 배당 축소 등으로 점진적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증가한 재무부담을 감안할 때 본격적인 개선시기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권기혁 실장도 "유가 하락에 기인한 운전자금 감소,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 유입 전망 등에도 기존 차입 부담과 실적 저하로 인해 현금흐름과 재무안정성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3대 신용평가업체들은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SK인천석유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A+(긍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신용등급이 오른 2018년 3월 이후 27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