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아르케마社 고기능성 폴리머사업 인수M&A 통한 스페셜티 확보… 소재 기업 '딥체인지'성장성 높은 아시아시장 공략 등 글로벌 플레이어 도약
  • ▲ SK종합화학. ⓒ성재용 기자
    ▲ SK종합화학. ⓒ성재용 기자

    SK종합화학이 패키징사업에서 또 한 번의 M&A를 마무리하면서 고부가 소재사업 영역을 넓혔다. 스페셜티 제품 확보를 통해 업황 변동성에 대응하는 한편,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인 만큼 중장기적으로 고부가 소재 사업회사로의 딥체인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SK종합화학은 프랑스 아르케마社의 고기능성 폴리머사업 인수를 완료했다. 고기능성 폴리머는 기능성이 강화된 폴리머 소재로 △패키징 △이종재료용 특수점접착소재 △자동차 △전기전자 등 다양한 산업에 사용되는 고부가 화학제품이다.

    이번 인수 마무리로 SK종합화학은 패키징사업 부문의 새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SK종합화학 이사회는 패키징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아르케마의 폴리머사업 유·무형 자산 일체를 약 4392억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인수 대상 사업에는 4개의 제품 영업권 등 무형자산과 프랑스 내 생산시설, 생산·판매·기술인력 등이 포함된다.

    앞서 SK종합화학은 2017년 미국 다우社로부터 접착층과 차단층 핵심소재인 에틸렌아크릴산(EAA, 포장재 접착제 용도)과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냉동·냉장 육가공용 필름) 사업 부문을 인수(약 4767억원)함으로써 패키징사업 부문의 규모와 기술력을 강화한 바 있으며 이번 인수로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한 고기능성 접착소재는 ▲에틸렌 아크릴레이트 코폴리머(EA Copolymer) ▲에틸렌 아크릴레이트 터폴리머(EA Terpolymer) ▲에틸렌 바이닐 아세테이트 코폴리머(EVA) ▲MAH 그래프티드 폴리머(MaH-G) 등으로, 우수한 기술이 요구되는 제품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미국 FDA 승인을 받아 식품포장재 뿐만 아니라 자동차 소재와 같이 높은 안정성과 경량화를 요구하는 소재에도 사용되고 있다.

    EA 코폴리머는 글로벌 2위 제품으로, 저온 유연성이 있어 냉동 패키징에 유용하며 EA 터폴리머는 글로벌 2개 업체만 생산하는 제품으로, 자동차용 충격 보강제, 플렉서블 패키징 등에 적용된다. EVA는 탄성력과 접착성이 좋아 핫멜트 접착제 등에 사용되고 MaH-G의 경우 접착성이 우수해 플렉서블 패키징, 나일론 충격 보강제 등으로 사용된다.

    원종현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이번에 인수하는 제품은 소수 업체들이 사업을 영위하거나 글로벌 시장지위가 우수한 제품들로 구성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사업 측면에서는 제품다각화 수준이 강화되고 스페셜티 제품 확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석유화학산업에 내재된 업황 변동성에 대한 대응력이 제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소재의 국산화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행보다. 고기능성 접착소재의 경우 듀폰, 미쓰이 등 소수 글로벌 화학사들이 과점할 정도로 기술난이도가 높은데다 제조에 필요한 라이선스를 제공하지 않다보니 국내 기업들은 연간 4000t이 넘는 물량을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즉 이번 인수로 SK종합화학은 국내 기업 최초로 세계 최고 수준의 고기능성 폴리머 제조 기술을 확보해 소재의 자립 생산을 통해 국내 패키징 산업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데에도 기여한 셈이다.

  • ▲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 ⓒSK이노베이션
    ▲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 ⓒSK이노베이션

    SK종합화학은 이번 인수를 바탕으로 중국 등 플라스틱 수지 시장성장률이 높은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교두보로 삼아 향후 글로벌 패키징 시장을 확대하기로 했다.

    SK종합화학에 따르면 패키징 시장 규모는 온라인 쇼핑, 배달산업 등의 성장에 따라 향후 연 평균 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패키징 소재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K종합화학이 이번에 인수한 사업의 제품이 사용되는 플라스틱 수지 시장 규모는 2016년 270억달러에서 내년 35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인수가 마무리됨에 따라 범용에서 친환경 고부가 화학제품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그린 성장 전략'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을 뿐더러 소재 기술력 강화 및 패키징 산업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경쟁력까지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친환경적이면서도 삶의 질을 높이는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그린 성장 전략'을 강력히 추진해 고부가 소재 회사로 딥체인지를 이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사업다각화 과정에서 소요된 자금과 관련, 재무건전성이 소폭 저하된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분기 기준 SK종합화학의 주요 재무 지표들은 2017년 이후 지속 악화하고 있다. 절대적인 수치는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최근의 업황 침체와 고배당 성향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이 있는 만큼 적극적인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1분기 유동비율은 연결 기준 117%로, 지난해 1분기 142%보다 24.7%p, 2017년 1분기 219%보다 102%p 낮아졌다. 같은 기간 차입금(1조7899억원)이 1조1553억원, 부채(3조914억원)는 1조2087억원 각각 증가하면서 차입금의존도(55.8%)와 부채비율(96.5%)도 40.6%p, 51.2%p 높아졌다.

    2017년 다우 사업 부문 인수, 지난해 중국 내 정유업체 우한분공사 인수, 올해 아르케마 인수 등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의 투자 여파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중국발 과잉공급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른 수급 여건 저하로 업황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문 등 투자계획을 감안할 때 높은 배당 성향까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이다.

    원종현 실장은 "우수한 영업현금창출력, 제한적 설비투자 부담, 풍부한 보유 유동성 등을 감안할 때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SK이노베이션의 투자 자금 소요 확대에 따라 배당금 지급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차입금 부담 변화 수준과 재무정책 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