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공사 ‘김포공항 시설료 지원 중단’ 통보"국내선 수요 회복… 지원 연장 불가""대다수가 땡처리… 남는게 없다"
  • ▲ 코로나19 여파로 세워진 항공기들 ⓒ 연합뉴스
    ▲ 코로나19 여파로 세워진 항공기들 ⓒ 연합뉴스

    "국내선 수요 회복 됐다"

    한국공항공사는 최근 각 항공사에 '김포공항 시설료 지원 중단’ 관련 공문을 보냈다. 코로나19 대책으로 내놓은 정류·착륙료 감면·유예를 중단하겠다는 통보였다.

    공사는 "지난 5월 여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60% 대로 회복돼 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달 김포공항의 여객 수는 전년 같은 기간의 66% 수준으로 나타났다. 공사가 주장하는 중단 지원 기준은 ‘전년 탑승률 60% 이상’이다.

    하지만 업계는 기준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포공항은 제주노선 등 국내선이 대다수다. 최근 국내선 티켓은 대부분 이른바 ‘땡처리’로 팔고 있다. 제주행 항공권의 경우 정상가의 20~30%에 불과한 편도 9000원~1만원 대다.

    해외가 막힌 항공사들은 띄우지 못한 대형기를 국내선에 대체 투입 중이다. 띄워도 세워도 적자가 똑같아 울며 겨자 먹기로 운항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최근 탑승률은 지나치게 낮은 운임에서 비롯된 비정상적 회복세라는 의견이다.

    감면·유예 항목보다 100% 부과 중인 업무 시설료 부담이 더 크다는 불만도 있다. 지원에 포함되는 시설료는 매출과 비례해 부과돼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원을 체감할 만큼 매출이 일어나지 않는다.

    납부액이 정해져 있는 공항 내 사무실, 발권 카운터 이용료 등은 감면 없이 부과한다. 업체 규모에 따라 업무 공간료는 월 기준 최대 수억에 달한다. 운항 감소로 직원 대부분이 휴업 중이지만 부과액은 같다. 인천공항공사도 업무 시설료는 감면하지 않고 있다.

    A 항공사 관계자는 “지원 중단 기준은은 좌석별 단가, 수익률이 되어야 한다”며 “지원과 관련한 공항공사의 판단도 문제지만, 주무 부처인 국토부의 안일한 대처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 ▲ 텅 빈 공항 ⓒ 연합뉴스
    ▲ 텅 빈 공항 ⓒ 연합뉴스


    항공기 정비 등을 담당하는 지상조업사의 불만도 크다. 현재 조업사들은 장비를 놓아두는 계류장 이용료 등을 감면받고 있지만 어려움은 여전하다. 조업사도 지원 항목보다 업무 공간료 감면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낸다.

    B 조업사 관계자는 “셧다운이 본격화된 3월부터 매출 80%가 감소했다. 절반 이상의 직원이 휴업 중이며 임금지급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감이 없어 사무실을 비워놓고도 억대 임대료를 꼬박 납부하자니 허탈하다. 정부에서는 기간산업 고용유지를 강조하지만 현장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공사의 지원 가이드라인이 모호한 것도 문제다. 조업과 개인용 항공기 정비 사업을 함께 운영하는 C사의 경우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C사의 이용시설 중 일부는 조업사 지원 기준에 맞춰 계류장 이용료 등을 일부 감면받고 있다.

    정비 사업에 쓰이는 공간은 ‘상업시설 임대사업자’로 구분된다. 이 경우 고정 임대료로 책정된 금액을 매달 납부한다. 면세점 등이 이에 속하며 공사는 이들에 대해 최대 75%의 시설료 감면을 발표했다.

    C사는 1억원의 고정 이용료로 항공기 격납고를 임대 중이다. 격납고는 정비 등을 위해 항공기를 세워두는 장소다. C사의 격납고는 공사가 정한 ‘상업시설’이다. 관련한 공사의 대답은 “격납고는 임대료 지원이 어렵다”였다.

    C사 관계자는 “항공 연관업종 대책을 급히 만들다 보니 세세한 부분을 챙기지 못해 오류가 발생하는 것 같다”면서 “공항 내 대형 상업시설에 관심이 쏠리다 보니 사각지대에 놓인 영세 항공 사업자는 소리 없이 죽어간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도 우려를 표한다. 현장 상황을 청취하지 않은 채 규정에 매몰된 유관 기관에 대한 지적이다. 수천, 수백억대 예산을 들인다지만 현장의 체감이 떨어져 ‘생색 정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어쩔 수 없이 덤핑으로 티켓을 팔고, 일감이 없어 직원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항공업 현실”이라며 “지원 정책 취지를 시행 기관에서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실효성 없는 정책이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의 경우 항공사와 연관 업종 지원에 후하다. 멕시코의 경우 공항 내 사무실 임대료를 100% 면제 중이다. 이탈리아는 50%, 베트남은 30%대 감면 정책을 운영한다. 홍콩은 라운지, 사무 공간 이용료를 20% 가량 면제 중이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지원과 중단 기준은 앞서 진행한 업계 간담회를 통해 정한 것”이라며 “관련해 기재부, 국토부 등 유관 부처의 방침도 따랐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