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2025년까지 국비 114조 투입"디지털뉴딜, 기존 사업 재분류 수준 지적그린뉴딜, 이름만 바꾼 졸속 정책 우려사회안전망 강화 필요하나 기업 규제완화 절실
-
정부는 △디지털 △그린 △사회안전망 강화를 한국판 뉴딜의 핵심 정책방향으로 잡았다. 하지만 디지털 뉴딜은 기존 성장사업 재탕, 그린뉴딜은 MB(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아류라는 의견이 적잖다. 사회안전망 강화는 소주성(소득주도성장) 실패를 덮으려는 땜질식 정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대국민 보고대회 형식을 빌려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비대면과 친환경·저탄소 산업 육성 등 디지털·그린 뉴딜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19(우한 폐렴) 시대를 선도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한국판 뉴딜이 새로울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전환하겠다며 거창하게 발표했지만, 기존 정책사업을 그럴듯하게 재분류·재포장한 수준에 그친다는 견해가 많다.
디지털 뉴딜은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신성장 동력으로 찜해 집중 육성하겠다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이 대거 포함됐다. 정부는 디지털 경제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댐' 등 대규모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구축을 비롯해 데이터 수집·가공·결합 등을 통해 신산업을 육성하고 주력산업의 디지털 전환도 가속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AI))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과 사업이 주를 이룬다. 빅데이터·AI·5세대(G) 통신·로봇 등 미래 사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싫더라도 해야만 하는 신산업이 디지털 뉴딜이라는 카테고리 아래 헤쳐모인 모양새다.
-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MB 때와 뭔가 다르게 해야 하니까 녹색을 그린으로 바꾼 것"이라며 "근본적인 산업과 경제 체질을 바꾸지 않는 한 시늉만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녹색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은 좋지만, 우선돼야 하는 것은 관련 기업이 산업이 클 수 있게 규제를 풀고 법인세 인하 등의 기업활동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그린 뉴딜은 재정을 풀기 위해 급조한 느낌이 든다"면서 "MB 때는 정권이 시작되기 전부터 상당히 오랜 준비기간을 거쳤고 국제적인 활동도 많이 했는데 그린 뉴딜은 포장만 그럴듯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린 뉴딜은 기후변화에 대응해 신산업을 만들어낼 정도의 프로젝트가 눈에 띄지 않는다. 다른 나라들이 에너지효율화를 위해 투자하는 수준의 사업에 그친다"면서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해야 한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산화탄소(CO₂) 감축 약속을 지키려면 탈원전 정책을 포기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오히려 CO₂ 배출을 늘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재생에너지 확산과 관련해 정부가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해상풍력단지 조성을 위해 최대 13개 권역의 풍황을 계측하고 타당성 조사를 지원해 단계적으로 실증단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어업인들은 대규모 해상풍력단지가 해양생태환경을 훼손하고 지속가능한 어업활동을 저해하는 등 막대한 국가적 손실을 부른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
한국판 뉴딜의 실효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23일 내놓은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판 뉴딜에 대해 "상당수가 계획이 부실하거나 효과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예정처는 △그린뉴딜 유망기업 육성 △스마트 그린도시 △산업단지 태양광발전 사업자 사업 △스마트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호흡기 전담 클리닉 설치·운영지원 사업 등은 사업계획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AI 바우처 지원 △빅데이터 플랫폼 및 네트워크 구축 △전국 여행업체 실태 전수조사 등은 사업효과가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예정처는 한국판 뉴딜이 신기술·신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와 달리 이미 범용화된 기술을 단순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육인프라 디지털 전환사업이 대표적이다. 전국 초·중·고 교실에 와이파이를 구축하고 낡은 스마트 기기를 교체하는 사업 등을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재정
투입으로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