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구매 미달 보상금 '1조1천억' 포함최악 실적 예상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 이끌어'가뭄 단비' 역할 했지만... 계약 실현됐다면 더 큰 이익코로나19 판매량 급감 아이폰... 시장침체 장기화 걱정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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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지난 2분기 애플로부터 스마트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구매량 미달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했다. 규모는 9억 5000만 달러로 한화 약 1조 1000억 원이 넘는 금액이다.

    덕분에 2분기 최악의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삼성전자의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1조 원 가량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이 줄지 않아 생산에도 차질이 없었다면 삼성이 보상금을 훨씬 뛰어넘는 이익을 남겼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침체된 스마트폰 시장 분위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는 의견도 공존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시장조사전문업체 DSC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삼성전자와 약정한 스마트폰용 OLED 물량을 구매하지 못해 9억 5000만 달러(약 1조 1428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지난 2분기 이 같은 규모의 보상금을 애플로부터 받았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지난 7일 삼성전자는 2분기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당초 시장 예상치를 1조 원 가량 웃도는 수준의 깜짝 실적을 공개했고 시장 전문가들이 애플의 보상금 효과를 예상하기는 했지만 그 규모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어쨋건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여겨졌던 2분기 기대치를 훌쩍 넘어선 실적으로 다시 한번 위기에 강한 면모를 드러낼 수 있었다. 2분기 잠정 기준으로 영업이익은 8조 1000억 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직후 제시됐던 시장 전망치 6조~7조 원을 가볍게 넘겼다.

    애플의 이 같은 구매 물량 미달에 대한 보상금 지급 구조는 지난해에도 적용됐다. 미국의 IT전문 매체 애플인사이더는 애플이 지난해에도 삼성전자에 구매 물량 미달에 따른 보상금을 약 6억 8000만 달러 가량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며 애플의 보상금이 올해에만 발생한 이슈가 아님을 알렸다.

    애플은 애초에 삼성과 같은 거래처와 일정 수준의 물량 구매를 약속하고 전용라인을 통해 부품을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애플이 발주한 물량만큼 주문을 하지 않으면 거래처에 보상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계약이 성사된다. 삼성은 지난 2분기 애플에 약 7억 5000만 달러(약 9000억 원) 어치의 OLED를 공급하는데 그치면서 나머지 계약 물량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한 것이라는게 업계의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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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예상 밖의 보상금이 삼성의 실적 고비에 '가뭄의 단비'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평할 수 있지만 한 편으론 삼성이 당초 계약된 물량을 생산해 애플에 판매할 수 있었다면 더 큰 이익이 될 수 있었다는 점도 지적된다. 삼성이 애플을 통해 올리는 매출 규모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지만 통상 보상금을 지급하는 규정이 약정한 매출을 넘어서는 수준이 되기 어렵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약정 물량이 미달하는 것에 대한 보상금 지급 구조는 전용 생산라인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대가와 같은 것"이라며 "그만큼 전용라인을 구동하는 것에 비용 소모가 크고 이 라인을 풀가동하지 못할 때의 손해도 그만큼 따른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정 물량 생산을 위해 라인을 제대로 돌렸을 때 얻게 되는 이익과 그에 대한 기회비용을 보상금으로 보전해주는 차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애플의 구매 물량 미달이 결국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된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도 마냥 안도할 수만은 없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애플이 삼성에 지급한 보상금 규모가 올 2분기 2000억 원 넘게 늘었다는 점을 보면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올들어 애플의 아이폰 판매 부진이 더 심각해졌다고 할 수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1위인 애플의 판매 부진은 전체 수요가 축소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어 같은 스마트폰 제조사 입장의 삼성에도 타격이 됐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수요는 몇 년째 침체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급감했을 뿐만 아니라 분기 기준 판매량이 3억 대 이하로 떨어지면서 지난 2014년 1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기록했다. 애플은 물론이고 삼성도 해당 기간 동안 판매량이 20% 가까이 줄며 위기를 실감했다.

    이제 스마트폰업계의 시각은 하반기를 향해 있다. 2분기 최악의 고비를 넘기면서 하반기에는 소폭이나마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희망적이다. 하반기 애플이 첫 5G폰인 '아이폰12' 출시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지며 부품업계에도 애플발(發) 훈풍이 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