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팹리스 강자 ARM 매각 작업 개시...인수후보로 GPU 1위 '엔비디아' 꼽혀중국 ARM 국유화 가능성으로 커지는 논란...매각 관련 최대 변수로 부상잠재적 인수 참여자로 '삼성'도 거론...일부 지분 인수 가능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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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프트뱅크가 인수 4년 만에 반도체 팹리스업체 'ARM'을 매물로 내놓으면서 반도체업계에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여기에 내홍을 겪고 있는 'ARM 차이나'가 이번 매각의 변수로 떠오르면서 업계의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유력한 잠재 인수후보로는 '엔비디아'가 거론되는 상황이지만 업계 상황과 매각 규모 등이 얽혀 삼성전자와 같은 종합반도체기업도 이번 딜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5일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6년 인수한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기업인 ARM 매각을 추진하며 그래픽처리장치(GPU) 글로벌 1위 기업인 엔비디아와 협상에 나섰다. 블룸버그와 닛케이신문 등은 이번 협상이 수 주 안에 타결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ARM은 전세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의 90%를 담당하고 있을만큼 모바일 반도체 시장에선 절대 강자다. 생산설비(팹, Fab)없이 반도체 설계만을 담당하고 있어 대표적인 팹리스업체로도 꼽힌다.

    시장에서는 ARM의 몸값이 최대 550억 달러(약 65조 원)에 달한다는 평가를 하고 있어 이번에 엔비디아와 통매각이 이뤄지면 반도체업계 사상 최대 딜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하지만 딜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소프트뱅크가 일부 지분 매각을 통해 현금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재 ARM은 소프트뱅크가 지분 75%를, 비전펀드가 25%를 보유하고 있는데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는 엔비디아와 협상이 길어지며 통매각보다는 지분 일부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더 현실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ARM차이나가 내부적으로 대표이사 해임안을 두고 내홍을 겪고 있다는 점도 이번 매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ARM차이나는 지난 6월부터 앨런 우 대표 해임을 놓고 이사회와 직원들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사회가 앨런 우 대표의 해임을 결정했지만 앨런 우 대표가 이에 불복하고 있어 보다 못한 직원들이 중국 정부의 개입과 중재까지 요청하며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ARM차이나 내홍에 개입하게 되면 사실상 이 회사를 중국 정부 관리 하에 두는 국유화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져 전체 ARM 매각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ARM차이나가 전체 ARM 보유 지적재산권(IP) 매출의 30% 가까이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ARM차이나의 향방이 ARM 매각 조건은 물론이고 딜 성사 자체를 판가름 지을 수도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상황 탓에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와 우선적으로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추가적인 원매자가 등장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보는 의견도 우세하다. 이미 실제로 우수한 현금 보유력을 갖춘 삼성전자가 이번 딜에 뛰어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합군을 꾸려 반도체업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ARM 인수에 발을 걸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단 삼성전자는 단독으로 이번 ARM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최근 '시스템반도체 2030' 비전을 밝히며 해당 분야에 수 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지만 ARM과 같은 대규모 팹리스업체를 직접 인수하는 방안은 우선적인 투자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계획한 내부 투자에 자금을 집행하는데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신 일부 지분 투자에 참여하거나 컨소시엄에 참여해 ARM의 지배구조 변경에 따른 사업적 리스크를 줄이는데 역점을 둘 수는 있다. 현재 ARM과 협상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인수에 성공하게 될 경우 벌써부터 ARM의 강력한 기술인 '명령어집합체(ISA)'를 포함해 주요 IP를 폐쇄적으로 운영하거나 사용료를 올릴 경우의 수가 높게 점쳐지고 있어 이를 방어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지분 인수로 꼽힌다. 삼성을 포함해 애플과 인텔, 퀄컴 등 대부분의 반도체 제조사들이 사실상 잠재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 외에도 ARM이 독과점 이슈 등으로 매각에 걸림돌이 많아 예상과 달리 일정이 지연되거나 최악의 경우 딜이 무산될 가능성을 예견하는 이들도 많다. 여기에 높은 매각가도 ARM의 발목을 잡으면서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협상 상황이 전개될 확률도 무시할 수 없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