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아버지인 조양래 회장에 반기를 들며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을 한 데에 이어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엣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부회장도 누나에 합세했다.
장녀·장남 vs 父·차남 대결구도가 시작된 모양새다.
1차 관건은 법원에 달렸다.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와 함께 조현식·현범 형제의 항소심이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9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차녀 조희원씨의 선택도 주목된다.
조현식 부회장이 25일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회장님의 최근 결정이 주변 사람으로부터 얻은 사실과 다른 정보에 근거한 것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있다”며 “진행 중인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에 가족 일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건강상태 등에 대한 논란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주, 임직원 등의 이익을 위해 법적 절차 아래 객관적인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부회장의 이같은 행보는 사실상 아버지인 조양래 회장과 막내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사장에 반기를 든 것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장녀인 조희경 이사장이 아버지를 상대로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을 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조양래 회장이 하루 뒤에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장녀의 행동이 가족 간 불화로 비칠까 염려스럽다”며 “직원과 주주가 동요하기 전 상황을 수습하고자 한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조 회장은 “매주 골프를 즐기고 퍼스널트레이닝(PT)을 받는 등 나이에 비해 정말 건강하게 살고 있다”면서 “장녀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미 예전부터 조 사장을 최대주주로 점찍어 두었다”면서 “혼란을 막고자 보유한 주식을 전량 매매했다”고 강조했다.
불화설이 종식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조 부회장이 큰 누나의 결정에 힘을 보태면서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됐다.
조양래·조현범 vs 조희경·조현식 구도에 빠져있는 차녀 조희원씨는 누구 편을 들까.10.82% 지분을 보유한 조희원씨는 재미교포와 결혼해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내달 9일 예정된 조현범 사장의 항소심 2차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어서 입장 표명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지분율이 낮은 조희경 이사장에 비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은 조희경(55세, 0.83%), 희원(54세, 10.82%), 현식(51세, 19.32%), 현범(49세, 42.9%) 4남매가 나눠갖고 있다.
외견상 3남매가 힘을 합쳐도 30.97%로, 조현범 사장(42.9%)과의 지분경쟁에서는 역부족이다. 조희원씨가 중립을 선언하면 20.15% vs 42.9%가 되고, 오히려 조현범 사장 손을 들어준다면 20.15% vs 53.72%로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된다. 그만큼 조희원씨의 결정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법원의 결정이다.
법원이 조양래 회장의 정신 건강 상태 등을 검증한 뒤 조 회장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제3자를 후견인으로 지정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조 회장이 조현범 사장에게 지주사 지분을 매각한 결정이 뒤집어질 수 있고,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도 있다.
반면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이 기각될 경우에는 조현범 사장으로 경영 승계가 공식화되면서 반기를 든 조희경 이사장과 조현식 부회장의 입지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법원 절차는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현재 진행 중인 조현식·조현범 형제의 항소심 결과이다.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현범 사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식 부회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보석으로 풀려났던 조현범 사장이 2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다시 구속될 경우에는 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이 소용돌이 속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조현범 사장은 조양래 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와 혹여나 발생할 지분 대결에도 대비를 해야 한다. 여기에 본인의 재판에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되는 상황이다.
한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조양래 회장은 보유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보통주 2194만2693주(23.59%)를 지난 6월 26일 블록딜 형태로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매각했다고 30일 공시했다. 조현범 사장(1972년생)은 기존 보유 지분 19.31%에서 42.9%로 늘어나면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