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완성차업계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올해 임협 또는 임단협에 난항이 예상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대면 협상이 어려워지면서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실적 악화에 따른 노사간 의견 차이로 합의안 도출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를 제외한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의 올해 교섭이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경영여건이 좋고 실적이 호조일 경우에는 여름휴가 전후에 교섭 타결이 종종 이뤄졌다. 최근 들어서는 추석 전후, 길게는 연말 또는 해를 넘기는 등 장기화되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올해 교섭은 현대차만 임금협상(임협)이 진행되고, 나머지는 임금 및 단체교섭 협상(임단협)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23일 0시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했다, 그럼에도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아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또는 2.5단계 격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로 인해 노사 대표 및 실무자들이 집단으로 모여 대면 협상을 벌였던 기존의 교섭 방식은 더이상 진행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현대차 노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임금협상을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비대면 교섭은 이날 예정된 4차 교섭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교섭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직접 대면하면서 협상을 벌이지 않고 화상으로 하게 될 경우 아무래도 진솔하게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던 공감대 형성이 부족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교섭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처음 시도하는 방식이어서 노사 모두 어색하고 서툴 수도 있다. 때문에 교섭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지엠 노사는 부평지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지난 19일과 20일에 창원공장에서 교섭을 진행하기도 했다.
기아차 노사는 이날 임단협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교섭을 시작할 예정이다. 르노삼성 노사도 지난달 교섭 시작 이후로 아직까지 진전된 내용이 없다.
교섭 내용 측면에서도 코로나19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노사가 합의안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실제로 완성차들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현대차는 상반기에 영업이익 1조4541억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9.5% 감소한 수치다. 기아차도 상반기에 영업이익 5896억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8% 급감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비상장사로 반기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노조의 요구안은 다소 무리가 있다.
현대차 노조의 요구안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결정에 따라 기본급 월 12만304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연 174만대 국내공장 생산 규모 유지, 전년도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이다.
기아차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1인당 성과급 2000만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은 금속노조 소속으로 기본급 인상 요구액을 동일하게 적용했다.
르노삼성 노조는 기본급 월 7만1687원 인상, XM3 론칭 격려금 등 700만원 일시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교섭은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임협을 해를 넘겨 9개월여 만인 올해 4월 타결시켰다. 르노삼성도 지난해 임협이 해를 넘겨 7개월만에 타결됐다. 진통이 컸던 만큼 올해 노조의 요구안은 커졌고, 사측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재무 사정이 넉넉하지 못해 수용이 힘들어 보인다. 합의안 도출에 많은 시간과 적잖은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현대차 노조는 추석 전 타결을 목표로 밝히면서 조기 타결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낼 정도로 현 집행부는 강경이 아닌 실리 성향을 보이고 있는 고무적인 측면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교섭은 코로나19로 인해 여러가지 어려움이 동반될 것 같다”며 “대면 협상을 하기 힘들다는 것도 변수가 될 수 있고, 노사간 입장 차이가 큰 것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노조 입장에서 대규모 집회나 단체행동은 지양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집회나 파업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에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쌍용차는 지난 4월 17일 올해 임단협 조인식을 체결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먼저 교섭을 마무리했으며, 11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