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적자 속 고수익성 기록글로벌 수요 증가 기반 생산능력 확대친환경 규제로 신제품 개발도 착착
  • ▲ 'SK지크' 프리미엄 신제품. ⓒSK이노베이션
    ▲ 'SK지크' 프리미엄 신제품. ⓒSK이노베이션
    정유업계가 상반기 정제마진 악화와 국제유가 급락, 코로나19 확산 등의 여파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알짜' 윤활유 부문이 원가 개선 효과로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했다.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판매량 확대 등이 기대되는 만큼 정유업체들도 신제품 라인업을 선보이면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4사는 상반기 윤활유 부문에서 총 451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본업인 정유 부문에서 5조447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정유사의 알짜기업으로 꼽히는 윤활유 부문이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정유 사업이 흔들리자 더욱 돋보이고 있다는 평이다.

    정유사들은 1분기부터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와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 정제마진 악화 등 '삼중고'에 시달리면서 정유 부문의 손실을 면치 못했다. 이에 정유4사는 1분기 총 4조3775억원, 2분기 7241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에는 유가 상승으로 재고평가 손실이 줄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실적 반전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나마 분기마다 윤활유과 같은 비정유 부문이 정유 부문 손실액을 보전했다.

    각 사별 상반기 윤활유 부문 실적을 살펴보면 에쓰오일은 219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6.7%로, 지난해 상반기 8.8%에 비해 3배 이상 개선되는 등 실적 '버팀목' 역할을 했다.

    GS칼텍스는 영업이익 1221억원, 영업이익률 2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정유 부문이 1조334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과 상반되는 결과다. SK이노베이션(663억원)과 현대오일뱅크(437억원)도 흑자를 내면서 정유 부문의 손실을 일부 상쇄했다.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마진이 개선되면서 이 같은 실적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에도 윤활기유에서 호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윤활유 원재료인 고유황 벙커씨유 가격이 떨어진 것이 주효했다"며 "정유 사업에 비해 수출 물량이 유지된 것도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정유사들은 유가 변동과 정제마진 악화 등으로 정유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비정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 중 윤활유 사업은 높은 이익률로 비정유 확대에 힘을 더하고 있는 '효자 사업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윤활유 사업의 경우 대외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정유 사업보다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형태"라며 "과잉공급 상태인 정유 시장에 비해 과잉 상태가 아닌 윤활유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정유사들은 우수한 윤활유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윤활유 시장이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정유 사업 적자가 심하다보니 윤활유의 수익성이 더욱 돋보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 ▲ 현대오일뱅크가 후원 중인 울산현대축구단의 조현우(좌), 이청용 선수가 현대엑스티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 현대오일뱅크가 후원 중인 울산현대축구단의 조현우(좌), 이청용 선수가 현대엑스티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향후 윤활유 시장은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경제 성장,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친환경 정책으로 꾸준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IHS마킷에 따르면 친환경 윤활유 시장은 자동차 배기가스와 연비 규제 강화로 2025년까지 매년 평균 13% 증가할 예정이다. 특히 자동차용 고급 윤활유는 수요가 매년 10%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석유공사 집계를 보면 상반기 국내 정유업계가 세계 42개국에 수출하는 윤활유는 모두 924만배럴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0% 늘어났다. 코로나19 셧다운으로 미국·유럽에서 수요가 줄었지만, 비교적 빨리 경제를 재개한 중국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한 결과다.

    정유사들은 친환경 기능을 강화한 신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특히 프리미엄 시장에 특화된 윤활유 제품을 출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올해 윤활기유 사업에서 가장 큰 이익을 거둔 에쓰오일은 하루 4만4700배럴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룹Ⅰ·Ⅱ·Ⅲ 윤활기유를 모두 생산하는 업체로는 세계 최대의 단일공장 규모다. 최근에는 전기차에 최적화된 4종의 윤활유 개발을 완료, 글로벌 친환경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제품 라인업 확장에도 적극적이다.

    이와 관련, 미국석유협회(API)와 국제윤활유표준화위원회(ILSAC)는 5월부터 연료 이상연소 및 엔진마모 방지, 청정 효과 등 친환경 기능을 대폭 강화한 신규 규격을 발표했으며 국내 정유사들은 제각기 해당 규격을 충족하는 신제품을 출시, 대응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친환경 가솔린 엔진용 윤활유 '현대 엑스티어 울트라 시리즈' 11종에 독자 개발한 기술을 적용, 엔진마찰 감소와 엔진오일 누유 예방을 비롯한 성능개선 효과를 어필하는 등 고객 니즈에 대응하기 위한 고성능·친환경·맞춤형 제품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SK루브리컨츠도 연비 개선에 강점을 지닌 'SK 지크(ZIC) X7' 등 프리미엄 신제품과 'SK 지크 제로' 5종 등 초점도 윤활유를 앞세워 수익성 확대를 노리고 있다. 하이브리드에 적합한 제품 개발을 비롯해 전기차 등 친환경차용 시장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에쓰오일토탈윤활유는 '토탈 쿼츠 9000'을 비롯한 가솔린 엔진오일 18종을 출시했다. API와 ILSAC의 최신 성능 규격 인증을 받았으며 피스톤 청정성과 산화 안정성을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을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차량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높이는 친환경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윤활유 판매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