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PI 필름-아라미드 등 고부가 소재 호조'성장 모멘텀' 수소연료 전지 부품 개발도 본격화
  • ▲ 코오롱인더스트리. ⓒ권창회 기자
    ▲ 코오롱인더스트리. ⓒ권창회 기자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상반기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면서 지난해 4분기의 어닝쇼크에서 벗어났다. 투명 폴리이미드(PI) 필름(CPI®)과 아라미드 등 고부가 소재들의 '쌍끌이'로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소재 부문의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서서히 속도를 올리고 있는 수소 연료전지 부품 개발은 성장 촉진제 역할을 할 전망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 분석 결과 하반기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영업이익은 807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628억원에 비해 28.4%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상반기 633억원에 비해서는 27.4%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하반기를 저점으로 상반기 턴어라운드에 성공한데 이어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하반기의 경우 4분기 영업이익이 112억원으로 쪼그라들면서 2009년 12월 인적분할 이후 두 번째로 저조한 반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가장 낮은 반기 영업이익은 2018년 하반기 532억원이다. 4분기 영업이익도 2014년 3분기 102억원 이후 최악의 분기 성적이다.

    실적 개선세의 배경에는 투명 PI 필름과 아라미드 등 고부가가치 소재의 성장세다.

    상반기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필름·전자재료군의 영업이익은 모두 111억원이다. 상반기 기준 2018년 60억원 손실에서 지난해 103억원 흑자전환한데 이어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체 영업이익에서의 비중도 지난해 9.39%에서 17.5%로 확대됐다.

    투명 PI 필름이 본격적으로 양산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10년 넘는 R&D 끝에 출시된 CPI는 최근 매출이 상승세에 접어들었다. 이 필름은 유리처럼 표면이 딱딱하면서도 잘 접히는 특성 때문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쓰인다.

    지난해 일본이 수출 규제 리스트에 올렸을 만큼 핵심 소재로 꼽힌다. 일본 기업만 생산할 수 있었지만,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000년대 중반부터 개발을 시작해 2017년 세계 최초로 연간 100만㎡, 스마트폰 2500만~3000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생산라인을 구미공장에 완공하고 양산체제를 갖췄다.

    CPI라는 브랜드로 출시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투명 PI는 지난해 폴더블폰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면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폴더블폰을 생산·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이 테스트·제작용으로 구매에 적극 나서면서 물량을 대기 힘들 정도라는 후문이다.

    뿐만 아니라 생체인식 전문기업인 크루셜텍과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생체인식 기술을 접목한 솔루션을 공동개발하기로 하는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 선점을 위해 다방면으로 준비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측은 "현재 새로운 디스플레이업체에 CPI 제품을 양산용으로 공급하고 있다"며 "핸드폰마다 탑재되는 CPI 스펙이 다르다보니 고객사의 요청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지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폴더블폰 시장 개화시기로, 향후 추가 성장이 예상된다"며 "국내와 중국 폴더블 스마트폰 개발업체들이 CPI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어 잠재적인 성장성은 충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개발한 투명PI필름 'CPI®필름'. ⓒ코오롱인더스트리
    ▲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개발한 투명PI필름 'CPI®필름'. ⓒ코오롱인더스트리
    '슈퍼 소재'로 알려진 아라미드도 호황이다. 올해 초 구미공장 증설을 예정보다 빠르게 마무리한 뒤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증설 완공으로 연간 아라미드 생산량은 국내 최대 규모인 7500t으로 늘어났으며 이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아라미드는 5㎜ 정도 굵기의 가는 실이지만, 같은 중량의 철보다 다섯 배 강하고 500℃가 넘는 고온에도 견딜 수 있는 특수소재다. 주로 소방관용 방열복, 방탄복, 방탄헬멧 등에 쓰인다.

    아라미드 섬유인 헤라크론 제품은 생산량을 늘렸지만 주문이 밀려들어 재고가 쌓일 새도 없이 생산되는 즉시 고객사로 인도되고 있다. 지난해 석유화학 업황 불황에도 나 홀로 성장하며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실적을 견인했을 정도다.

    국내는 물론, 북미·유럽 등에서 5G 상용화에 따른 통신망용 광케이블 구축과 맞물리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통신망 관련 프로젝트는 코로나19 영향권에서 빗겨나 있어 해외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게다가 아라미드는 진입장벽이 높은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36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듀폰(43.3%), 일본 테이진(33.4%)에 이어 3위(10.7%)를 차지하고 있다.

    이동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5G 광케이블, 미국·유럽 방탄향 신규 입찰 증가로 올해 아라미드 사업은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며 "증설 분의 경우 기존 라인에 비해 생산속도가 빠르고 고부가 제품 비중이 커서 실제 생산능력이나 매출액은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수소 연료전지 부품 개발에도 속도를 더하고 있다.

    수소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수분제어장치(Membrane Humidifier)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31년간 축적한 멤브레인 설계, 제조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세계적으로도 극소수 업체만 생산기술을 보유 중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설비를 보유한 것은 물론, 매년 증설 투자해 독보적 우위를 확보해가고 있다.

    2013년 현대자동차와 협력·개발해 세계 최초로 수분제어장치를 상용화한데 이어 2025년 이후 세계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목표로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막전극 접합체(Membrane Electrode Assembly, MEA)의 경우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축적한 필름 후가공 기술과 융합한 응용분야별, 개발단계별 제품 설계기술도 확보해 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는 파일럿 설비를 서울 강서구 마곡연구단지에 구축했다.

    현재 국내 및 중국 연료전지 시장 진입을 위해 구동용·건물용 MEA를 개발해 고객 인증절차를 진행 중이며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생산설비 투자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나아가 수소 연료전지 핵심 소재의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수소전기차 뿐만 아니라 △주택·건물용 △드론 △중장비 △기차 △선박 등 단계적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무석 코오롱인더스트리 연료전지사업 담당 상무는 "수소산업 생태계에서의 소재부품 산업의 새로운 기회가 왔다"며 "보유한 핵심 소재 기술을 활용해 수소 연료전지뿐만 아니라 수전해 분야까지 사업 확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재무구조도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어 이 같은 실적 성장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상반기 기준 2016년부터 악화하던 유동비율이 4년 만에 반등했다. 상반기 유동비율은 92.7%로, 지난해 상반기 85.3%에 비해 7.38%p 개선됐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도 같은 기간 788억원에서 1356억원으로 72.0% 증가했다. 직전 5년(2015~2019년) 상반기 평균 940억원에 비해서도 늘어나면서 재무안전성 개선을 대변했다.

    차입금 및 부채가 줄어들면서 재무건전성도 제고됐다.

    차입금을 비롯한 부채는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차입금(1조6700억원)과 부채(2조8587억원)는 2018년 상반기에 비해 각각 6.67%, 13.3% 줄어들었으며 전년대비로는 4.63%, 12.24% 개선됐다.

    차입금의존도는 74.2%로, 지난해 상반기 81.0%에 비해 6.79%p 낮아졌으며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150%에서 127%로 23.6%p 감소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측은 "코로나19 영향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필름·전자재료 및 고부가 제품의 소재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외 리스크를 극복하고 견조한 실적 기조를 유지해 나갈 계획이다. 실적 회복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