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간이식환자 추적관찰 결과, 재발률·사망률↓ 연구팀 “간이식 환자에게 백혈구제거 혈액 사용 우선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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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 수술 시 일반 혈액제제 대신 ‘백혈구제거 혈액제제’를 수혈해 간암 재발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24일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마취통증의학과 권지혜·한상빈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간이식 후 간암 재발률은 ‘일반 혈액’ 수혈 시 1년 후 15.6%, 2년 후 21.6%, 5년 후 33.7%였으나, ‘백혈구제거 혈액’ 수혈 시 1년 후 9.6%, 2년 후 15.6%, 5년 후 18.1%로 2배 가까이 줄었다.사망률도 백혈구제거 혈액 수혈 시 전반적으로 더 낮았다. 특히 5년 후 사망률은 백혈구제거 혈액 수혈 시 16.7%, 일반혈액 수혈 시 28.9% 였다.연구팀은 2008년 3월부터 2016년 3월 사이에 삼성서울병원에서 간세포암 치료를 위해 간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 중 연구요건을 충족하는 166명을 최대 5년간 추적 관찰했다.연구 결과, 타인의 백혈구가 다량 포함되어 있는 일반 혈액제제가 간암 재발 위험을 높이는 이유는 백혈구로부터 분비되는 면역조절물질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혈액이 헌혈 후 수혈되기 전까지 냉장보관되는 동안 면역조절물질들이 백혈구로부터 빠져나가 혈액제제 내부에 축적된다. 수혈 시 혈액과 함께 환자에게 주입된 면역조절물질들은 면역력을 떨어뜨려 암세포에 대한 저항력을 낮추는 동시에, 혈관내 순환중인 암세포들이 이식된 간을 포함한 폐, 뼈 등 인체 다양한 부위에 붙어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백혈구제거 혈액의 경우 ‘혈액원’에서 혈액제제가 만들어질 때 이미 백혈구가 대부분 제거되어 냉장보관 동안 혈액제제 내부에 면역조절물질이 쌓이지 않는다. 일반 혈액제제의 경우 ‘의료기관’에서 수혈 직전 백혈구를 제거하기도 하지만, 백혈구만 제거될 뿐 이미 분비된 면역조절물질은 혈액 내부에 그대로 남게 된다.단순히 백혈구 제거 여부가 아닌 백혈구 제거 시점의 중요함(즉, 냉장보관 전 헌혈 시 곧바로 제거되느냐 아니면 냉장보관 후 수혈 시 뒤늦게 제거되느냐)을 밝혀낸 부분에서 이 연구가 임상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혈액원의 시설/인력/비용 등 문제로 현재 ‘냉장보관 전 백혈구제거’는 전체 적혈구 제제의 15% 에서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백혈구제거 혈액제제 사용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경쟁이 발생하게 되는데 면역저하가 극심한 혈액암환자, 항암치료환자 등에게 우선적으로 사용된다.지금까지 간이식 환자에서 백혈구제거 혈액제제의 효과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연구된 바가 없어 우선권 보장이 어려운 실정이었지만 이번 연구 결과로 간이식 환자도 우선권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연구팀은 “이식 당일 및 이식 후 며칠 사이에 환자 몸 속에 남아 있는 암세포들은 빠르게 전이를 진행함으로 이 시기 환자관리는 경과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일반 혈액 대신 백혈구제거 혈액을 사용함으로써 간암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 만큼, 간이식 환자에게 백혈구제거 혈액 사용 우선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또한 “수술중 출혈된 환자 본인의 피를 회수해 다시 수혈하는 ‘자가수혈기법’ 역시 적극적으로 사용돼야 한다. 자가수혈 없이는 제한적으로 공급되는 백혈구제거 혈액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이식외과, 진단검사의학과, 혈액은행 및 마취통증의학과가 긴밀한 협조 하에 모든 성인 간이식 환자에게 자가수혈기법을 적용, ‘냉장보관 전 백혈구제거 적혈구 제제’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한편, 이번 연구는 국가 기반 백혈구제거 혈액제제의 전면 도입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보건복지부는 혈액사업 중장기 발전계획(2018~2022)을 통해 전체 적혈구제제의 15% 에 머무르고 있는 ‘보관 전 백혈구제거’ 비율을 2022년까지 전면 확대하기로 확정한 바 있어 향후 백혈구제거 혈액에 대한 접근성은 한층 개선될 전망이다.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Transplantation> (IF 4.743/2018년 기준)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