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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IPO(기업공개) 시장 대어,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수요예측을 시작하며 상장 일정을 본격화한다.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빅히트의 적정기업 가치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25일까지 양일간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기관 수요 예측을 진행하고, 28일 최종공모가를 결정한다. 이어 내달 5~6일에는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을 거쳐 15일 코스피 상장을 예정하고 있다. 주관사는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키움증권이다.
희망 공모가밴드는 10만5000~13만5000원, 총 공모 주식수는 713만주다. 앞서 흥행 대박을 터뜨린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상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상단인 13만5000원으로 공모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빅히트의 공모가 기준 예상 시총은 3조5500억~4조6000억원 규모다.
시장의 관심은 지난 7월초와 이달초 각각 상장된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의 뒤를 이어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상한선인 2배로 결정된 뒤 상한가)'을 기록할 수 있을지 여부에 쏠려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성공 여부에 따라 향후 공모주 투자 열풍 지속될 수 있을지가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공모주 상장 초기 경쟁률이 치열해지면서 일시적인 과열로 인한 주가 상승에 대해 거품 논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 직후 21만7000원까지 주가가 올랐던 SK바이오팜은 이후 지속 하락해 23일 종가기준 16만2000원을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는 8만1100원까지 올랐다가 이날 5만5800원까지 내렸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이 나온다. 희망 공모가를 제시할 때 엔터테인먼트업종에서는 잘 쓰지 않는 설비 투자와 감가 상각 규모가 큰 제조업이 쓰는 방식(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을 택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용산무역센터 전체를 빌리는 임차계약을 맺었다"면서 "이것이 운용리스로 반영되면서 감가상각비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상각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를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교기업을 고를 때도 동종 업계에서는 대표 회사 중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고 있는 에스엠은 제외하고 제이와이피와 와이지만 선택했고, 엔터테인먼트 회사보다 높은 평가를 받은 업종인 네이버와 카카오를 포함시켜 기업가치를 부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영향으로 엔터테인먼트기업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인 30배가 아닌 50배에 이르는 PER을 적용받았다.
증권가에서는 빅히트에 대한 평가가 갈린다. 우선 하나금융투자는 빅히트의 목표주가를 38만원으로 파격 제시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구축한 '위버스'라는 온라인 글로벌커뮤니티 플랫폼에 대한 기대감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위버스숍을 통해 음반·DVD·책·굿즈·VOD 등 커머스사업을 하고 있다. 단순 연예기획사가 아닌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IT플랫폼 사업자로서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기훈 연구원은 "출시 1년 만에 위버스 가입자는 3배 이상 증가했으며 라이트팬의 월 평균매출(ARPU)은 약 7만원 수준으로 성장했다"면서 "위버스는 디즈니랜드를 온라인으로 구현한 플랫폼으로 해외 팬덤을 대상으로 언어부터 결재, 배송까지 일련의 구매 과정에서의 장벽을 사라지게 했다"고 평가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위버스는 구독 모델 및 유료 스트리밍에 기반한 콘텐츠, 커머스 플랫폼으로 다양한 핵심 팬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며 "최근 외부 아티스트의 위버스 입점도 추진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반대로 소속 아티스트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높은 매출 의존도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콘서트 차질 등은 부정적인 요소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작년 기준 빅히트 전체 매출액의 97%가 BTS로부터 나왔다"며 "통상적으로 표준 최대 계약 기간이 7년인 만큼 아이돌 그룹의 경우 전속계약 만료시점 도래가 위협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올해 상반기 빅히트 공연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99% 줄었다"며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언택트 공연'이 대체 수단으로 떠오르긴 했으나 오프라인 콘서트 재개 시점 지연은 향후 이익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