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등 1급 감염병에 경제사정 어려우면 임대료 감액 요구 가능특정상황 법률에 명시… 소송·분쟁시 임차인 요구 전향적 수용 가능성 커져
  • ▲ 박병석 국회의장ⓒ뉴데일리 DB
    ▲ 박병석 국회의장ⓒ뉴데일리 DB
    임차인이 코로나19 등 감염병이 확산해 경제사정이 어려워졌다면 임대료를 깎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국회는 24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상임법)을 가결했다. 252명 재석 중 찬성 224표로 통과됐다. 반대는 8명, 기권은 20명이었다. 상임법은 전용기·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것 외에도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등 103명이 발의한 법안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병합·대안 제출한 것으로 발의 시점부터 본회의 통과가 유력했다.

    개정안의 핵심 골자는 코로나 등 1급 감염병에 의한 경제사정의 변동이 생길 경우 임대료를 증감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현형법은 '임차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의 증감이나 경제 사정의 변동'에 한해 증감 요구권을 쓸 수 있었다.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건물주에게 임대료 감면을 요구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은 임대료 감면을 임대인에게 강제하는 조항은 반영되지 않았지만, 무작정 거부하는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는 임대료 증감 요구권을 사용할 수 있는 요인에 '1급 감염병 발생'이란 특정상황을 명시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동안 법원은 단순한 경제사정 변동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으로 해석해왔는데, 상임법에 '1급 감염볌'이란 단어를 명시한다면 임차인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IMF 외환위기로 울산공항 내 식당을 운영하는 임차인이 공항 이용객의 급격한 감소와 소비위축으로 경영이 어려워졌다며 사용료 감액 청구를 한 사안에 대해 대법원은 기각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당시 대법원은 "영업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했다고 해도 이는 경영예측과 이에 따른 투자의 실패로서 원고들 스스로가 이를 감수하여야 할 사정"이라며 "식당과 스낵코너에 대한 사용료 약정이 임차물에 대한 공과부담 기타 경제사정 등의 변경으로 현저히 부당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상임법을 검토한 국회 법사위 전문위원은 "법률에서 구체적인 상황을 명시적으로 규정할 경우 이후 분쟁 조정이나 소송 등의 절차에서 법원이 입법 취지를 감안해 코로나19를 사유로 하는 임차인의 감액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송전으로 가기 전 거칠 수 있는 분쟁조정위원회도 임차인 편을 들 공산이 크다. 그동안은 법무부 산하 법률구조공단에서 운영하던 분쟁조정위원회가 최근 주택임대차법 개정안이 도입되면서 한국주택공사(LH)와 한국감정원도 운영하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나 경기도 등 지자체도 상가건물임대차분쟁 조정위원회를 꾸려 임대료 감액청구 조정을 지원하고 있다.

    상가업계에선 '지나치게 임차인만 배려하는 법'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가 임차인에게만 덮치는 문제가 아닌데 은행대출 등으로 이자 등 고정비용을 지불하는 임대인에게만 희생을 강요한다는 얘기다.

    법원행정처는 상임법 개정안에 대해 "1급감염병에 의한 경제사정의 변동은 임차인뿐 아니라 임대인에게도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며 "약정한 차임을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할 정도의 경제사정의 변동이라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또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위기상황에서 임대료 미지급을 이유로 임차인을 내쫓는 해지권을 한시적으로 제한하고 있을 뿐 적극적으로 임대료나 보증금 감액을 인정하고 있지는 않다"며 "감염병의 영향은 한시적인데, 구체적인 기간 제한 없이 차임증감청구권을 규정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