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II, LG화학 증거인멸 제재 요청 '찬성' 의견SK이노베이션 즉각 반발, "LG화학 정보 반출했다"… 포렌식 요청ICT 10월 26일 최종판결… '막판 극적 합의' 여부 촉각
  • ▲ LG화학 배터리(좌)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자료=각 사. ⓒ뉴데일리경제
    ▲ LG화학 배터리(좌)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자료=각 사. ⓒ뉴데일리경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산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이 배터리 특허기밀 침해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이 증거인멸을 하고 있다며 제재해 달라는 LG화학의 요청에 대해 찬성 의견을 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OUII 의견이 자사 의견서가 반영이 안 됐다고 즉각 반박했다. 뿐만 아니라 LG화학의 정보반출 의혹에 대해 ITC 측에 포렌식을 신청했다. 게다가 ITC까지 최종판결을 3주가량 연기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던 양측간 협상에 변수가 속출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OUII는 최근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을 이유로 법적 제재해달라는 주장에 동의한다는 의견서를 ITC에 전달했다.

    OUII는 개별 독립기관으로, ITC 소송에 대해 객관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기구다. ITC는 최종판결에서 양 당사자뿐만 아니라 OUII 의견도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OUII는 전기차 배터리 특허침해 소송에 앞서 지난해 4월 제기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도 LG화학이 증거인멸을 이유로 한 제재 요청에 동의한 바 있다. 이후 ITC가 올해 2월 LG화학에 예비승소 판정을 내렸던 만큼 이번에도 LG화학에 유리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OUII는 LG화학이 제출한 증거인멸 정황과 SK이노베이션의 고의성 등을 두루 인정하면서 LG화학이 신청한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제재가 적절하다고 밝혔다.

    먼저 LG화학이 주장하는 '발명자 부적격·특허 무효 주장'과 관련, 제출 의무가 있는 문서를 SK이노베이션이 제출하는데 소홀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OUII는 "SK이노베이션은 소송 과정에서 더 중요하게는 ITC 수석판사의 명령이 발령된 이후 조차 제출 의무가 있는 문서를 찾기 위해 제대로 노력하지 않았다"며 "LG화학의 A7 배터리 셀에 관한 2013년 5월 PPT파일은 LG화학이 관련 자료를 요청한 지난해 10월에 바로 제출돼야 했지만, 제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OUII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 개시 절차 의무에 대한 명백한 위반은 LG화학의 주장과 관련 있는 문서 및 정보들이 SK이노베이션의 문서 삭제로 인해 지워졌을 것이라는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앞서 LG화학은 9월 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특허기술(994)이 LG화학의 선행기술인 A7 배터리 셀 기술을 침해했고, 이를 숨기기 위해 증거인멸을 진행했다며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제재를 요청한 바 있다.

    ITC 측의 포렌식 결과 ITC 수석판사의 문서제출 명령이 내려진 후인 4월9일에서 6월12일 기간 동안에도 파일명에 LG화학(LGC)이 언급된 이메일들이 삭제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한 '994 특허' 기술을 발명한 사람이 LG화학의 선행기술 정보가 담긴 문서를 갖고 있었다면서 SK이노베이션이 이 같은 문서를 감추기 위해 증거를 인멸했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OUII의 판단을 환영한다"며 "ITC 위원회의 최종결정 때까지 소송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 ▲ SK이노베이션이 ITC에 제출한 문건 중 일부 발췌. ⓒLG화학
    ▲ SK이노베이션이 ITC에 제출한 문건 중 일부 발췌. ⓒLG화학
    이에 반해 SK이노베이션은 944 특허는 자체 개발 기술이며 증거인멸을 한 사실도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LG화학이 왜곡·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는 반박 입장을 여러차례 발표하고 ITC에도 입장문을 제출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자사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반박에 나섰다. 해당 의견서가 SK이노베이션이 제출한 반박 의견서와 같은 9월11일 제출되면서 반박의견서는 살펴보지 못한 채 LG화학 주장만을 토대로 작성됐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에서 삭제됐다고 주장하는 문서들은 한 건도 빠짐없이 정상 보존되고 있고, 그 결과를 ITC에 제출했다"며 "A7은 994의 선행기술이 아님을 증명했는데, OUII는 SK이노베이션의 반박의견서를 보지 못한 채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문서의 경우 이메일 첨부시 자동 생성되는 임시파일이 시스템에 의해 자동 삭제된 것인데 이를 LG화학이 의도적으로 '문서삭제' 프레임을 씌워 왜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별개로 SK이노베이션은 7월 SK서린빌딩에서 진행된 디지털 포렌식 조사에서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 자료를 USB에 무단으로 담아 외부로 반출하려던 일이 드러나 ITC에 포렌식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OUII도 24일 공개된 의견서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요청한 LG화학의 포렌식 진행을 지지했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LG화학 측 관계자가 디지털 포렌식 조사가 이뤄졌던 7월20일 SK이노베이션 자료를 USB에 담아 사외로 반출하려는 정황을 발견하고 즉시 작업을 중단, 이슈를 제기했다.

    방대한 기술 자료가 저장된 서버를 대상으로 포렌식 조사가 진행된 만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핵심기술까지 USB에 담겨 반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SK이노베이션은 주장했다. 배터리 기술은 국가 핵심 기술로, 엄격하게 관리된다.

    SK이노베이션은 "회사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문제가 된 USB와 관련, PC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LG화학 측에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LG화학의 거듭된 거절로 인해 불가피하게 ITC에 정식으로 포렌식 신청을 하게 됐다"며 "USB에 담겨있던 자료가 무엇인지, 이 자료가 다른 기기에 저장되거나 포렌식 이외의 용도로 악용되지는 않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소송 과정에서 허가된 포렌식이라고 하더라도 중요한 정보를 다루고 있음을 인지하고 필요한 주의 의무를 다해야 했음에도 무단으로 USB에 자료를 담아 SK이노베이션 외부로 들고 나갈 만큼 아무런 보안의식조차도 없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료의 반출 등이 확인되고 보호명령 위반까지 확인된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LG화학은 "OUII의 입장은 비밀보호명령과 같은 중요 위반이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는 할 이유가 없으므로 반대하며 다만 양사 주장에 다툼이 있는 포렌식 과정의 진행절차 위반 관련 조사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포렌식 과정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며 특허소송에서 직면한 중대한 법적제재를 모면하기 위한 전략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 ▲ LG화학-SK이노베이션 소송일지. 정리=성재용 기자. ⓒ뉴데일리경제
    ▲ LG화학-SK이노베이션 소송일지. 정리=성재용 기자. ⓒ뉴데일리경제
    한편, ITC의 최종판결이 3주 늦춰지면서 양사 소송전에서 새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ITC는 당초 10월5일로 예정됐던 최종판결 일정을 26일로 연기한다고 공지했다.

    앞서 ITC는 LG화학이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2월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렸고, 10월5일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었다.

    조기패소 결정 당시 ITC는 영업비밀침해 소송 전후의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증거 훼손 및 포렌식 명령 위반을 포함한 법정모독 행위 등을 했다고 판단했다.

    ITC가 최종판결 연기 사유를 밝히지 않으면서 최종판결에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ITC는 최종판결 전까지 조기패소 결정에 대한 리뷰(재검토)를 진행 중이다. LG화학 측에 어떤 문서가 영업비밀을 침해했고, 어떠한 손실을 입혔는지 등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 상태다.

    다른 한편에서는 현재 전면 중단된 양사의 배상금 합의가 재개될 시간을 벌었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LG화학은 "ITC에서 진행 중인 다른 소송들도 최종 결정 등의 일정이 연기된 것으로 보아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일정이 밀려 순연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앞서 ITC에서 진행 중인 다른 소송들도 코로나19에 따라 일정이 최대 한 달 이상 연기되고 있어 양 사의 소송도 자연스럽게 미뤄졌다는 것이다.

    최종판결이 미뤄지면서 양측은 협상시간을 벌었지만,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각자 다른 입장만 내놓고 있다. 양사가 요구하는 배상금액의 격차가 상당해 지난달부터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양사 분위기만 보면 판결이 연기됐다고 해서 합의를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다만 그 사이 양 총수가 직접 합의에 나서거나, 판결 결과에 영향을 줄만한 다른 변수가 생긴다면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