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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에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홍콩식 공매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개인 투자자들이 여전히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국정감사 업무현황 보고에서 "홍콩 사례 분석을 통해 공매도 가능 종목 지정제도를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시세 장악이 용이하고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공매도 제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콩식 공매도는 내년 3월 만료되는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에 상응하는 대안으로 개인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실효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홍콩식 공매도 제도 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후 내부 검토를 거친 결과 긍정적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홍콩의 공매도 가능 종목 지정 제도는 시가총액이 작은 회사 등 공매도에 따른 주가 변동성이 크거나 가격 조작이 상대적으로 쉬운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1994년 17개 시범 종목을 지정했고, 2001년 홍콩거래소 규정에 세부요건을 마련한 다음부터는 지정 종목을 실시간으로 공시하고 있다. 현재는 전체 상장 종목의 약 30%에 공매도가 허용되고 있다.
국내 증시의 공매도 금지 기간은 내년 3월 15일까지다.
코로나19 여파로 주식 시장이 불안해지자 지난 9월 15일까지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으며 이후 6개월 추가 연장 조치를 내렸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공매도 개편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한시적 금지 조치가 만료되기 이전에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열린 금융위 국감에서 공매도 개선 방안에 대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가급적 빨리 발표하겠다"고 했다. 개인 투자자에 대한 공매도 접근성 확대에 대해서는 "양날의 칼"이라며 "기회 측면에선 좋지만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자본시장 정책 도입 결정권을 쥔 금융위는 지난해까지 홍콩식 공매도 제도에 대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추가 규제로 인지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자금 이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금감원은 "금융위와 제도 도입 여부 등에 대해 지속 협의하겠다"고 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완전 폐지를 요구하는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된다. 공매도 악용 세력에 대한 제재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공매도 방식만 변경하는 것은 사실상 반쪽짜리 규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공매도 금지 기간 중 외국인 투자자들이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정황이 포착된 것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제재하고 있는 수준보다 더 만연하게 이뤄지는 만큼 일반 개인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외국인 투자제한 시스템 로그 기록을 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8월 잔액 부족에 따른 거부 건수는 1만4024건이다. 특히 8월 27일 하루 동안 잔고 부족 거부 건수는 5315건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외국인 투자제한 종목'의 경우 외국인 투자제한시스템을 통해서만 거래 주문을 낼 수 있다. 현재 36개로 한정된 외국인 투자제한 종목에서 잔고보다 더 많은 매도 주문이 나오면 시스템에 '잔고 부족'이라고 뜬다.
해당 건수는 사실상 무차입 공매도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코스콤 측 설명이다. 현행법상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파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