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110원선까지 추락 주요 수출기업 실적 부정적 영향 제기 증권가 "제한적, 기업 이익 회복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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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이 1110원대까지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수출 기업들의 실적 둔화가 우려되고 있다.

    반면 시장 전문가들은 악영향으로 해석하기보다 기업 이익 회복 신호로 진단하고 있다. 수출 실적을 결정짓는 변수는 글로벌 경기 상황인 만큼 환율 하락에 따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13일까지 원·달러 환율은 19.5원 떨어졌다. 

    지난달 30일 1135.1원이었던 환율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변동성을 키우다가 지난 4일 1137.7원까지 진입한 뒤 11일 종가 기준 1110.0원까지 추락했다. 2018년 12월 4일(1105.3원) 이후 1년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13일은 전 거래일보다 0.8원 오른 1115.6에 마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은 미국의 추가 경기 부양책 기대감이 커진 데다 중국 위안화가 강세를 보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조 바이든 당선인은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과 저금리를 유지해 이미 유동성이 풍부한 미국 시장에 더 많은 달러를 공급할 계획임을 수차례 밝혀왔다. 달러화 유동성이 늘어날수록 달러화 가치는 내려간다. 

    향후 원화 강세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코스피 실적 개선을 주도하는 수출 기업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수출 기업은 외화로 벌어들인 이익을 원화로 환산하게 되는데, 원화가 강세면 그만큼 손실이 발생한다. 이 경우 수출 비중이 높은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악화하고 주가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과 실적 부진은 큰 관련성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출 실적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는 글로벌 경기 상황이지 환율 변동이 아니다"며 "기업들도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 외화 자산·부채의 가치 변동 등을 방지하기 위해 환헤지를 하는데, 환헤지 비중을 100% 가져가지 않기에 환차익, 환차손이 발생하지만 환율 변동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원화 강세가 기업 이익 회복의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안현국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 이후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 실적 달성률(실제치/예상치) 추이를 살펴보면, 환율이 오를 때 실적 달성률은 하락하는 반대 움직임이 나타났다"며 "이후 환율이 안정되기 시작하면서 실적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원화 강세는 기업의 악영향으로 해석하기 보다, 가팔랐던 원화 약세가 정상화되는 현상"이라며 "2009년, 2017년처럼 2021년 기업 실적 역시 정상화되는 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시장 예상대비 환율이 급격히 하락한 경우 수출 기업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이 분기초 시장의 예상치를 하회한 경우, 코스피 분기 순이익이 전년대비 감소하거나 컨센서스를 -10% 이상 하회할 확률은 44.4%로 단순히 환율이 하락한 것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