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법학회 전임 회장들, 당정 입법강행 우려감사위원 분리선출, 기술유출 등 기업경영 중대 장애공정거래법 개정안, 배임 처벌하고 증여세까지 이중규제
  •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기업장악3법(공정경제3법,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에 역대 한국상사법학회장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상사법(商事法) 국내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이들은 정부가 원안대로 입법을 밀어붙이면 상법의 기본 골격을 뒤흔들어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16일 오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긴급 좌담회에는 최완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20대 회장),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22대), 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석좌교수(28대) 등 역대 상사법학회장이 참석했다.

    최준선 교수는 "일각에서 감사위원 1명을 분리선임하는 게 무슨 그리 큰 문제냐고 주장하지만, 이는 기업 실제를 모르는 이야기"라며 "외부 투기세력을 대변하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감사위원으로 선임되면, 기술유출은 물론 기업경영에 중대한 결정을  늦추거나 왜곡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이사를 먼저 선임하고 선임된 이사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임하던 현행에서 감사위원 1인이상을 이사 선출단계에서부터 분리 선임하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함께 추진되는 대주주 의결권 3% 제한이 더해지면 외부세력이 특정인을 감사위원으로 앉혀 기업전반을 구석구석 들여다볼 수 있다.

    2003년 SK와 영국계 펀드 소버린, 2005년 KT&G와 미국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 등 외국 자본에 의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고, 2016년과 2018년 미국계 펀드 엘리엇의 삼성물산과 현대차그룹 경영권 위협사태는 기업들을 경영권방어에 내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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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완진 교수는 3% 의결권 제한과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결국 주주권 및 재산권 침해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교수는 "이사회는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이 이루어지는 가장 중요한 집합체"라며 "감사위원 선임시에도 주주들의 의견이 동등하게 반영돼 주주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를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에 대해서는 갑작스러운 정책변화와 과잉규제 등이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1999년 지주회사제 도입 이후 꾸준히 규제를 완화해왔는데 이제와서 의무 지분율을 높이는 등 그간의 정책과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최준선 교수는 "손자, 증손회사 보유를 허용하고 지주회사 부채비율을 확대하는 등 그동안 정부정책은 지주회사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춰왔다"며 "갑자기 역행하는 정책을 강행하면 각종 과잉규제가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배임죄 처벌이라는 충분한 규제가 있음에도 공정거래법으로 영업이익에 증여세까지 부과하는 것은 이중규제가 될 우려가 크다.

    최준선 교수는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한국에서 회사법은 자본주의 핵심 가치를 담아내는 기업 기본법"이라며 "아무런 정당성이나 논리도 없는 포퓰리즘 규정이 대거 도입될 예정이어서 회사법이 매우 혼탁해져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완진 교수는 "모든 기업활동의 원칙을 세우는 상법을 정권 따라 고친다면 결국 누더기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선정 교수는 "기업들의 외부 투기자본의 위협에 대한 우려를 엄살로 치부하는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한국의 상법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경영권 방어수단이 취약해 경영권을 공격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자본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좌담회를 주최한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기업장악 3법 발의 이후 모든 경제단체가 반대성명을 내고 국회를 찾아 설득했지만 무시됐다"며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국회에서 귀담아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