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로펌 모두 TF 꾸려… 고용부 자문위원 영입경쟁자문료 부르는 게 값… 반나절 세미나에 1000만원정치권 기업 압박 본격화… CEO 국회로 불러 면박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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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안전법이 강화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신설되는 등 산업재해에 대한 처벌규정이 법제화되면서 정치권의 기업 총수 압박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2일 9개 기업 대표를 불러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간사 주도로 추진된 이번 청문회에는 우무현 GS건설 대표,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 이원우 현대건설 대표(이상 건설부문),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상 물류·택배부문)가 출석할 전망이다. 또 제조업 부문에는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나온다. 여야는 이정익 서광종합개발 대표를 함께 불러 산재 예방 모범 사례로 듣기로 했다.

    우려했던 경영인 국회 불러들이기가 현실화되면서 기업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고의성 없이 안전예방이 미비했다는 과실만으로 가중처벌을 받는 전대미문의 법 시행을 앞둔데다, 기업 대표를 공개석상에 불러 망신을 주는 행태가 빈번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어려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한편 산재 예방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부담을 주는 청문회 개최는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선거를 앞두고 바짝 날이 선 정치권은 청문회를 잔뜩 벼르고 있다. 최근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따지고 들겠다는 태세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8일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를 두고 "기본 안전수칙이 지켜졌는지 철저하게 파헤치겠다"며 "더이상 억울하게 죽는 노동자가 없도록 하겠다"고 겨냥했다. 여권 관계자는 "서울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이번 청문회에서는 공정과 정의를 내세우는 정치 퍼포먼스가 펼쳐질 것"이라며 "사고 경위 조사부터 판단까지 환노위가 결론내리는 '원님 판결'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 ▲ 국회 환노위 야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연합뉴스
    ▲ 국회 환노위 야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연합뉴스
    산재 법무 대란, 분주해진 로펌들

    기업들은 부쩍 커진 형사 리스크에 불안에 떨지만, 대형 법무법인들은 신바람이 났다. 강력해진 산재 처벌을 기존의 기업 법무팀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아직 제대로된 판례가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 처벌을 받는지 또 어느정도 수위가 될지 기업들은 알 수 없다"며 "대기업들은 법무팀을 강화하는 추세고,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로펌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주요 10대 대형로펌들은 산재사고에 대응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영업에 나섰다. 컴플라이언스 구축, 형사 리스크 진단, 보건안전 체크리스트 등 맞춤형 노무 정보 제공은 물론 원스탑 종합 서비스를 구축하는 중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중대재해 기업자문 TF팀장으로 노경식 변호사를 내세우고 형사팀, 인사·노무팀, 기업지배구조팀 등 분야별로 전문 변호사를 채워 넣었다. 법무법인 세종은 중대재해·재난 대응팀을 만들었고, 화우는 컴플라이언스 전문가를 주축으로 재해 예방 솔루션을 제공한다. 화우는 최근 대한산업안전협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산재 예방 컨설팅 시장을 공략 중이다.

    이들 대형 로펌의 산재 자문료는 일반적인 민형사 사건과는 비교불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개인이 아닌 법인기업을 고객으로 하는데다 경찰, 검찰, 고용노동부, 피해자 및 유가족 등 대응해야 하는 분야도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로펌들은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 자문위원들을 영입해 TF팀 중추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산재 사고 자문료가 시간당 30만원 안팎에서 2배 이상 치솟았다"며 "TF팀 전체가 출동하는 컴플라이언스 구축을 위한 세미나의 경우 반나절에 500~1000만원 가량"이라고 했다.

    법무적 대비가 부족한 중소기업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대표=기업인 중소기업은 사장이 구속되면 경영이 올스톱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형사 리스크 대비에 치중해야 하는 실정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대기업은 전문경영인이라도 둘 수 있지만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산재 관련법이 더 두려울 수 밖에 없다"며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예방 및 대응에 필요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