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기업장악3법 강행"입장 반영" 운운은 립서비스에 그쳐소송 남발, 해외자본 먹잇감, 경영권 위협, 일자리 흔들
  •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립해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이종현 사진기자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립해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이종현 사진기자
    여당인 민주당이 기업장악3법(공정경제3법,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을 밀어붙이자 재계는 침통한 분위기다. 그동안 꾸준히 반대 논리를 설명했지만 경제계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목소리다.

    본회의만 남겨놓은 기업장악 3법은 민주당 뜻대로 통과가 유력하다.

    정무위, 법사위 등 각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을 살펴보면 재계가 우려한 독소조항이 그대로 담겼다. 민주당은 공정위의 전속고발제가 유지되고 이른바 3%룰이 완화됐다고 설명하지만, 사실상 생색내기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3%룰이 담긴 상법개정안은 상장사가 이사회를 꾸릴 때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을 분리선출하도록 한다.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한 뒤 이사 중 감사위원을 선출하는 방식에서 별도로 선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때 대주주는 의결권을 3%만 인정하는 새로운 룰을 추가했다. 여기에 대주주의 특수관계인 지분 행사도 금지시켰다.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출에 한해 특수관계인 지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사내이사인 감사위원 선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재계 관계자는 "핵심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대주주 권한 행사 제한인데 사외 감사만 완화했다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법개정은 외부 투기세력의 기업사냥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2003년 SK와 영국계 펀드 소버린, 2005년 KT&G와 미국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 등 외국 자본에 의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고, 2016년과 2018년 미국계 펀드 엘리엇의 삼성물산과 현대차그룹 경영권 위협사태는 기업들을 경영권방어에 내몰기도 했다.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도 재계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공정위의 전속 고발권은 삭제했지만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강화는 원안대로 통과했다. 규제대상이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이었던 상장사 기준이 20%로 줄어든다. 법안이 통과되면 총수일가 지분 29.9%를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등 주요 기업들이 공정위 규제의 표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징금도 2배로 늘어나 관련 매출액의 10%에서 20%로 강화된다. 시장지배력 남용행위에 대한 제재도 3%에서 6%로, 불공정거래행위는 2%에서 4%로 상향된다.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배임죄 처벌이라는 충분한 규제가 있음에도 공정거래법으로 영업이익에 증여세까지 부과하는 것은 이중규제가 될 우려가 크다. 전속 고발권 폐지로 무수한 소송이 남발하는 혼란을 피했다 뿐이지, 기업을 옥죄는 내용은 그대로 담은 셈이다.
  • ▲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공정경제3법 상임위 의결 관련 긴급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공정경제3법 상임위 의결 관련 긴급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금융복합기업집단의 감독에 관한 법률로 이름이 바뀐 금융그럽감독법안은 자산 5조원 이상의 금융그룹을 정부가 직접 관리감독한다는 내용이다. 삼성, 현대차, 한화, 교보, 미래에셋, DB 등 6개 그룹이 대상이며 위험관리를 명분으로 정부당국이 기업에 수많은 자료요구와 제재를 가할 수 있게 된다.

    기업장악 3법과 함께 통과가 예상되는 노동관계법도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해고자나 실업자도 노조를 가입할 수 있게 하고,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주도록 하는 것은 현행 기업환경과 거리가 멀다. 캐디,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노동자(특고)의 고용보험 의무화는 정작 당사자들도 반대하고 있다. 대한상의가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특고 249명 중 46.2%가 의무가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보험 가입 의향이 없는 종사자도 38.2%나 됐다.

    문제는 이같은 부작용을 재계가 오랫동안 우려했음에도 법안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나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수차례 입장문을 통해 재계와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 6단체장들은 공동으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경제계의 핵심요구사항이 거의 수용되지 않은 법안이 사실상 여당 단독으로 기습적으로 통과가 추진되고 있다"며 "깊은 우려와 함께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그동안 의견수렴을 한다며 여당 대표나 경제부총리 등이 경제계 인사를 만났지만 결국 립서비스에 불과했다"며 "개정안은 기업 경영체계의 근간을 흔들어 사업추진에 중대한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