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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23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시작부터 고성을 지르며 공방을 벌였다. 야당 측은 변 후보자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으며 자진사퇴를 요구했고 여당은 변 후보자를 적극 비호했다. 결국 청문회는 예정시각을 40여분 넘긴 뒤에야 시작됐다.
청문회는 변 후보자의 사과로 시작됐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지난 삶과 인생 전반을 무겁고 진지하게 되돌아 봤다, 성찰의 시간 속에서 국민 마음을 사려깊게 해아리지 못했다"며 "4년 전 SH공사 사장 재직 시절 발언과 관련해 국민의 질책을 무거운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마음 상처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고, 구의역 스크린도어로 세상 떠난 김군과 가족, 오늘 이 시간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는 모든 분들께 거듭 사과 말씀 올린다"고 말하며 90도 인사를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모니터에 '개나 소나 장관하는 나라다운 나라'라는 문구까지 붙이면서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충격적인 사회적 참사였던 구의역 스크린도어 김군 사고에 대해 '걔가 조금만 신경썼으면'이라며 망자를 폄훼했다"며 "임대주택 세입자에 대해선 못사는 사람이 미쳤다고 밥 사먹냐고 비하했다"고 변 후보자의 과거 발언을 속속 끄집어냈다.
같은 당 김희국 의원도 "이율배반과 내로남불형 인간들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이 시대에, 변 후보자마저 국무위원이 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양심,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즉시 자진사퇴하고, 만약 자진사퇴할 용기가 없다면 임명권자는 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해 주실 것을 요구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변 후보자가 동행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임대주택 방문 행사를 언급하며 질타했다. 송 의원은 "일련의 변 후보자의 행태를 보면 마치 국토부 장관이 이미 된 것처럼 한 행태가 많다"며 "대통령을 망신 주는 행사가 되지 않았냐. 대통령까지 모시고 가서 국민으로부터 질타 받는 해프닝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송 의원의 발언에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그만하라"는 등 고성이 나왔다. 이어 범여권인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변 후보자를 감싸면서 야당을 공격했다.
김 의원은 "신임 후보자를 악의적으로 집중 공격하는 것을 이해못하는 바가 아니다"면서 "이게 과연 국민의힘에서 제기할 문제인가. 박덕흠, 전봉민 의원 등 마피아를 생산한 당, 평균 48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당"이라고 역공을 가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며 청문회장이 고성에 휩싸였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련 보도가 많이 있었는데 보도 내용에 대해 자초지종이 뭐고 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밝혀서 국민께 의혹을 해소시키는 장이 청문회장"이라며 "청문회를 정쟁의 장으로 변질시키지 않고 보도 내용은 시시비비를 가리고 정책에 대해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서 국민들게 자초지종을 밝히는 게 국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같은당 김회재 의원도 "변 후보자가 주거안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갖고 있는지 주목을 하고 있는 자리인데 후보자의 품격 문제까지 나왔다"며 "국민들은 이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후보자의 품격 문제뿐만 아니라 청문위원들의, 국회의원의 품격도 함께 평가할 것”이라며 변 후보자를 옹호했다.
한편 이날 인사청문회를 마치면 문 대통령은 국회에 인사청문회경과 보고서 채택을 요청하는 절차를 밟는다. 국회는 28일까지 채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야당 반대로 채택이 무산될 경우 대통령은 재요청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후에도 채택이 불발되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