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만명 당 0.47명… 활동 중인 감염내과 의사는 전국 242명뿐 매년 평균 15~17명 배출, 올해 일시적 많아져도 코로나 이후 ‘암울’ 감염내과 육성책·독립적 감염병 전문센터 설립 중요성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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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감염병이 창궐하면 떠오르는 ‘반짝스타’가 있다. 코로나를 겪고 있는 지금, 정부와 언론을 포함해 국민적 관심을 받는 ‘감염내과 전문의’를 말한다. 모두가 바라는 종식 선언 이후에는 기억 속에서 잊혀질 것이고, 새로운 전염병이 돌면 다시 그들을 기다릴 것이다. 

    K-방역을 지탱했던 힘은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상황 속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감염내과 의사들의 노고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그들은 숫자는 너무 적다. 모두가 일당백으로 뛰어야 하는 상황인데, 미래는 더 암울하다. 올해는 비인기과로 낙인찍힌 감염내과를 살리기 위한 개선책이 필요하다.

    최근 박세윤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감염관리실장)는 대한의학회에 국내 감염내과 현황과 관련한 연구를 발표했다. 

    1992년부터 2019년까지 의사들의 감염내과 전공 선택 추이를 분석한 결과, 현재 활동 중인 감염내과 의사가 인구 10만명 당 0.47명에 불과했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감염내과 의사는 275명으로 내과 의사 7905명의 3.4% 수준이다. 

    실제 활동은 242명이 하고 있다. 의사 한 명당 감염내과 병상 372개를 맡아야 한다. 250명도 안 되는 인력이 주축이 돼 코로나19 최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마저도 3분의 2는 수도권에 몰려있고 지방에는 감염내과 전문의가 없는 병원도 많다.

    이와 관련 박 교수는 “의사들이 감염내과를 전공으로 선택하도록 유인하는 합리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감염 통제와 항균 관리 등 보이지 않는 감염내과 의사의 업무에 대한 경제적 평가에서 공정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상반기까지 후속연구를 통해 감염내과 선택을 하는 요인과 그렇지 않은 요인들을 상세히 분석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정책적 근거를 창출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염내과 전문의는 코로나19와 같은 신종감염병뿐만 아니라 말라리아, 폐외결핵, 쯔쯔가무시병 등 타 내과 분과에서 다루지 않는 병들을 치료한다.

    에이즈(HIV/AIDS), 종양, 장기이식과 같은 면역력이 취약한 환자들에게 생기는 감염과 수술 후 감염 합병증 등도 관리한다. 또 주요 임무 중 하나는 의료기관 항생제 치료를 지원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 코로나 이후의 감염내과 ‘불투명’ 

    보건복지부와 대한감염학회 등에 따르면, 매해 평균 15~17명 정도의 감염내과 전문의가 배출된다. 다행히 올해는 20명대를 넘길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 변화다. 

    감염내과 전문의는 수련병원 인턴을 거쳐 레지턴트를 마치고, 내과 전문의 자격을 받은 후 1~2년 전임의(펠로우) 과정을 보내고 내과의 여러 분과 중 감염내과를 선택하는 것이다. 즉, 코로나 창궐 이전 준비됐던 인력이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감염내과를 선택할 의사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 현직 교수들의 설명이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데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구조적 한계와 ‘삶의 질’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문화가 맞물려 감염내과 선택을 주저하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후배들에게 어떤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돈 되는 진료과가 아니다 보니 감염내과를 택했다가도 다른 분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고, 감염내과로 남아도 병원을 떠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명감 하나로 버티라는 식의 조언도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코로나 이후에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감염내과의 미래세대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일례로 WHO 연수 등 감염내과 전문의로 식견을 넓히는 기회를 보장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 보는 것이 현명하다는 제안이다.

    정진원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나마 소위 대형병원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수련을 받은 전공의들이 감염내과를 택하는 경우는 많지만, 비수도권 병원의 경우는 상황이 매우 열악하다. 감염내과 전문의로 살아가기가 힘들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창궐 이후,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감염내과 선택을 위한 유인기전이 부족한 현실이다. 그에 합당한 정책적 보상책이 있어야 한다. 이대로 두면 감염내과의 미래는 점점 더 어두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 ‘감염내과 육성책+감염병 전문센터 설립’ 대안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감염내과 육성책이 발동되면서 ‘감염병 전문센터’를 설립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예방관리료가 신설되는 등 개선이 있었지만, 일시적 당근책에 불과하다. 의료기관이 인건비를 감당하면서 감염내과 TO를 늘리는 동력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흉부외과 등에 적용되는 수가 지원책을 감염내과에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감염관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인식되고 있는 만큼, 예산을 더 반영해 감염내과 인력 육성책에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일당백으로 뛰고 있는 감염내과 의사들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식 T(타이완)방역이 성공적인 이유는 그 저변에 충분한 감염내과 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약 10년 전 회의차 방문했을 때도 감염내과 전문의는 1000명에 달했다. 지금 우리는 당시 대만과 비교해도 4분의 1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인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이들이 근무할 수 있는 독립적 기구로 ‘감염병 전문센터’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그는 “국립중앙의료원 소속이 아닌 별도의 전문조직이 만들어져야 신종감염병 대응을 위한 기틀을 형성할 수 있다. 감염내과 전문의들이 근무하며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정책적 대안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각종 감염병을 연구하는 전초기지로 활용하면서 질병관리청과 직접적으로 연계해 대응방법을 공유하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외부 조건에 휘둘리지 않고 감염병에 특화된 진료 및 임상 연구도 진행하고, 해외 기관과도 교류하는 구조의 전문센터가 설립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흐름이 만들어지면 추후 신종감염병 대응에 탁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 부분이 매우 취약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는 재난급 감염병 대응에 있어서는 ‘폴리페서’가 아닌 감염병 전문가의 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정책적 방향성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가 숨어있다. 감염내과 전문의를 육성하는 지원책과 동시에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구조까지 형성돼야 소위 ‘K-방역’ 완성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