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된 것 없다" 선 그어성사 땐 테슬라 넘어 단숨에 선두두자미국·중국 공장 활용 시나리오까지OEM·ODM 수준 우려
  • ▲ 현대자동차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 ⓒ뉴데일리DB
    ▲ 현대자동차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 ⓒ뉴데일리DB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개발을 선언한 애플이 현대자동차와 협의 중이라는 소식에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전통적 완성차 업체와 정보통신(IT) 기업 사이 협업 인데다 큰 지각변동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신중한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손을 맞잡을 경우 단숨에 테슬라를 넘어 미래 산업 선두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애플의 생산 협력 타진에 대해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다”면서 “아직 초기 단계로 결정된 것이 없다”고 언급했다. 다만 “확정되는 시기 혹은 1개월 이내에 관련 내용을 다시 공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플은 이에 대한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업계는 현대차와 애플 간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애플이 먼저 현대차에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애플은 현대차뿐 아니라 주요 완성차 업체에 제안을 하는 등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최근 들어 미래차 시장 진출 야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 애플은 2014년부터 타이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애플카’ 개발을 추진해왔다. 이르면 2024년, 늦어도 2027년께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플카는 전기차에 자율주행, 통신기술을 더한 형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전 세계 5위 수준의 제조 역량을 갖춘 현대차와 소프트웨어 강자인 애플이 힘을 모으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대차는 1회 충전으로 500㎞ 이상 주행하고, 18분 안에 배터리의 80%까지 충전 가능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개발을 마쳤다. 당장 1분기(1~3월)엔 E-GMP 기반 ‘아이오닉 5’가 나온다.

    애플은 가장 큰 약점인 ‘경험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 애플은 수억 개의 전자제품을 생산한 것과 달리 차를 제조해본 경험이 없다. 또 초기 단계 전기차·배터리 개발 능력을 끌어올릴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 중 한 곳에서 수탁생산을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대모비스와 북경현대 공장을 활용해 생산 기지로 바꿀 것이란 관측까지 있다.

    이 경우 현대차는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반토막 난 공장 가동률을 회복할 수 있다. 애플은 중국 시장 진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효과가 있다.

    나아가 두 회사는 전기차 양산 및 소프트웨어 기술을 접목해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도약하는 것이 가능하다.

    애플은 아이폰과 맥북에 중앙처리장치(CPU), 라이다, 자체 개발한 반도체를 써왔다. 자율주행에서 달리고 멈추는 제어 과정은 CPU가 총괄한다. 라이다는 빛으로 주변 물체와의 거리를 감지하는 일종의 눈 역할을 한다.

    현대차 역시 미국 앱티브와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했다. 2022년부턴 조건부 자율주행 수준의 레벨3 기능을 선보인다. 애플과의 협업이 전기차 생태계 주도, 기술 개발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는 부족한 소프트웨어를, 애플은 하드웨어 역량을 채워줄 곳이 필요한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김민선 키움증권 연구원도 “현대차는 전동화(전기 구동력 활용) 전환을 통한 미래 기술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서 “완성차에서 부품 제조로 이어지는 안정적 공급 능력도 경쟁력”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증시는 요동쳤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 8일 24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전거래일(20만6000원) 대비 19.4% 급등했다. 이날은 장중 17.4% 뛴 28만9000원까지 치솟았다.

    신중모드의 현대차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한달 내인 2월 중 추가 입장을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 ▲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현대차
    ▲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현대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