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가능성에 법인투자자, 노후빌라 투자 광풍공시가 1억미만 매물 취득세 1%, 빌라 갭투자 기승
  • "이미 1월 초부터 법인들이 공시지가 1억 미만 빌라를 30채, 40채씩 다 사갔어요. 지방에서도 단체방문해 계약해서 지금은 매물이 없습니다" (창동 A공인중개사)

    "법인들이 이미 다 선점했어요. 5000만원 있으면 쉽게 투자할 수 있으니 대기 중인 고객들은 매물 5개, 10개씩 달라고 합니다" (창동 B공인중개사)

    서울시 도봉구 창동에 부동산 투자 광풍이 불어닥쳤다. GTX 노선 호재에 준공업지역 재개발 가능성까지 맞물리면서 매물 손바뀜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세금중과를 피할 수 있는 공시지가 1억원 미만 노후 주택이 밀집한 덕분에 법인 투자자들의 빌라 쇼핑은 빠르게 이어졌다. 

    중개업소들은 최근 변창흠 신임 국토부 장관이 발표한 서울 '준공업지역 정비' 계획이 창동 일대 빌라 투자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 국토부와 서울시는 민관합동 준공업지역 순환정비사업 공모를 실시하고, 후보지 3~4곳을 선정한다고 밝혔다. 준공업지역 내 노후화된 공장부지를 LH와 SH 참여 아래 산업·주거시설로 탈바꿈하고 산업기능 재생은 물론 도심 내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서울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등을 고밀개발해 도심 내 아파트를 빠르게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투자자들이 먼저 움직인 셈이다. 

    최근 기존 정비구역이자 준공업지역인 양평13구역이 공공재개발 시범 사업지로 선택된 것도 창동 지역 빌라 패닉바잉에 한 몫했다. 재개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투자자들이 쌍문역 인근 주변으로 형성된 준공업지역 창2동 소재 노후 빌라 집중 매수에 나선 것이다. 

    앞선 창동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공시지가 1억원 미만 주택들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세를 피할 수 있다보니 법인 투자자들이 일찌감치 구입한 상태"라며 "1채당 5000만원으로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가 가능하고, 정부에서 개발 의지까지 내비치니 매물이 씨가 말랐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발표한 준공업지역 개발 계획과 다주택자 취득세 예외 규제가 맞물리면서 빌라 패닉바잉 현상이 빚어진 셈이다. 

    지난해 7월 정부는 유주택자가 주택 신규 구입시 주택수, 취득지역에 따라 최대 취득세를 12%까지 부담하도록하는 중과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공시지가 1억원 이하 주택은 투기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분류하고 주택수 합산과 중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실제로 노후된 빌라가 많은 지역에 공시지가 1억원 미만 빌라가 밀집해있는데 정부가 개발의지를 밝히면서 투기 세력이 빠르게 유입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내놓는 규제와 대책들이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집값 안정을 목표로 주택 공급대책을 발표했는데 시장은 개발 신호로 해석하고 다세대·연립 주택에 투자해 부동산 시장 혼란을 야기하고 있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A대학 교수는 "(준공업지역, 역세권 고밀개발 등) 제한된 주택공급대책은 저평가된 지역의 집값을 끌어올리는 풍선효과 역할만 할 뿐 전국 집값 안정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정부의 개입보다 시장의 흐름에 맡기고 민간 재건축·재개발 시장을 활성화하는 편이 오히려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