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직무정지'·진옥동 '문책경고' 사전 통보…소송 이어질 듯 은행 경영진만 책임?…임기 석달 앞둔 윤석헌 금감원장 책임론 대두은행‧금감원 노조, 윤석헌 원장 무리수 지적‧감독실패 책임론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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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은 물론 금감원 내부에서 조차 윤석헌 금감원장도 사모펀드 부실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의견이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은행들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가 예고된 가운데 금감원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는 ‘직무정지’를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게 ‘문책경고’를 지난 3일 사전통보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에게는 ‘주의적 경고’를 통보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 경고, 직무 정지, 해임 권고는 중징계로 현직 임기 종료 후 향후 3~5년 간 금융권 재취업이 금지된다.
금감원은 지난달에도 라임펀드와 디스커버리펀드를 판매한 IBK기업은행에 제재 요건과 근거를 담아 통지서를 보냈다. 통지서에는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에 대한 '문책 경고'가 적시됐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직무정지가 최종 확정되면 징계에 불복해 다시 행정소송을 할 것으로 보인다.손 회장은 지난해 1월 금감원이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의 책임을 물어 문책 경고를 내리자 중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지난해 3월 임기 3년의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진옥동 행장 역시 손태승 회장 사례를 참고해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징계는 은행장과 임원진에서 끝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펀드를 판매한 직원들도 정직과 감봉, 변상 등의 징계조치가 뒤따를 전망이다. 때문에 중징계가 확정되면 은행권 소송이 빗발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같은 은행장 중징계는 윤석헌 금감원장이 사모펀드 부실 문제가 터진 이후 줄곧 ‘금융소비자의 피해가 있는 곳엔 반드시 경영진의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윤 원장은 지난달 금감원 임원회의에서도 라임사태 등 사모펀드 관련 제재에 속도를 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은행권은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 금융당국의 책임은 없이 은행장 중징계로 결론난 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은행권 노조가 소속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3일 성명서를 내고 사모펀드 부실에 대한 책임을 금감원, 윤석헌 원장부터 져야 한다며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성명서는 “사모펀드 판매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금융정책이나 감독당국도 책임이 크다”며 “그런데도 감독 당국은 일선 현장에서 인사권을 볼모로 판매를 강압당하는 금융노동자들을 불완전판매로만 일방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투자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을 판매한 은행의 노동자들을 실적만 좇는 비도덕적인 사람들로 몰아가며, 중징계로 답을 내놓고 있다”며 “금융위와 금감원은 일회성 징계가 아닌 사모펀드 규제방안과 실효성 있는 징계방안 등 금융정책에 대한 개선안을 내놓고, 정책·감독실패자부터 매를 맞으라”고 비판했다. -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산하 금감원지부는 지난 1일 '울고 싶은데 뺨 때리는 격!'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사모펀드 부실에 대한 책임을 윤석헌 원장에게 돌렸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의 책임을 최고경영자에게 묻고 있는데, 기재부는 사모펀드 부실 대응 책임을 금감원 전체 직원에게 묻고 있으니 이런 모순이 또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금융회사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의 책임을 최고경영자에게 묻듯이 기재부도 금감원의 부실 대응 책임을 전체 직원이 아닌 최고경영자인 윤 원장에게 물으라는 의미다.
금감원은 최근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하는 조건으로 기획재정부로부터 강도 높은 쇄신안을 권고받았다. 권고안에는 3급 팀장급 이상 상위직급 인원수 감축과 해외사무소 구조조정 등이 담겼다.
금감원 노조는 기재부의 공공기관 지정논의가 사모펀드 사태와 이른바 김 행정관 사건에서 촉발된 것인데 금감원의 모든 직원이 연대책임을 져야 하는 점에 불만을 표한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과 양대 금융노조, 금감원 내부에서도 사모펀드 사태를 막지 못한 금융당국이 강하게 금융사 경영진을 징계해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이번 중징계로 은행과 금감원 사이에 장기간 소송전이 불가피 해졌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