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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가 끝나고 주택시장에 다주택자 매물이 쏟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오는 6월 1일부터 집값 안정을 이유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에 나서면서 다주택자들의 세금부담이 대폭 늘어나기 때문이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집값이 급등한 가운데 공시가격과 세율이 함께 오르면서 지난해보다 수천만원 늘어난 '세금폭탄'을 맞아야 하는 다주택자가 속출할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다주택자들이 증여 등의 방식으로 '버티기'에 들어가 오히려 매물이 잠길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15일 관계기관 등에 따르면 오는 6월 1일부터 종부세와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다. 종부세는 2주택 이하 소유 때 주택가격에 따라 과세표준 구간별로 0.6~3.0%의 세율이 적용된다. 3주택 이상 혹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경우 1.2~6.0%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단기간 보유하다 매각하는 주택에 대한 세금 부담도 커진다. 다주택자가 1년 미만 보유한 주택에 양도세율 40%를 적용하던 것이 6월부터 70%로 30%포인트 오른다. 2년 미만 보유 주택에는 과거 기본세율을 적용했지만 60%의 단일세율이 적용된다.
보유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집을 팔기로 결정하더라도 '징벌적 양도세' 부담이 뒤따른다. 현재 2주택자에게 기본 양도세율에 10%포인트, 3주택자 이상에겐 20%포인트를 더해 양도세를 중과한다.
하지만 6월 이후 매도(등기접수일 또는 잔금청산일 중 빠른 날 기준)하는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를 기본 양도세율에 추가해 최고 72%의 양도세를 문다.
앞서 양도세 최고세율은 올해 1월 1일부터 기존 42%에서 45%로 올랐다. 지난해에는 과세표준 5억원 초과 시 42%의 최고세율을 적용했지만 올해부터 1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45%의 최고세율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법인 주택 양도차익에 대한 추가세율은 올해부터 두 배로 인상됐다. 지난해까지 법인의 양도차익은 기본 법인세율(10~25%)에 추가세율 10%를 더해 과세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추가세율이 20%로 올랐다.
여기에 올해부터 분양권도 주택수에 포함된다. 조정대상지역의 주택을 팔 경우 분양권도 주택으로 간주해 양도세가 부과된다. 여기서 주택수에 포함되는 분양권은 올해 1월1일 이후 취득한 경우다. 기존 1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올해부터 분양권을 받게 된다면 다주택자가 되는 것이다. -
결국 6월을 앞둔 다주택자는 버티느냐, 파느냐 2가지 선택지를 두고 고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양도세 부담을 완화하지 않으면 다주택자 보유주택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이 많다. 이로 인해 양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기조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실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증여 건수는 15만200가구로 1년 전보다 37.5%나 급증했다. 증여가 늘면서 지난해 상속·증여 세수는 10조375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 연도 대비 2조462억원 증가한 것이다.
무엇보다 증여가 급증한 원인으로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추진한 양도세·종부세 중과 제도를 꼽는 시각이 많다. 증여세율은 10~50%로 양도세율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매각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셈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역전현상은 좀 더 명확해진다. 서울 마포구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를 2016년에 시세인 8억3500만원에 매입한 뒤 최근 실거래가인 18억2000만원에 매각했다고 가정하면 9억8500만원의 시세차익을 보게 된다.
3주택자의 경우 양도세 중과로 인해 시세차익에 따른 양도세 6억3112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반면 해당 아파트를 자녀 등에게 증여할 경우 발생하는 증여세는 5억3156만원으로, 양도세보다 1억원가량 절약할 수 있다.
'부동산은 안전자산'이라는 학습효과도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지 않는 이유다. 정부의 규제이도 집값이 꾸준히 상승해 온 모습을 지켜보면서 습득한 일종의 '학습효과'다.
여기에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면서 실수요자들의 주택구매 기회를 박탈한 것도 걸림돌이다. 다주택자의 경우 사실상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해 다주택자간 주택거래가 힘들어졌다.
전문가들은 단기 양도세와 보유세가 크게 올라 버티기 힘든 일부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있지만 당분간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늘어나는 세 부담에 일부 던지는 매물이 나오겠지만 최근 집값 상승세로 인해 보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집주인이 많다"며 "버틸 때까지 버텨보고 정 안되면 증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