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 전환 및 中 CATL 겨냥유럽, 공장 6곳 증설로 전기차 보급 확대美·中에는 고속충전소-관리시스템 등 인프라 확충 박차
  • ▲ 폭스바겐 '파워데이' 발표자료 갈무리. ⓒ뉴데일리
    ▲ 폭스바겐 '파워데이' 발표자료 갈무리. ⓒ뉴데일리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 중 한 곳인 폭스바겐이 앞으로 자사 전기차에 '각형' 배터리 탑재를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공급하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전날 진행한 '파워데이' 행사에서 새로운 배터리셀은 각기둥 모양(prismatic)으로 전고체 배터리로의 전환에 최적의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생산하는 모든 전기차 중 80%에 이 새로운 배터리셀을 도입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형태에 따라 원통형과 파우치형, 각형으로 나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고, 중국 CALT과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 일본 파나소닉의 경우 원통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는다.

    이번 결정으로 이제까지 폭스바겐에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해오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폭스바겐의 대중 브랜드 전기차 플랫폼인 MEB 플랫폼의 경우 유럽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최대 공급업체이고, SK이노베이션은 2위 공급업체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폭스바겐에 이제까지 파우치형 배터리를 납품해온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 당황스러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며 "기존 고객사 프로젝트 수주를 강화하고, 제품 유형을 다변화해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폭스바겐에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해왔지만, 파우치형 외에도 테슬라와 신생 전기차 기업 등 여러 고객사를 대상으로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해 납품하고 있다.

    이와 달리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 배터리 제품만을 만들고, 미국 사업에서 폭스바겐에 대한 의존도도 높은 편이라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각형을 주력으로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해 온 CATL은 반사이익을 얻으며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은 2017년부터 4년 연속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 ▲ 폭스바겐 '파워데이' 발표자료 갈무리. ⓒ뉴데일리
    ▲ 폭스바겐 '파워데이' 발표자료 갈무리. ⓒ뉴데일리
    폭스바겐이 각형을 선택한 배경에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우선 폭스바겐의 매출의 40%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하는데, 중국의 메이저 배터리 회사인 CATL이 각형을 채택하고 있어 중국에서의 전기차 사업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급속충전 시스템과 배터리 관리시스템 등 인프라 확대를 통해 중국 시장과 북미 시장에서의 저변을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연말까지 북미 지역에 약 3500개의 급속충전 지점을 확보할 예정이며 중국의 경우 2025년까지 총 1만7000개의 급속충전 지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에너지 회사 BP(영국), 이베르드롤라(스페인), 에넬(이탈리아) 등과 협력해 급속충전 시스템을 확충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폭스바겐 차량의 50% 이상을 전기차로 채우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에서는 2030년까지 6곳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고, 연간 생산량을 240GWh로 높여 전기차 비중을 70%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요 배터리 발주처인 폭스바겐이 CATL과 협력을 강화한다면 K배터리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현재 폭스바겐이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와 손을 잡고 독일 잘츠기터에 배터리셀 공장을 추진 중인데,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는 노스볼트와 기술 협의를 하면서 각형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아울러 폭스바겐은 배터리의 비용과 복잡성을 줄이는 동시에 범위와 성능을 높이기 위해 2023년 새로운 통합 배터리셀을 출시하고 2030년까지 그룹 전기차의 80%에 이를 탑재할 계획이다.

    여기에 배터리셀 유형을 최적화하고, 혁신적인 생산방법을 배치하며 지속적인 재활용을 통해 추가적인 비용을 줄여 배터리 가격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폭스바겐은 보급형 부문에서 배터리 비용을 50%까지, 물량 부문에서는 30%까지 단계적으로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새로운 통합 배터리셀을 탑재한 뒤 다음 수순으로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미국의 배터리 스타트업인 퀀텀스케이프(Quantum Scape)는 현재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 ▲ 폭스바겐 '파워데이' 발표자료 갈무리. ⓒ뉴데일리
    ▲ 폭스바겐 '파워데이' 발표자료 갈무리. ⓒ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