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차이 두고 주총서 배터리 공방합의금 규모-지급 방식 이견… 갈등 심화美 대통령 거부권 행사 막판 변수 부상
  • ▲ 왼쪽부터 LG화학, SK이노베이션 주주총회 모습.ⓒ각사
    ▲ 왼쪽부터 LG화학, SK이노베이션 주주총회 모습.ⓒ각사
    전기자동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주주총회서도 공방을 이어갔다.

    LG화학이 "유야무야 넘어가지 않겠다"고 경고하자, SK이노베이션은 경쟁사 요구는 수용 불가하다는 기존 입장을 단호하게 강조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거부권 시한이 2주일 가량 남은 상황에서 양사의 신경전도 한층 치열해진 모습이다.   

    이명영 SK이노베이션 사내이사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빌딩에서 열린 ‘제14차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경쟁사 요구는 수용 불가능하다는 점을 재차 밝혔다. 

    이 이사는 "ITC가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분명하지는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문서관리 미흡을 이유로 사건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는 판단하지 않은 채 경쟁사의 모호한 주장을 인용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경쟁사의 요구는 수용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사의 배터리는 지금까지 한번도 발화 사고가 나지 않는 등 안정성과 품질 측면에서 고객들로부터 차별적 경쟁력을 인정받아 왔다"며 "앞으로도 남아있는 법적 절차에서 주주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전날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강경한 입장을 밝힌데 대한 맞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신학철 부회장은 이번 이번 사안을 유야무야 넘길 수 없으며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엄정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신 부회장은 "ITC가 조직문화까지 언급하며 단호한 판결이유를 제시한 것은 이례적으로 이번 사안이 갖는 중대성과 심각성을 엄중하게 인식한데 따른 것"이라며 "경쟁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그 원인을 글로벌 분쟁 경험 미숙으로 일어난 일로만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SK이노베이션 주총 이후 자료를 내고 "ITC판결 내용을 인정하지 않고, 구체적인 사실까지 오도하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며 "SK가 동의한다면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판결문에 적시된 영업비밀 리스트와 관련된 증거자료를 양사가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ITC가 영업비밀침해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손을 들어준지 한달이 훌쩍 넘은 상태지만 양사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태다.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및 관련 부품·소재가 미국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며 ‘미국 내 수입 금지 10년’을 명령했다.

    다만 포드의 전기픽업트럭 F150향 배터리 부품·소재는 4년간, 폭스바겐 MEB향 배터리 부품·소재는 2년간, 이미 판매 중인 기아 전기차용 배터리 수리 및 교체를 위한 전지 제품에 대해서는 수입을 허용했다. 

    업계에서는 ITC 판결 이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합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아직까지 진전된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합의금 규모와 지급 방식 등에서 이견을 보이며 갈등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3조원 이상을 요구하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은 1조원 수준에서 합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ITC 절차는 한국의 행정심판과 유사하며 대통령의 승인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미국 대통령은 판결일로부터 60일 이내에 ITC의 결정을 검토하고 판결을 무효화 할 수 있다. 거부권 시한은 오는 4월 1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