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 M&A에 작년 하반기 40조 써…상반기比 56%↑M&A 긍정신호 '시장가치 하락·자금조달 여건개선·규제완화' 일각 "국내 은행도 코로나 기회삼아 은행 간 M&A 검토 해야"
  • ▲ 뉴욕 멘하탄 전경ⓒ뉴데일리
    ▲ 뉴욕 멘하탄 전경ⓒ뉴데일리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은행 간 합종연횡이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생존전략인데 M&A(인수합병)를 통해 위기 이후 시장지배력 강화 등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은행 M&A 금액은 358억달러(약40조5000억원)로 상반기 대비 56% 늘었다. 건수 기준으로도 같은 기간 137건에서 148건으로 8% 증가했다. 

    미국 PNC파이낸셜의 스페인 금융그룹 BBVA USA 인수(116억 달러)를 비롯해 스페인 카이사 은행(CaixaBank)과 반키아(Bankia) 은행 간 합병(51억달러) 등 유럽과 미국의 대형딜(Deal)이 이를 견인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은행들의 M&A를 통한 생존에 대해 코로나19에 따른 은행 시장가치 하락과 자금조달 여건 개선, 규제 완화 등 M&A에 우호적인 환경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신동림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실적악화로 은행의 장부가치 대비 시장가치가 하락했다”며 “이는 인수은행에는 저가매수 기회를, 피인수 은행에는 가격협상력 약화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적인 금리하락으로 자금조달비용이 감소한 것도 M&A 자금마련에 유리했다”며 “지난해 7월 유럽중앙은행이 M&A 관련 자본요건 규제를 완화한 점도 M&A 활성화에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은행들의 M&A는 생존형과 확장형으로 나뉜다. 생존형은 자체적인 위기극복이 어려운 은행 간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 시너지를 추구하는 것을 이른다. 확장형은 시장가격 하락 등 우호적인 여건을 활용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나 지역 확대를 위한 M&A다. 

    올해도 글로벌 은행 간 M&A는 가속화 할 전망이다. 특히 수익성 훼손 폭이 컸던 유럽은행이나 독자생존이 쉽지 않은 중소형 은행들을 중심으로 생존형 M&A가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스위스 UBS은행은 비용절감을 위해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와 합병을 검토 중이며, 지난해 중단된 스페인 BBVA 은행과 사바델 은행(Savadell)간 합병 논의도 재차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은행들도 해외 진출을 위해 해외 은행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싱가포르, 인도, 캄보디아, 필리핀 등 신남방 지역에서 세를 확장하는 추세다. 그러나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코로나19 사태 이후 은행 간 인수합병은 주춤한 상태다. 

    신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들은 코로나 상황을 위기로만 보지 말고 변화의 기회로 삼아 M&A를 적극 활용하는 해외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국내 은행들의 M&A 활성화를 위해 감독 당국의 규제완화(지점 축소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