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타, IRP 최저수수료 0.1% 도입 이어 삼성증권 수수료 면제 미래에셋, IRP 이전 시 경품…개인연금 순이전금액 2배 인정초저금리 시대 머니무브 트렌드 가속화…"연금 시장 증권업 파이 키울 것"
  • 증권사들이 앞다퉈 개인형 퇴직연금(IRP) 시장 공략을 위한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운용 수수료를 100% 면제해주는 IRP 상품까지 등장했는데, 은행권에서 증권업권으로의 연금자금 이동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20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퇴직연금 중 개인이 직접 투자하는 개인형 IRP 적립금은 25조4000억원에서 34조4000억원으로 35.5% 늘어났다. 기업이 자금을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형)이 같은 기간 11.5% 늘어난 것과 비교된다.

    개인이 직접투자하고 상품의 선택·운용이 가능한 IRP 적립금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저금리 기조와 증시 활황 덕분이다. IRP 계좌가 세제 혜택이 있는데다가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인형 퇴직연금을 적극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투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개인형 IRP 시장 내에선 상장지수펀드(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다양하게 투자가 가능한 증권업권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증권업계의 IRP 점유율은 20.0%였지만 지난해엔 1.9%포인트 상승한 21.9%를 기록했다. 전체 증권사들의 IRP 잔고는 7조5000억원으로 2019년 대비 5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은행권의 IRP 점유율은 지난해 69.3%로 압도적인 반면 수익률은 증권업계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증권사 IRP 평균 수익률은 6.58%를 기록해 은행(3.50%) 생명보험(2.96%) 손해보험(2.24%)을 상회했다.

    증시 활황으로 개인들의 퇴직연금 수익률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증권사들은 공격적인 수수료 경쟁을 통해 투심을 공략하고 있다. 은행·보험업권의 자금을 증권업계로 끌어오기 위해서다.

    삼성증권은 국내 최초로 IRP 계좌에 부과되는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는 다이렉트IRP를 지난 19일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만 55세의 퇴직자가 퇴직금 3억원을 입금한 후 20년간 매년 3%의 수익을 내면서 IRP 잔고 금액을 연금으로 나눠 수령할 경우 이 기간 동안 수수료만으로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 넘게 부담해야 한다. 다이렉트IRP에선 이 부담이 사라진다. 비대면 자기주도형 투자자들에게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이기태 삼성증권 연금본부장·상무는 "ETF 등을 활용해 적극적 투자가 가능한 증권사 IRP를 통해 관리하려는 니즈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번에 수수료가 면제되는 IRP의 등장으로 증권사 IRP 계좌의 매력이 배가될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이보다 앞서 이달 초 유안타증권도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가입한 IRP 계좌의 수수료는 전액 면제해주고, 퇴직금을 입금할 경우에는 총 수수료를 합산해 연 0.1%로 인하했다. 

    타업권으로부터 머니무브를 유도하기 위한 이벤트도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개인연금·IRP 계좌로 1000만원 이상 계약을 순이전하면 최대 10만원의 모바일상품권을 지급하는 이전 이벤트를 6월 말까지 진행 중이다.

    개인연금 순이전 금액 1000만 이상 고객에 한해 온라인 이전 신청 시 순이전 금액을 2배로, 계약 이전하는 상대금융기관이 보험사일 경우에도 해당 건의 순이전금액을 2배로 인정한다.

    업계에선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행보가 증권업 내 제살깎이 경쟁이 되기보단 초저금리 시대 머니무브 트렌드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투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적극적인 투자층이 과거보다 절대적으로 많아졌다"면서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증권업계 내 경쟁을 격화하려는 의도보단 원금 손실을 기피하는 은행권 투자자들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수료 경쟁으로 인해 IRP 시장에서의 수익은 크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증권업권에 더 많은 투자금을 묶어놓을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며 "투자자들의 니즈를 공략해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업권 파이를 키워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