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으로 경질된 이동면 사장 후임으로 긴급 투입3월말 취임, 4월부터 직원들 '닉네임 부르기' 자율 시행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 위해 최 사장이 직접 제안실적 개선보다 침체된 조직분위기 쇄신하려고 적극 소통
  • ▲ 지난 3월 26일 토크 콘서트를 통해 직원들과 소통을 하고 있는 최원석 신임 사장의 모습.ⓒ비씨카드
    ▲ 지난 3월 26일 토크 콘서트를 통해 직원들과 소통을 하고 있는 최원석 신임 사장의 모습.ⓒ비씨카드

    실적 부진으로 긴급 투입된 최원석 비씨카드(BC카드) 사장이 '급할 수록 돌아가라'는 옛 말을 실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실적 개선보다 침체된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비씨카드가 이달초부터 직원들간 호칭을 직급이나 직책이 아닌 '닉네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3월말 취임한 최원석 사장이 직원들과의 소통경영 일환으로 시작한 첫번째 프로젝트다. 이는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최 사장이 제안한 것.

    물론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원하는 직원들만 참여하고 있다.

    직원들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재미있는 닉네임을 사내 전산망에 등록하면 다른 직원들이 이를 확인하고 그 사람의 닉네임을 부르는 방식이다.

    최근 들어 이른바 '부캐(온라인 게임에서 자신이 메인으로 사용하는 캐릭터가 아닌 서브 캐릭터를 의미)'가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본래의 자신이 아닌 새로운 자신을 표출하는 용어다.

    비씨카드 직원들의 닉네임도 일종의 부캐로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원석 사장은 자신의 이름에서 따온 '원스틴'을 닉네임으로 쓰고 있다. 홍보팀장은 '스피커'로 자신의 업무가 쉽게 연상되도록 했다. 이외에도 직원들은 만수르, 오시장, 무빙워터, 크크, 톡시 등 다양한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다.

    아직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직급이나 직책을 부르는 것보다 닉네임을 부르니까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고 편안하다”라며 “조직 내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 사장의 이런 시도는 회사 안팎에서 의외라는 평가다.

    비씨카드는 지난해 8개 전업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실적이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697억원으로 전년 대비 39.6% 감소했다. 이로 인해 이동면 전 사장은 부임한지 1년만에 경질되고 최원석 사장이 구원투수로 투입된 것이다.

    따라서 최 사장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보다 실적 개선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의 행보는 느긋하다. 지난달 26일 임직원들과 소통하는 토크 콘서트를 직접 제안해 취임식을 대신했다. 직원들과의 소통에 방점을 뒀으며, 닉네임 부르기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직원들에게 실적 개선에 대한 압박과 부담을 주기보다는 소통을 하면서 조직분위기를 쇄신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것.

    이는 6년간 비씨카드 사외이사를 역임하면서, 어떤 변화와 노력들이 필요한지를 곁에서 지켜본 결과로 보여진다.

    최 사장의 이런 시도들이 짧게는 1년 뒤 실적에 어떻게 반영될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