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잠실5단지 이어 은마도 재건축 심의 보류정부기조 발맞추기에 강남권 중심으로 불만 속출전문가 "吳, 재건축 활성화 의지 여전…하반기 결과물 보여야"
  • 서울시가 주요 재건축단지의 심의 요구를 잇따라 보류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동산 활성화 공약에 따라 속도감 있는 재건축을 기대해 온 강남권에서는 사업 지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같은 행보에 전문가들은 향후 재건축 규제 완화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대한 재건축 심의를 재차 보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관할구청인 강남구청은 지난달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해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지만 공공임대 등과 관련해 내용 보완이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지난 2010년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단계에서 수차례 발목이 잡히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은마아파트와 함께 대표 재건축단지로 거론되는 잠실주공5단지 역시 지난달 관할구청이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도시계획위원회 수권소위원회에 상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주민 의견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당초 오 시장이 후보 시절 강남권 재건축 활성화를 공언한 것과 다소 상반된 결과다. 특히 오 시장은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추진 활성화'를 송파구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잠실주공5단지의 한 관계자는 "오 시장이 강남권 재건축 활성화를 꾸준히 강조해온 만큼 주민들의 기대가 컸으나 서울시 정책을 보면 아직까지 별다른 변화를 찾아볼 수 없다"며 "아직 취임 한달밖에 되지 않았고 정부와의 협력이 어려운 점도 알고 있지만 표를 던진 주민들 입장에선 재건축 활성화에 대한 확실한 신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오 시장 취임 이후 서울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한 점이 상당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 인허가에 나설 경우 집값 상승세에 더욱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09%로 전주(0.08%) 대비 상승폭이 커졌다. 서울 아파트값은 2.4대책 발표 이후 매주 둔화해 4월 첫째 주 0.05%까지 낮아졌으나 4.7 보궐선거 직후인 4월 둘째 주 0.07%로 반등하며 4주 연속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은 103.7로 전주(102.7)에 비해 1.0포인트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재건축 단지의 우려와 달리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정부와 타협점을 찾기 위해 '신속'보다 '신중'한 부동산 행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 시장 역시 재건축 활성화에 대한 의지가 분명한 만큼 정부 기조와 일정 부분 발을 맞춘 뒤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서울시 단독으로 부동산 규제에 변화를 주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 비출때 무조건 밀어붙이기 보다는 차분히 타협점을 모색하며 협상 카드를 준비하는 것이 보다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내기 수월할 것"이라며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포석을 놓은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선거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중에는 이렇다 할 결과물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