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GS, 2018년 3분기 이후 최고… 오일뱅크 분기 최대 영업익유가 상승 재고평가 이익 반영… 수요 회복 기반 마진 손익분기점 근접수요 회복 기대 속 마진 정상화… "백신 보급 가속시 개선세 가팔라질 것"
  • ▲ 주유. ⓒ정상윤 기자
    ▲ 주유. ⓒ정상윤 기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정유업계가 1분기 일제히 적자 탈출에 성공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든 데다 국제유가가 치솟고, 정제마진이 회복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14일 잠정실적 보고서 분석 결과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모두 2조177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4조4177억원과 전분기 2916억원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전날 잠정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의 경우 5025억원으로 2018년 3분기 8358억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5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에서 탈출했다. 6326억원을 거둬들인 GS칼텍스는 2018년 3분기 6359억원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분기 4개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낸 에쓰오일은 2016년 2분기 6408억원 이후 최고치인 6292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4128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4000억원을 돌파했다. 종전 최고치는 2017년 4분기 3815억원이다.

    정유업계 실적 개선의 가장 큰 요인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 이익 상승이 꼽힌다. 정유사는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일정 물량의 원유를 미리 사둔다. 보유 중인 원유의 가치는 실적 평가 시점의 원유가격으로 평가한다.

    국내 정유사들이 주로 거래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말 50달러 선으로 회복됐으며 1분기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OPEC+(석유수출국기구 및 10개 비회원 산유국 협의체)의 적극적인 감산 기조와 미국 한파로 인한 생산 차질 등이 원유 시장의 수급 개선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이 미리 사둔 원유가격이 상승하면서 재고평가 이익도 커졌다. 실제로 영업이익 60% 정도가 유가 상승 관련 재고 이익에 따른 영향으로 파악된다.

    정유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청신호를 보였다.

    지난해 2분기 마이너스 수준까지 하락한 바 있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백신 접종 확산에 따른 수요 회복 기대감과 미국 남부 지역 한파, 일본 지진으로 인한 미·일 정유사 가동 차질 및 주요 석유제품의 누적 재고 감소 등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이후 점진적 상승 기조로 전환됐다.

    4월부터 본격적인 오름세를 시작하더니 4월 마지막 주 기준 배럴당 3.2달러로 3달러 선에 진입했다.

    여전히 손익분기점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으나, 석유제품 재고가 적은 상황에서 경기 회복 조짐과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산 및 드라이빙 시즌 진입에 따른 운송용 수요 증대 등이 전망을 밝게 한다.
  • ▲ 정유4사 영업이익 추이. ⓒ한국신용평가
    ▲ 정유4사 영업이익 추이. ⓒ한국신용평가
    화학, 윤활유 등 비정유 부문도 전반적인 수급 여건 개선으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정유사의 화학 부문 주력 제품인 PX는 2020년 중국의 대규모 증설과 최종 수요처인 의류, 합성섬유의 소비 감소로 하반이 이후 t당 스프레드가 손익분기점 이하인 t당 13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으나, 올 들어 전방산업인 PTA의 신규 설비 가동에 따른 수요 회복과 역내·외 설비 가동 차질에 따라 1분기 평균 스프레드가 t당 182달러로 다소 상승했다.

    올레핀 계열도 1분기 북미 한파 등으로 인한 공급 감소와 포장재, 의료용 중심의 견조한 수요로 주요 제품 스프레드가 강세를 보였다.

    윤활유 부문 주요 제품인 윤활기유는 정유사들의 부진한 정제설비 가동률로 원재료 공급 및 제품 생산이 제한된 가운데 고급 윤활기유(그룹Ⅱ, Ⅲ) 위주의 수요 회복을 통해 우호적인 수급 여건이 지속됐다.

    정유업계에서는 2분기에도 실적 흐름이 견조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관건은 정제마진의 완전한 회복 여부다. 재고평가 이익에 기댄 실적이 아닌, 제품을 팔아서 제대로 수익을 내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정제마진이 회복은 많이 됐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4~5달러 선에는 못 미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4달러 이상으로 올라온 뒤 지속 상승하는 것을 확인해야 비로소 실적이 제대로 회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 막 흑자로 돌아선 것일 뿐 지난 실적에서 입은 손실을 만회하려면 보다 더 큰 반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항공유 수요 회복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의 항공유 생산과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주 항공유 마진은 전주보다 2.0달러 오른 배럴당 4.4달러로, 손익분기점 수준에 근접했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항공유 수요가 회복되는 점은 국내 정유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항공유 수요 회복은 정유 수급 개선과 함께 정제마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국내 정유사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판단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코로나19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않았지만, 정제마진이 정상화 흐름을 탄 건 긍정적"이라며 "하반기 이후 팬데믹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 석유제품 수요가 늘고 항공유 부문 회복도 기대되고 있다. 백신 보급이 가속화되면 수익 개선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