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月 30만원 후불결제‧계좌개설‧자기자본금 완화규제 사각지대 논란…은행권 "동일기능, 동일규제" 주장금융노조, 전금법 ‘소비자 보호 부족’…개정안 보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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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을 추진하자 금융권과 시민단체 등이 빅테크(대형정보기술업체)‧핀테크 특혜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금융권은 빅테크‧핀테크 업체가 은행업의 일부를 하게 되는데 은행과 달리 규제를 피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핀테크 측은 은행권 고유의 예금·대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으니 동일기능·동일규제 적용은 맞지 않다며 대립 중이다.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금법 개정안에 따른 은행권의 반발과 핀테크의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다.전금법 개정안의 핵심은 비금융회사가 계좌 개설을 통해 결제나 이체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핀테크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전금법 개정안은 금융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이 경우 종합지급결제사업자가 은행처럼 이용자에게 계좌를 제공하고 앱에서 이체나 대금납부, 이자지급 등 고객의 예탁금을 운용할 수 있다. 월 30만원 한도 내에서 후불결제도 가능하다.그러나 이같은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은행법이나 각종 금융관련 법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최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진행한 토론회에서 전금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러 가지 우려와 문제제기가 나왔다.김천순 한국산업은행지부 수석부위원장은 “금융위원회의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지정 제도는 노골적으로 빅테크에게 라이센스를 허용하게 하려는 꼼수”라며 “제한된 여·수신 업무를 하는 조건으로 현재 은행·카드사가 받는 금융규제를 피해간다”고 지적했다.반면 장성원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처장은 “종합지급결제업자는 은행의 본질적 업무인 예금·대출 등 신용창출을 하지 않고 내국환 업무만을 수행해 은행과 서비스 제공 범위에서 전혀 성격이 다른데 은행업으로 규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이어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일반 전금업자 대비 강화된 건전성과 이용자 보호 규제, 금융회사 수준의 신원확인과 보이스피싱 규제 등을 받고, 자기자본도 200억원 수준으로 높게 설정돼 있다"고 덧붙였다.예탁금 관리를 놓고 소비자 보호에 대한 갈등의 골도 깊다. 개정안은 대금결제업자는 이용자 예탁금의 절반을, 자금이체업자는 예탁금 전액을 은행 등에 예치·신탁하거나 지급보증 보험에 가입하도록 했다. 이를 어길 경우 벌칙조항은 없다.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교수는 “만약 자금이체업자 등이 파산했을 경우 이용자는 자신의 돈을 반환하라는 청구권만 갖게 되는 등 운용리스크에 굉장히 취약한 상태”라며 “대금결제업자는 나머지 50% 예탁금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이어 “예탁하지 않은 나머지 50%의 고객 예치금이 계열사 지원이나 출자 등에 쓰이지 않도록 명문화하고 처벌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