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둔화 우려 속 연간 영업익 2조 '겨냥'… 직전 8년치 합산 수준어닝 서프라이즈 지속, 재무구조도 제고… 신사업 자금 확보 "이상 무"
  • ▲ 서울 중구 소재 금호석유화학 본사. ⓒ권창회 기자
    ▲ 서울 중구 소재 금호석유화학 본사. ⓒ권창회 기자
    금호석유화학의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됐다. NB라텍스가 수요 둔화 우려에도 여전히 타이트한 공급으로 이익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범용고무, 페놀유도체 등도 경기 회복 수요 증가로 실적 회복이 기대되면서다.

    원활한 현금흐름으로 M&A 관련 자금 소요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미래 성장동력 마련까지 무리 없어 보이는 만큼 중장기 전망 역시 긍정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금호석유화학의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상향했다. 2019년 4월 A-(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상향한 이후 2년 2개월여 만이다.

    양사는 상향 사유로 △NB라텍스 생산능력 확대와 동남아시아, 중국 등 수요 증가에 힘입어 이익창출력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 △앞으로도 우수한 수익성이 유지될 것이라는 점 △현금흐름 개선으로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앞서 금호석유화학은 2016~2018년 석유화학 업황 호조기에 양호한 실적 개선세를 보였으나, 2018년 하반기 이후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글로벌 경제성장률 둔화, 기초유기화학물 부문의 기저효과 및 지난해 초 발생한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영업실적이 하락했다.

    그러나 NB라텍스 수요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으며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위생 관련 수요가 급증하면서 합성고무, 합성수지, 자회사인 금호피앤비화학의 BPA, 아세톤 등 주요 제품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데 힘입어 2010~2011년 호황기 수준의 영업실적을 나타냈다.

    실제 금호석유화학의 영업이익률은 2019년 1분기 11.2%에서 2019년 4분기 1.48%까지 지속 하락했다.

    이어 2020년 1분기에 반등을 시작해 전분기대비 회복세를 보였으며 3분기부터는 전년동기대비 개선세까지 기록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7421억원)이 전년(3653억원)의 두 배를 넘을 만큼 가파른 실적 성장을 지속했다.

    올해 1분기에는 NB라텍스와 BPA 스프레드가 추가적으로 확대되면서 6125억원의 분기 영업이익을 창출했으며 이에 연간 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치 분석 결과 2분기 금호석유화학의 영업이익은 7070억원으로 전분기대비 15.4%, 전년동기대비 488% 각각 성장할 것으로 추산됐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1분기 실적을 재차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연간 기준으로는 2조5204억원에 달하는 전례 없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호석유화학이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벌어들인 8년간 합산 영업이익 2조5649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NB라텍스의 경우 코로나19 수혜 이후 수요 둔화 우려가 존재하지만, 수요 여건은 여전히 탄탄하며 공급은 타이트한 상황이다. 장갑업체들의 증설 물량이 급증하고 있고, 코로나 이후에도 장갑 착용의 구조적 소비 패턴 변화로 장갑 시장의 높은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범용고무(SBR/BR) 역시 최대 전방인 타이어 수요의 급증에 따른 장기 불황 국면 탈출과 수익성 개선 국면에 진입할 전망이다. 또 △글로벌 인프라 투자 △건설·건축 수요 △선박 발주 △항공기 운항 정상화 등으로 페인트 및 에폭시, BPA, 페놀 강세도 오랫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까지는 위생 수요 강세가 실적을 이끌었다면 올해는 경기 회복 관련 수요가 실적을 이끌 전망"이라며 "특히 합성고무와 페놀유도체는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크기 때문에 이익 개선에 따른 레버리지는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미경 나이스신평 실장은 "중단기적으로 백신 접종 확대 등으로 코로나19 영향이 감소하면서 위생 수요의 기저효과로 이익창출력이 다소 하락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코로나19 영향 감소에도 위생 관련 제품 수요가 급락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NB라텍스, BPA 등의 순차적 증설로 생산능력이 확대될 전망인 점을 감안하면 과거에 비해 우수한 영업실적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 금호석유화학 여수고무2공장 야경. ⓒ금호석유화학
    ▲ 금호석유화학 여수고무2공장 야경. ⓒ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은 2017년 이후 주력 제품 업황 호조 아래 원활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분기 보고서 분석 결과 1분기 기준 금호석유화학의 부채비율은 60.1%로, 2017년 1분기 164%를 고점으로 매년 개선세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이 기간 차입금 규모를 1조7589억원에서 8300억원으로 크게 줄이면서 차입금의존도 역시 97.7%에서 23.4%로 낮아졌다.

    차입금 등 부채 감소로 이자비용도 2017년 1분기 164억원에서 올해 1분기 51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영업이익 개선세와 맞물리면서 이자보상배율도 3.99배에서 119배로 크게 뛰었다.

    다만 올 들어 금호리조트, 금호홀딩스(HK) 지분 취득(2554억원, 4월) 및 금호리조트 시설 투자를 위한 유상증자(350억원, 5월)를 진행한 데 이어 공동기업인 금호폴리켐(EPDM 사업, 지분율 50%)의 지분 50%를 인수(1513억원, 7월 예정)하기로 결정하면서 약 4400억원의 M&A 관련 자금 소요가 발생했다.

    또한 여수 합성고무 설비투자, 울산 NB라텍스 설비 증설(2021년 말 연산 7만t 완공 예정), 금호피앤비화학의 에폭시 수지 및 아세톤 리사이클 설비 증설 등으로 CAPEX가 확대될 예정이며 앞서 발표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해외 신증설 및 M&A를 통한 신성장 플랫폼 확보 전략 등을 고려하면 자금 소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풍부한 유동성과 중기적으로 확대된 영업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이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자금 유출에도 우수한 재무구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보유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1분기 기준 7548억원으로,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유형 자산을 활용한 추가 담보 여력,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그리고 이번 신평사들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 등으로 금융시장 접근성이 개선된 점 등을 감안하면 재무적 융통성도 우수하다.

    높아진 이익 체력과 누적될 현금흐름은 향후 성장성 투자의 재원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강동진 애널리스트는 "최근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고, 개선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에 투자할 수 있는 충분한 체력도 가졌다"며 "임시주주총회에서 밝힌 대로 호시황에 거둔 이익으로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할 경우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NB라텍스의 신증설로 인해 금호석유화학의 피크아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NB라텍스 만을 두고 볼 것이 아니라 고무 시장 상황을 읽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합성·천연고무는 생산 차질과 팬데믹 영향이 컸던 다른 제품과는 달리 이미 수년에 걸쳐 공급이 조정됐고, 수요 부진이 회복됐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과잉공급 장기화로 합성고무 신증설은 거의 없었고, 천연고무도 3~4년 전부터 태국 등에서 경작지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타이어 수요는 글로벌 판매 증가율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하반기 이동의 정상화 및 자동차 구매 증가 등으로 타이어 수요 또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NB라텍스 역시 말레이시아, 태국, 중국 등의 장갑 증설이 폭발적이지만 2023년 LG화학이 20만t을 완공하기 전까지는 공급이 부족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