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개선세 둔화되는 피크아웃 현상…향후 증시 상승세 부정적 영향 가능성미국·중국 등 주요 경제권의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도 일제히 하락세 부담"경기회복 속도 둔화일 뿐 경기 침체 아냐"…유동성이 주가 하단 지지
  • 2분기 이후 경기 모멘텀 피크아웃(Peak out·정점 통과) 전망으로 코스피 상승 추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델타변이 우려를 어느 정도 덜어낸 시장은 다시 고점 논란에 직면하면서 하반기 코스피 상승 동력 둔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77% 상승한 3271.38에 마감했다.

    지난달 경기 정상화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보였던 코스피는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 소식에 지난 7일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2.66%)했지만 미국 증시가 델타 변이 우려를 딛고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코스피 역시 이틀째 오름세를 유지, 지난 하락분을 일부 되돌렸다. 

    다만 이날 새벽 뉴욕 증시에서 주요 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5.4% 상승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에 주춤하면서 코스피도 장 초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분의 3분의 1이 중고차 가격지수라는 점에서 시장 하락폭은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실적 개선세와 주요국 경기 회복 속도가 2분기 이후 둔화되는 '피크 아웃' 현상이 향후 증시 상승 추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지난 3월 3000선이던 코스피 지수는 실적 개선세와 경기 모멘텀을 바탕으로 지난 6일 사상 처음 3300선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저점 대비 코스피는 120% 이상 오르는 등 20~50%대 상승한 미국·중국 등 글로벌 증시 대비해서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두드러진 상승을 보인 만큼 정점 리스크로 인한 하락 위험은 더욱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이 2분기 기업 실적보다 앞으로의 이익 방향성에 더 주목하며 하반기 이익 모멘텀 약화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치를 제시한 코스피 상장사 185곳(삼성전자·LG전자·포스코는 잠정실적 반영)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85.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1분기 영업이익 증가율(126.3%)보다는 줄어든 것으로, 3분기(42.3%)·4분기(63.1%)엔 성장세가 더욱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지난 7일 삼성전자가 시장 컨센서스를 14% 상회한 2분기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는 하락했다. 향후 업황 불확실성 우려가 반영된 탓이다. 

    안소은 IBK증권 연구원은 "경제 정상화 기대를 선반영했던 1분기 어닝시즌과는 다른 양상"이라며 "4월초 1~4분기 코스피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일제히 상향 조정되면서 증시를 끌어올렸던 것과 달리, 7월초 현재 2~4분기 컨센서스 상향 강도는 미미한 수준으로 1분기 어닝시즌처럼 실적 기대가 증시를 강하게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2분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워낙 좋았기 때문에 기업 실적도 대체로 예상에 부합하거나 웃도는 호실적이 예상되지만 시장의 상승 강도는 실적 시즌이 다가올수록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호실적이 예상되는 2분기보다 3분기 혹은 4분기 이후의 상승동력 둔화 및 피크아웃 가능성을 더 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와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경기 흐름의 주요 선행 지표들에서도 피크아웃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월 서비스업 PMI는 60.1로 전달 역대 최고치인 64.0에서 둔화됐다. 제조업 PMI도 61.2에서 60.6으로 낮아졌다. 오는 15일 발표 예정인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지표도 투자 심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는 1분기 전년 대비 18.3%에서 2분기 8%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국 등 주요 경제권의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가 일제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연초까지의 이상치 영역에서는 큰 의미가 없었지만 기대치가 합리적인 수준까지 조정된 것으로 볼 수 있는 현 시점에서는 의미가 다르다.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경제 지표 발표가 이어진다는 것은 결국 증시의 상승 탄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소재"라고 밝혔다. 

    반면 피크아웃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여전히 유동성이 풍부한데다가, 모멘텀의 피크아웃은 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이지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안소은 연구원은 "여전히 유동성은 풍부하고 금융시장은 완화적인 상황"이라며 "주가 하단을 지지하는 요소도 상존한다"고 강조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경기 회복 속도가 정점을 이루고 점차 그 속도가 둔화할 경우 금융시장에서 그동안의 강세를 뒤로 하고 매물 소화 과정이 불가피하다"면서도 "고려해야 할 점은 경기 회복 속도의 둔화이지 경기 침체는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 경제 성장률은 재정 정책을 비롯한 유동성 효과로 견고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주식시장 조정 폭은 제한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