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신생률 2007년 17.9%→2019년 15.3%매출액 고성장기업 2009년 13.1%→2019년 8.6%창업 후 '중소→중견→대기업' 성장사다리 점차 약화대한상의 "창업활성화·구조조정·혁신역량 강화" 제언
  • ▲ 규제.ⓒ연합뉴스
    ▲ 규제.ⓒ연합뉴스
    국내 산업의 역동성이 저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자비용조차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은 증가하는 반면 신생기업의 출현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자·통신·의료 등 고위기술 부문의 제조업은 신생기업의 비중이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2일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한국 산업 역동성 진단과 미래 성장기반 구축' 보고서에서 "추세적으로 낮아지는 국내 잠재성장률을 복원하기 위해선 산업 역동성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잠재성장률은 2015~2019년 2.7%에서 2020~2024년 2.3%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SGI는 국내 산업 역동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동하는 기업 중 새로 생겨난 기업의 비율을 뜻하는 '신생률'과 사라진 기업을 의미하는 '소멸률'을 꼽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 산업의 신생률은 2007년 17.9%에서 2019년 15.3%로 줄어들었다.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2013년 13.9%까지 떨어졌던 신생률은 박근혜 정부에서 반등해 2016년 15.2%로 올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다시 내림세로 돌아서 2018년 14.7%로 떨어졌다. 그나마 2019년에는 15.3%로 반등했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해 정책적으로 '제2의 창업붐'을 강조한 탓으로 풀이된다.

    소멸률도 추세적인 내림세를 보인다. 중간중간 부침이 있지만, 2007년 13.0%에서 2018년 11.1%로 낮아졌다.

    창업 이후 기업들의 성장성 저하도 문제다. 활동하는 기업 중 3년간 매출액 증가율이 20%를 넘어선 고성장기업 비율은 2009년 13.1%에서 2019년 8.6%로 낮아졌다. 창업 후 '중소→중견→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성장사다리가 점차 약화하고 있다고 SGI는 분석했다.

    산업별로 보면 최근 10년간 제조업에서 신생률 하락이 눈에 띈다. SGI는 특히 전자·컴퓨터·통신, 전기장비, 의료·정밀기기 등 고위기술 부문의 역동성 저하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고위기술 제조업의 신생률은 2011년 11.9%에서 2019년 7.7%까지 줄어들었다.

    서비스업에서도 정보통신, 금융보험 등 고부가 업종 기업 신생률은 2011년 20.7%에서 2019년 17.1%로 하락했다. 서비스업 창업은 도소매, 음식숙박, 부동산업 등 영세업종에서 주도했다. 기업규모를 봐도 10인 이상 기업의 신생률은 2011년 6.6%에서 2019년 5.3%로 감소했다.
  • ▲ 제조업 기술수준별 기업신생률.ⓒ대한상의
    ▲ 제조업 기술수준별 기업신생률.ⓒ대한상의
    SGI는 성장잠재력 약화와 일자리 창출 능력 저하, 사회갈등 심화를 국내 산업 역동성 저하의 영향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성장잠재력의 경우 한계기업의 퇴출 지연이 잠재력을 갉아먹는다고 주장했다. 한계기업은 기업의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대지 못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한계기업의 생산성은 정상기업의 48% 수준에 그친다. 보고서는 국내 제조업의 한계기업 비중이 2010년 7.4%에서 2018년 9.5%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SGI는 "신생기업이 계속 많아지지 않으면 기존 기업의 제한된 일자리를 두고 세대 간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GI는 산업 역동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창업활성화, 사업재편·구조조정, 혁신역량 강화를 제언했다. 먼저 창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신기술의 시장 출시를 먼저 허용한 후 필요하면 사후에 규제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 틀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사업재편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산업 내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정부 주도로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경쟁력을 갖추고도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만기연장, 이자감면 등을 통해 자생력을 갖게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끝으로 혁신역량 강화와 미래 핵심 인재 공급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천구 SGI 연구위원은 "경제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선 혁신 기업의 탄생, 효율적인 기업의 성장, 한계기업의 퇴출 등 3박자가 갖춰져야 한다"며 "낡은 것은 무너뜨리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창조적 파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 창업기업 규제혁신 간담회.ⓒ연합뉴스
    ▲ 창업기업 규제혁신 간담회.ⓒ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