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실적 회복 지연 속 영업익 40% 이상 도맡아정기보수 등 타이트한 수급 상황 제품 마진 확대"하반기, 고급기유 중심 수요 증가… 스프레드 유지 될 듯"
  • ▲ 엔진오일. ⓒ뉴데일리경제 DB
    ▲ 엔진오일. ⓒ뉴데일리경제 DB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부진을 만회하는 호실적을 상반기에 기록했다.

    견인차 역할을 매출 비중이 10%도 채 안 되는 윤활기유 부문이 맡았다. 3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면서 회사 영업이익의 40% 이상을 책임졌다. 당분간 견조한 수급 상황이 이어지면서 역할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90억원으로, 2018년 이후 3년 만에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섰다.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은 1조2002억원으로, 2016년 상반기 1조1326억원을 웃도는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현대오일뱅크도 상반기 반기 최대 실적인 6785억원을 기록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정제마진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근거로 2분기 성적이 주춤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우려와 달리 호실적을 거뒀다.

    3사 모두 정유 사업보다는 비정유 사업 부문이 강세를 보였다. 특히 윤활기유 부문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윤활기유는 자동차용 엔진오일이나 산업 현장 기계들에 쓰이는 윤활유 제품의 80~90% 이상을 차지하는 기초원료다. 국내에서는 SK루브리컨츠,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쉘베이스오일 등이 윤활기유를 생산하고 있다.

    에쓰오일의 2분기 윤활기유 영업이익은 2845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5710억원)의 49.8%를 차지한다. 회사 전체 매출액 비중으로는 9.82%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에서는 절반이나 이바지했다.

    현대오일뱅크도 2분기 영업이익의 3분의 1이 윤활기유(34.6%)다. 윤활기유 부문 매출 비중은 6.85%에 불과하다.

    SK이노베이션 역시 마찬가지다. 매출 비중은 6.85%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44.7%에 달한다. 그야말로 '알짜배기' 사업인 셈이다.

    윤활기유 이익이 증가한 것은 글로벌 공급업체들이 공장 가동률을 하향 조정하거나 정기보수를 단행해 공급을 줄였지만 수요는 견조하게 유지돼 마진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중국과 인도에서 유로6에 준하는 배기가스 규제를 강화하면서 고급기유의 수요가 증가했다. 고급기유를 사용할 경우 자동차의 연비는 좋아지고 배출되는 배기가스는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터빈오일과 같은 산업용 윤활유에 대한 요구 수준도 갈수록 높아지면서 관련 소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공급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낮은 정유설비 가동률이 윤활기유 공급을 줄였다"며 "공급 감소와 높은 수익성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공급 감소로 인해 윤활기유 스프레드는 배럴당 △1월 50달러 △2월 59달러 △3월 70달러 △4월 87달러 △5월 89.5달러 △6월 86달러를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고품질 윤활기유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유사들의 실적의 상당 부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배기가스 감축 노력을 포함한 환경규제 강화, 고성능·고효율 제품 수요 증가 등으로 그룹Ⅱ, Ⅲ가 그룹Ⅰ 기유의 수요를 대체하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급 기유 중심으로 수요가 성장할 전망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윤활기유 설비들의 정기보수 완료로 타이트한 공급 상황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품질 제품에 대한 수요 강세가 지속되면서 높은 스프레드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도 "기유 공급량 증대에도 재고 비축 니즈와 진성 수요 회복 등으로 견조한 스프레드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GS칼텍스는 9일 잠정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