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반도체주 매도·환율 급등이 코스피 약세 견인당분간 코스피가 저점 다지는 구간…"펀더멘털 주도 하락장 아냐"반면 기술적으로 중기 횡보 국면 진행…"반도체주 단기 반등해도 중기 하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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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가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3200선이 무너졌다. 반도체 업황 우려로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 반도체주들에 외국인 매도세가 몰린 탓이다. 국내 대표주들을 중심으로 급락세가 이어지자 하락장의 신호탄일지, 아니면 저점 다지기 국면일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는 모습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는 전주 대비 3.03% 하락했다. 지수는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3200선이 무너졌다. 이는 5월 28일(3188.73) 이후 석 달 만이다.

    코스피의 하락을 주도한 것은 국내 대표 반도체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외국계 증권사인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업황 우려감에 두 종목 목표주가를 내리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물 폭탄이 쏟아졌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7조원 넘게 코스피 주식을 팔아치웠는데, 매도세는 이들 반도체 업종에 집중적으로 몰렸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만 5조6000억원 가까이 순매도하면서 지난 13일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는 7만4400원으로, 일주일 만에 9% 가까이 하락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의 시총 비중도 2019년 9월(19.84%) 이후 처음으로 20%선을 하회했다. 이날 코스피 시총은 2285조3760억원으로, 삼성전자(444조1518억원)의 비중은 19.43%를 기록했다.

    시총 2위 SK하이닉스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 기간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2조177억원어치 순매도하면서 주가는 12% 넘게 급락했다. 시총 3위인 네이버엔 반대로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면서 장 중 시총 순위 2위 자리를 놓고 두 기업이 엎치락 뒤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3일 기준 SK하이닉스와 네이버 간 시총 차이는 2조1912억원에 불과하다.

    최근 환율 상승도 코스피 약세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13일 기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7.8원 오른 달러당 116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 한때 1169.5원까지 오르며 지난해 9월 29일(1171.2원) 이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 주간 환율은 26.9원이나 올랐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불확실성이 불거진 반도체 업종에 대해 대규모로 매도를 했고, 이 종목들이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많이 포진해 증시가 크게 하락한 한 주였다"면서 "외국인들의 매도 물량이 크다보니 원화 환율에도 영향을 줘 환율이 급등했고, 환차손을 우려해 다시 외국인들이 매도를 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돼 증시 전반에 부담을 줬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코스피가 저점을 다지는 구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장기적으로 약세장 진입을 예고하는 펀더멘털 주도 하락장이 아닌 만큼 추세적 흐름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금의 주가 급락은 2018년도 사상최고치 경신 이후에 시장이 약세장으로 들어갔던 것처럼 경제나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이익이 급격하게 꺾이고 부러지는 이런 상황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다"면서 "센티멘트(투자심리)가 주도하는 하락장은 단발적인 이벤트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 과거 국내 주식시장의 역사가 알려주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부담과 미 연준의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우려 등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되면 증시도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패닉 국면이 길게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미국 주식시장이 여전히 견조하고,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8월말을 정점으로 피크아웃(고점 통과)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테이퍼링 불확실성도 잭슨홀미팅 이후로는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연구원은 "우리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8월말 정점을 통과한다는 의미로, 아직까지는 시장 자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라면서 "단 종목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는 명백한 기준이 필요하다. 강세장이 아니기에 약점은 적고 장점은 많은 주식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기술적으로 볼 때 코스피의 상승세가 중기 추세에서 벗어나 중기 횡보 국면이 진행 중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는 주봉상으로 지난해 3월 저점에서 그은 상승 추세선이 지난 7월 말 이탈했다"며 "장기 상승 추세 훼손으로 중장기 조정 국면 진입 가능성이 부각됐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변동성 지수의 경우 중기적으로 바닥권 형성 중으로 상승 폭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은 모양"이라며 "이번에 주가가 반등해도 중기적으로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모습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코스피 하락을 주도한 반도체 종목에 대해서도 중기 하락세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정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상대강도지수(RSI)는 일봉상 24.26%, 주봉상 RSI 34.33%로 2019년 초 이후 최저치로 주봉 일봉상 모두 과매도 국면인 상황"이라면서 "10만원 수준이 중요한 지지대로 반등 가능하지만 아직 단기로 봐야 한다. 중기로 하락 추세 형성 중이라 단기 반등 후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