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신재생에너지 기업 인수, 유럽 '풍력' 시장 진출'수익성 악화' 태양광 넘어 시장 다변화 등 새 모멘텀 마련유럽 기반 안정적 성장 기대…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기업 도약 정조준
  • ▲ 서울 중구 소재 한화솔루션 본사. ⓒ권창회 기자
    ▲ 서울 중구 소재 한화솔루션 본사. ⓒ권창회 기자
    한화솔루션이 신재생에너지 기업을 인수하면서 토탈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의 도약에 박차를 가한다. 동시에 답보 상태인 태양광 부문에 사업 다각화, 시장 다변화를 통한 새로운 모멘텀이 될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프랑스 재생에너지 전문 개발업체 'RES Méditerranée SAS(RES프랑스)' 지분 100%를 약 9843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한화솔루션은 RES프랑스 개발·건설 관리 부문과 5GW 규모의 태양광·풍력 발전소 개발 사업권(파이프라인) 인수를 위한 계약 절차를 10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RES프랑스는 1981년 설립된 글로벌 재생에너지 전문업체 영국 RES그룹의 100% 자회사로, 태양광과 육·해상 풍력, ESS의 재생에너지 사업 개발과 건설 관리 등을 수행했다. 최근 5년 동안 프랑스 정부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수주물량 기준 10위 안에 드는 사업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유럽 재생에너지 개발사업 확장을 위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 '2050 탄소 중립'을 목표로 기후위기 대응에 가장 앞서 나가는 유럽에서 공격적 투자를 통해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한화솔루션에서 그린에너지 부문을 맡는 한화큐셀은 이번 인수로 '토털 에너지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글로벌 기준 재생에너지 사업권이 약 15GW로 늘어나는 것은 물론, 신규 사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풍력 사업 역량까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큐셀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GW의 재생에너지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다. RES프랑스 인수가 완료되면 유럽 지역 사업권만 모두 10GW로 늘어나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진다. 태양광 모듈을 유럽 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판매처를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다.

    특히 RES프랑스가 전체 사업권의 절반 이상을 육·해상 풍력 발전 사업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태양광과 풍력을 결합한 재생에너지 개발 신사업 진출을 모색하던 한화큐셀 입장에서는 이번 인수로 풍력 발전 역량 확보와 함께 향후 발전자산을 활용해 독립발전사업(IPP)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IPP는 민간업체가 직접 발전소를 짓고 운영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도급사업보다 수익성이 높다.

    독일뿐만 아니라 프랑스까지 유럽 시장 공략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유럽 재생에너지 시장은 최근 EU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40%로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인 '핏 포 55(Fit for 55)'를 발표한 상태로, 고속 성장이 예상된다.

    김희철 한화큐셀 대표는 "RES프랑스가 20년 이상 축적한 개발 노하우를 확보하는 만큼 유럽 시장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기후 변화 대응 기술이나 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를 대표하는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 ▲ RES 풍력발전. ⓒRES
    ▲ RES 풍력발전. ⓒRES
    시장에서는 태양광 부문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RES프랑스의 외형 및 이익 규모가 한화솔루션에 비해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인수에 따른 단기 실적 개선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태양광 부문은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

    2010년 사업 초기 영업이익률 13.8%를 달성한 뒤 연간 영업이익률이 5%를 넘어선 것은 2016년 5.43%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본격적으로 이익을 내기 시작한 2014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률은 2.10%에 그친다.

    올 들어 상황은 더 나빠졌다.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1조6486억원과 비슷한 1조7512억원을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70억원에서 -795억원으로 역성장했다.

    한화솔루션의 케미칼 부문은 2분기에 분기 최대 영업이익 2930억원을 달성했으나, 태양광 적자 규모는 1분기 -149억원에서 2분기 -646억원으로 확대되면서 성과를 반감시켰다.

    특히 200㎿ 규모의 발전사업 매각에 따른 영업이익 220억원이 일회성으로 반영된 점을 고려하면 셀/모듈 사업 적자는 9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원가 압박이 컸다. 원재료인 폴리실리콘과 잉곳, 웨이퍼 등의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등하며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

    여기에 글로벌 폴리실리콘 생산의 절반을 담당하는 중국 시장 지역의 인권 문제로 미국 정부가 수입을 제한하면서 업계에서 원재료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하반기에도 큐셀 부문은 판매량, 판매가격 회복에도 고가 원재료 투입에 따른 수익성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 분석 결과 한화큐셀의 3분기 영업이익은 -513억원으로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나타났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발전 프로젝트 매각에도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하며 모듈 판매에서의 적자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더 크게 발생했다"면서 "하반기에도 모듈 사업에서의 적자 지속은 불가피하겠으나, 원부자재 가격 부담은 상반기에 비해 낮아지면서 적자 규모는 소폭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솔루션 역시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흑자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며 적자 폭 축소를 가이드로 제시했다.

    한편 이번 인수에 따른 재무 부담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한화솔루션은 인수 자금 중 일부를 KDB산업은행과 맺은 '그린에너지 육성을 위한 산업-금융 협약'을 바탕으로 차입 조달하고, 나머지는 자체자금을 활용할 예정이다.

    한화솔루션은 3월 유상증자(1조3500억원)와 갤러리아 광교점 매각(6535억원) 등으로 대규모 현금이 유입되면서 재무완충력이 제고된 상태다.

    상반기 기준 차입금(4조7670억원) 등 부채 규모가 지난해 10조3074억원에서 9조1479억원으로 11.2% 줄어든 데다 자본은 6조459억원에서 8조706억원으로 33.4% 늘어나면서 부채비율(113%)과 차입금의존도(59.0%)가 전년대비 각각 57.1%p, 50.7%p 개선됐다.

    재무건전성 개선으로 유동성도 안정화됐다. 유동비율은 134%로, 직전 5년(2016~2020년) 상반기 평균 94.6%를 웃돌았으며 보유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2조4301억원으로, 5년 평균 1조867억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최주욱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단기적으로 이번 지분 취득에 따른 차입금 증가가 나타나겠지만,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본다"며 "앞서 한화종합화학 지분 인수와 이번 인수까지 더해지면서 재무 부담은 가중되겠지만, 여전히 신용등급 하향 요인에는 밑돌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6월 한화솔루션은 한화에너지와 함께 삼성 계열사가 보유한 한화종합화학 주식 총 1024만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총 취득금액 9868억원 중 한화솔루션이 4730억원을 투입한다. 지난달 1917억원을 지급한 데 이어 2022년과 2023년 각각 1438억원씩 납입할 예정이다.
  • ▲ 한화큐셀의 '토털 에너지 솔루션 프로바이더' 전략. ⓒ한화솔루션
    ▲ 한화큐셀의 '토털 에너지 솔루션 프로바이더' 전략. ⓒ한화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