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와인 수입량 3억3000만달러 ‘최대’신세계L&B 성장으로 시장 개편 가속화자체 생존 구조 갖추지 못하면 생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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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입 와인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신세계L&B의 ‘메기효과’에 대응해 자체적인 생존 구조를 갖춰놓은 회사는 시장 확대에 발맞춰 견실한 실적을 쌓아올리는 반면, 그렇지 못한 중소업체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류 수입액은 전년 대비 8.2% 증가한 11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중 수입 와인은 3억3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수입 주류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와인 수입량은 올해 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2.4% 증가한 3억2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수입액에 근접한 수치다.특히 편의점은 소비자들의 와인 인식을 변화시키고 판매를 늘린 주요 공신이다. 편의점들은 기존 와인들의 높은 가격대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을 1만원대 가성비 제품을 통해 점차 바꾸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집에서 주문한 뒤 제품을 수령하는 방식 등 편의성을 높였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국내 주요 편의점의 올해 상반기 와인 매출은 최대 220% 늘어났다.국내 와인 시장은 2007년 1억5036만달러를 기록한 뒤 2009년 1억1245만달러로 줄었다. 이후 2011년 1억3207만달러, 2012년 1억4742만달러, 2013년 1억7117만달러, 2014년 1억8238만달러, 2015년 1억8976만달러로 완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2016년 이후 지난해까지 수입액이 두 배 가까이 성장하기 전까지 국내 와인 시장은 고요했다.해당 기간 국내 와인 시장은 금양인터내셔날과 아영FBC, 가자주류 등 중견·중소업체가 주를 이뤘다. 이마트 산하 와인유통 자회사인 신세계L&B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신세계L&B는 이마트를 비롯해 신세계백화점, 신세계조선호텔, 이마트24 편의점 등 전국 유통 채널을 통해 소비자들의 일상에 파고들었다. 설립 이듬해인 2009년 52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15년 426억원을 기록한 이후 연평균 30% 성장세를 이어가며 2019년 매출 1072억원을 기록했다.지난해에는 145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최대치를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100억원을 넘어섰다. 신세계L&B는 주류전문점 ‘와인앤모어’를 통한 자체 매장도 강화하고 있다. 와인앤모어는 와인과 수제맥주는 물론 샴페인, 위스키, 전통주, 주류용품, 서적 등을 갖췄다. 기존 아울렛에 있던 ‘리쿠어&베버리지’도 와인앤모어로 명칭을 통합하고 지난해에만 총 6개 매장을 추가했다.와인 수입이 늘어나고 접근성이 강화되면서 와인 시장은 변화와 재편이 이뤄졌다. 와인의 온라인 판매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마트와 편의점 등 소비자 편의성을 무기로 성장하는 후발주자의 추격을 뿌리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전체 시장 성장에 따라 기존 기업의 매출도 자연스레 성장했지만, 매대 경쟁을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로 수익성은 악화됐다.시장 1위 기업이었던 금양인터내셔날과, ‘수입-도매-유통’을 자체적으로 보유한 아영FBC,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 주 판매 경로를 바꾼 나라셀라 등을 제외하면 기존 사업자들은 시장에 설 자리를 잃었다.금양인터내셔날도 2017년 6월 유동자금 악화 등으로 고전하다 까뮤이앤씨의 관계사인 베이스에이치디와 태흥산업에 지분 79.34%를 매각하기도 했다.
신세계L&B와 달리 칠레·이탈리아 와인 위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아울렛과 로드샵 등 신규 입점 물량 확보를 이뤄내며 2017년 15억3000만원이던 영업이익을 지난해 139억원으로 끌어올렸다.아영FBC는 수입을 담당하는 아영FBC와 우리와인, 와인나라 등 종속법인으로 이뤄져있다. 아영FBC가 수입한 와인을 우리와인이 도매를 담당하며 와인나라가 소매 채널로 유통하는 구조다.모회사를 업은 신세계L&B와 자체 유통망으로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면서 시장에서 생존하고 있다. 아영FBC는 2015년 매출 471억, 2016년 519억, 2017년 472억원 등으로 등락을 반복하다 꾸준히 우상향을 그리며 지난해 696억원을 시현했다. 영업이익도 2015년 15억원dp서 지난해 60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 개선도 이뤄냈다.나라셀라는 마승철 회장이 2015년 동아원그룹으로부터 나라셀라를 인수하면서 급격하게 성장했다. 매출에서 외식 경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20% 수준이라는 점에 착안해 식당과 호텔, 레스토랑 등에 집중했던 판매 구조를 마트, 편의점, 슈퍼마켓, 주류전문점 등 ‘오프 트레이드’ 채널로 바꿨다.제품 포트폴리오 역시 오프 트레이드에서 주효한 중저가 와인으로 바꿔나갔다. 2017년 344억원이었던 나라셀라의 매출은 지난해 594억원으로 72.6%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8억원에서 60억원으로 성장했다.반면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중소규모 업체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다. 실제로 가자주류는 2014년 33억원이었던 매출액이 2017년 26억원으로 줄었다. 전체 시장 성장에 따라 지난해 매출은 61억원으로 껑충 뛰었지만 영업이익은 3억원대에 그쳤다.세계주류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5년 385억원이었던 매출은 2019년 597억원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461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가 꺾였다. 영업이익은 2015년 10억원, 2017년 24억원으로 개선되나 싶었지만 지난해 777만원을 기록하면서 4년 만에 99% 줄었다.주류업계 관계자는 “와인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변화하면서 시장이 매년 성장하고 있다”면서 “상위 4개 업체가 각자의 생존전략을 구축한 만큼 시장 재편은 가속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