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수입 멸균우유 제품 지난달부터 가격 인상국산 우유제품 가격 오르자 일부 수입사 마진 늘린듯수입 가공원유 리터당 400원으로 국내의 절반 수준
  • ▲ 대형마트의 우유 코너.ⓒ뉴데일리DB
    ▲ 대형마트의 우유 코너.ⓒ뉴데일리DB
    최근 국산 우유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대안으로 주목받던 수입산 멸균우유가 소비자의 기대를 배신하고 있다. 저렴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가 늘자 일부 수입사가 가격을 발 빠르게 인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일부 수입 멸균우유의 소비자 가격이 최근 입소문을 탄 이후 빠르게 상승되는 중이다. 

    폴란드의 밀키스마 멸균우유 1리터 제품의 가격은 최근 반년간 1300원대에 판매됐지만 이달 초 4000원대로 인상됐다. 이마저도 택배비를 포함하면 7000원에 육박하게 된다. 아르보리아 멸균우유도 그동안 1리터 제품의 10개 묶음 상품의 가격이 1만5500원대에서 지난 10월 말 이후 1만7300원대로 인상됐다. 배송비를 포함할 경우 체감 가격은 2만원대다. 

    1420원에 판매되던 데이리스타 멸균우유 밀쉬 1L 제품도 이달 중순부터 2010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일부 수입 멸균우유가 지난달부터 판매가를 높여 온라인을 중심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 외식업 사업자, 커피전문점 등을 중심으로 공급되던 수입 멸균우유가 저렴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되기 시작한 것이 이번 가격 인상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이들 가격이 인상되던 10~11월은 국내 우유 가격이 인상되던 시기다.

    지난 8월 국내 원유 가격이 2.3% 인상되면서 서울우유, 매일유업 등 주요 우유업계는 10월부터 일제히 제품 가격을 5~6% 인상한 바 있다. 원가 인상 요인이 없는 수입 멸균우유가 가격을 올린 것도 소비자의 수요에 맞춰 마진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비싼 국내 우유의 대안으로 꼽힌 수입 멸균우유가 사실은 원유 가격 인상에 더 발 빠르게 움직였던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입 물량은 제한된 상황에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제품 가격을 높여 파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여기에는 국산 우유의 가격이 인상되면서 가격을 올릴 구실이 됐다는 점도 주효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입 멸균우유의 인기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기업들이 경쟁하는 해외 기업의 가공용 원유 가격은 평균 리터당 400원대로 국내의 926원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운송비용과 수입사의 마진을 고려해도 여전히 가격경쟁력이 높다.

    실제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멸균우유의 수입량은 2015년 818톤에서 올해 1만9941톤으로 5년간 10배 이상 늘어난 상황. 반면 1인당 연간 우유소비량은 지난해 기준 26.2kg으로 2001년 31kg의 고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도 원유의 가격을 생산비와 물가와 연동해 자동 인상하는 ‘가격연동제’를 폐지하는 대신 ‘용도별 차등 가격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낙농가와 우유업계가 일제히 반발하고 있어 원만한 제도변경이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