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왑 대신 선택한 블록딜 주효LX지분 40% 이상… 2000억대 현금 확보내년 5월 공정위 인가후 계열사 투자 나설 듯
  • LG그룹에서 떨어져 나간 LX그룹이 대주주간 지분정리가 완료되면서 구본준 LX회장의 본격적인 독자 경영이 시작될 전망이다.

    21일 전자공시 시스템 다트에 따르면 LX그룹 지주사 LX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구광모 LG회장에서 구 회장으로 교체됐다. 구 회장은 구광모 회장의 LX홀딩스 지분 15.95%를 비롯한 LG일가 지분 32.32%를 사들여 기존 보유지분 7.72%와 합쳐 40.04%로 올라섰다. 주당 매입단가는 1만2180원으로 총 매입금액은 3000억원 가량이다.

    구 회장은 자신의 ㈜LG 지분 4.18%(657만주)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국내외 기관투자자에게 제시한 가격은 주당 7만9800원에서 8만2400원 사이로 책정됐다. 대략 5300억원 이상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 회장은 이 현금으로 LX 지분확보에 썼다.

    지난 5월 계열분리 당시 구 회장과 구광모 LG회장의 지분정리 방식은 맞교환(스왑)이 될 것으로 관측됐다. 구 회장이 LG지분을 구광모 회장에게 넘기고 LX지분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LX홀딩스 주가는 분할상장가 2만5300원에서 큰 폭으로 떨어지며 한때 9000원선이 무너지는 등 가치가 하락해 스왑은 성립되기 어려워 졌다.

    이에 따라 구 회장은 지분 매각을 위해 블록딜 방식을 택했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LX홀딩스 지분을 얻게 됐다. 구 회장 40.04%를 비롯해 가족 보유지분은 40.94%다. 스왑방식으로 확보가능했던 23.67%보다 훨씬 많은 지분을 얻음으로써 그룹 장악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 ▲ 구본준 LX그룹 회장ⓒ자료사진
    ▲ 구본준 LX그룹 회장ⓒ자료사진
    지분 확보 이후에도 2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마련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할 지점이다. LX인터내셔널, LX하우시스 등 5개 계열사만 떼어 나왔다는 점에서 몸집 키우기는 LX그룹의 선결 과제로 꼽힌다. 승부사 기질이 다분한 구 회장이 확보 현금을 어디에 투자할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업계 안팎에서는 구 회장이 당장 움직이진 않을 것으로 관측한다. 법적 계열분리가 완료되지 않아 LG그룹과의 각종 채무보증 및 내부거래 등을 정리해야 할 것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년 5월 계열분리 인가를 앞두고 요건 충족 여부를 들여다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LX판토스의 경우 LG그룹과의 내부거래 비율이 60%가 넘을 정도로 의존비중이 크다"며 "대기업 집단이 하루아침에 완전히 분리되기 어려운 만큼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했다.

    유력히 검토되는 구 회장의 투자방향은 알짜 계열사의 지분 확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사업 확장을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각 계열사에 대한 지분 장악력이 중요하다. 물류, 인테리어, 반도체 팹리스 등 다양한 기업이 모인 LX그룹 계열사들은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예컨대 내년 상장이 점쳐지는 LX판토스는 LX인터내셔널이 지분 51%로 지배하는 구조다. LX홀딩스의 LX인터내셔널 지분율은 24.69%로 LX하우시스(33.53%), LX세미콘(33.08%)에 비해 적다. 구 회장이 LX인터내셔널 지분을 추가 확보한다면 판토스 상장시 추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구 회장이 각별히 신경쓴다고 알려진 LX세미콘의 경우 시가총액이 2조원이 넘어섰음에도 자본금은 81억원에 불가하다. 2010년 코스닥 상장 당시 무상증자를 단행한 이후 한번도 증자하지 않아 시장이 주목하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구 회장은 LX세미콘 양재캠퍼스에 집무실을 마련하고 자주 출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LX그룹 관계자는 "지분정리로 계열분리 요건이 충족됐지만 공정위에 계열분리를 위한 절차가 남아있다"며 "계열사별 IR을 강화해 기업가치를 제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