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지나도록 지분정리 아직내년 5월 공정위 지정 전까지 정리해야구광모 1089억-구본준 1조1156억… 맞교환 어려워
  •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과 구본준 LX그룹 회장ⓒ자료사진
    ▲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과 구본준 LX그룹 회장ⓒ자료사진
    LX그룹이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한지 6개월이 되도록 최대 주주간 지분정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내부거래 등 규제 리스크가 상존하는 만큼 연내 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됐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두 그룹 지주회사인 ㈜LG와 LX홀딩스의 최대 주주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다. 구 회장은 양쪽 모두 지분 15.95%를 보유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 지분은 7.72%다. 법적으로 LX그룹 오너는 구광모 회장인 셈이다. 실제로 LX홀딩스가 발표한 대규모기업집단 현황 공시에도 LX그룹 계열사들은 LG에 속해 있다고 돼 있다.

    계열분리 당시 두 사람은 ㈜LG 지분율 그대로 LX홀딩스 지분을 나눴다.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가 완료되려면 두 사람이 각각 상대 지주사 지분을 3% 이하로 낮춰야 한다. 만약 공정위의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이 발표되는 내년 5월까지 지분정리가 마무리되지 못하면 일감 몰아주기 등 내부거래 이슈에 저촉될 수 있다. LX그룹 손자회사 LX판토스의 경우 지난해 매출 중 66%가 LG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했다.

    지분정리에 꿈뜬 이유는 양측 지분가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구광모 회장이 보유한 LX홀딩스 지분 가치는 20일 종가 기준 1089억원인데 비해 구본준 회장의 ㈜LG 지분가치는 1조1156억원에 달한다. 구광모 회장이 LX홀딩스 지분을 전량 매도한다 해도 1조원 이상을 더 들여야 한다.

    당초 계획은 양측의 지분 맞교환 형식이었다. 출범과 함께 LX홀딩스 주가 상승으로 구광모 회장의 지분가치가 높아지면 맞교환 가능성은 있었다. 하지만 LX홀딩스 주가는 분할상장가 2만5300원에서 1/3 수준인 8950원까지 폭락했다. 구광모 회장의 지분가치도 3080억원에서 1089억원으로 쪼그라 들었다. 구광모 회장은 부친인 구본무 전 회장 지분에 대한 상속세 7000억원을 분할 납부하고 있어 추가 자금 마련은 어려워 보인다.

    지분 맞교환 가능성이 불확실해지면서 법적분리 주도권은 구본준 회장이 쥐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실적으로 구본준 회장이 ㈜LG 지분을 장내 매도하는 방식 밖에 없기 때문이다.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게 되면 주가에 악영향도 크지 않으며 불확실성 제거로 두 회사 모두 악재를 털어낼 수 있다.

    하지만 구본준 회장은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다. LX그룹 관계자는 "지분정리에 대한 입장은 정리된 바 없다"며 "다양한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분정리 절차가 연말을 지나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내년 5월까지 시간이 남은데다 구본준 회장도 그만큼 고심이 깊을 수 밖에 없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계열분리 후 아직 뚜렷한 신사업 계획을 구축하지 못한 시점에서 모그룹 지분을 선뜻 정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사업을 위한 인수합병 성공여부도 변수다. 인수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하면 구본준 회장도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LX그룹은 지난달 한샘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구 회장이 LX세미콘을 중심으로 하는 반도체 라인업 구축에 공을 들이는 만큼 인수하려는 기업 몸값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대주주간 주식 정리는 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고, 반드시 해야 하는 필요성도 없어 예측이 무의미하다"면서도 "다만 이전에 분할했던 기업의 예를 볼 때 정리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